오늘이 1월 하고도 1일이랜다.

그러니까 새해의 첫날이라..... 뭐 그런 얘기렸다?

또 그러니까....

나이 한살 더 잡수셨다.... 뭐 그런 얘기도되고.

 

우리들 성장해 오는동안 나이별로 생각들을 조금 정리해보면.

 

10대 이전의 유년기엔 뭔놈의 나이가 이렇게도 빨리 먹어지질 않느냐 말이다

설날에 떡국을 서너그릇 배 터지도록 꾸역꾸역 밀어넣어도 젠장...

1살밖에 더 안먹었댄다.

 

10대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분명히 난 어른이 다 된것같은데 주변의 꼰대(?)들은

아직도 어린놈이라 무시하니 이것참 아니꼬와 죽겠구만  도대체 난 언제나 어른이 되나?

 

그러다 맞은 20대.

이건  세상 모두다 그저 내 발아래 있는거지 뭐.

길거리에서 담배한대 꼬나물어도 누가 뭐랄까?

미성년자 출입금지?

어린 애들이나 그런거지 나야 뭘? 히히히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겠다.

암튼 결론은,

그놈의 겁대가리는 일찌감치 화장실 변기 속이었을까?

어느 곳에든 사라진 기억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

 

그후 30대의 추억이야 또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테니 넘어가고 곧바로 맞딱드린 40대의 충격.

이제 그 겁없이 날뛰던 세월이 어느덧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간지 오래요,

이젠 나도 늙어가는 세월의 한 귀퉁이에 들어섰다는 그 충격이 아마도 각각의 나이때를 넘어서는

충격중에 가장 세게 다가들던 그런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42살 되던해,

왼쪽눈이 조금 이상하다 생각되어 찾아간 안과에서 의사샘 말쌈이 노안(老眼)이랜다.

 

노안?

내 눈이 늙었다구?

뭐야?

난 이제 마흔 두살이란 말이다.

근데 벌써 늙었다니 이게 뭔 말이래?

 

혼자서 길길이 날뛰어봤자 뭘하나?

그 1년후에 왼쪽눈은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늙어 간다면서 이것저것 수리(?)하기 시작하는 나이때가 40대더라.

그전에는 하다못해 그 흔한 맹장이라도 수술이 뭔지 입원이 뭔지 모르고 지나왔건만 말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나이와 세월의 흐름에 둔감해지고 초연해 졌던가?

드디어 50세를 맞던해.

 

이 싸이버 공간에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그저 하나같이 이제 50대에 들어섰으니 완전히 늙어가는거 라면서 비통에 찬 글들만이

난무 하던때에 난 엉뚱한 소리를 하고 말았으니.

 

"어차피 막는다 막아지는 세월도 아니요 안먹겠다 밀어낸다고 안먹어지는 나이가 아니라면

 차라리 세월의 친구가되어 반가이 맞아봄이 어떨른지."

"어서 오너라 세월아, 나이야 반갑다." 하고 말이다 하는말을 싸이버 공간에 올렸다가

"에라이, 네 녀석이나 그러고 살아라."며 난무하는 말펀치에 몰매만 실컷 맞았다.

50대의 정초부터. ㅎㅎㅎ

 

그런데 한해 한해 지나면서 그때마다 감회가 새롭더니 올해엔 왜 이러는가?

그전엔 11월 달력을 뜯어내며 이제 이해의 달력도 한장밖에 안 남았다는둥.

하루 하루 지날때마다 올해도 며칠밖에 안 남았다는둥,

그러다 1월 1일이되면 올해도 어김없이 먹어댄 나이하며 지난해의 반성이 어떻고

올해엔 뭘 어찌 어찌 해보겠다며 작심 3일인지 3시간인지 하기도 바쁘더만 올해는?

 

그저 뜯어낸 달력은 달력이요 지나가는 날짜는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날짜일뿐,

1월 1일?

그저 하루 지나서맞은 아침 이상의 감흥외에는 전혀 심기를 건드리는 그 무엇이 없으니

이건 무슨 경우인가?

 

그렇다고 내가 세월의 흐름을 그저 아무런 감정없이 무심히 흘릴만큼 초연해지도록

심신 수양 같은걸 한것도 아니건만.

 

가만....

그러다보니 그 칼칼하던 승질머리는 다 어디가고 마누라에게 박박 긁히고 뜯기며 살아온

날들은 또 얼마인가?

집안에서 가장 이랍시고 큰소리 꽝꽝 쳐본게 언제였지?

기억도 없네그려.

허허허....

 

오늘아침 6시에 아직 캄캄한 창문을 바라보며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생각해본 것들이다.

 

에~~~~

그건 그거고........

 

여지껏 이곳 산(오산시 소재 필봉산)에서 매년하던 새해 맞이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구나?

오늘은 한번 가볼꺼나? 하면서 엉덩이를 떼려는데 방문이 살그머니 열리더니 나의 보물.

외손녀가 얼굴을 들이밀며 배시시 웃어준다.

고녀석을 난짝 들어올려 뺨에 입맞춤을 하는데 아내가 뒤따라 들어오면서 산에 가려느냐고

묻는다.

 

산에 오르다보니 등산로마다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것을 비집고 정상에올라 떠오르는

해를 보다보니 그래도 아내에게 새해랍시고 한마디는 해줘야 할것같기에 전화를했다.

 

"새해라네."

"올해에도 변함없이 열렬히 사랑해줄께."

 

그다음에 들려오는 전화기속 아내의 통통튀는 퉁명스런 말.

"말썽이나 피우지마셔."

 

젠장,

내가 이 나이에 뭘 바라고 이런 말을 하고는 손해를 보고있나?

참내.

 

그래도 난 눈으로 본것 못지않게 한가지는 확실히 알고있다.

그렇게 말하는 그 순간에 내 아내의 입가에 슬며시 떠 올랐을 그 미소를.....

 

이 글을 읽어주는 우리 벗님들에게도 새해에는 행운과 행복이 가득 하시기를....

 

P.S

여기서 말썽이라 아내가 말한것은 술을 안먹기 시작한지 2달이 넘어간다.

그러다보니 심심 해서인가?

애꿎은 낚시도구를 꺼내 가지고는 만지작 거리니 아내의 눈에는 그게 또 좋게

보이질 않는가보다.

 

만지작 거리다보니 그다음에 또 문제가,

그전에 낚시 하면서 부족했던 도구들이 하나하나 생각나고 그러다보니 간혹 그 도구들을

사가지고 들어오니 아내의 눈에 곱게 보일리가 없었나보다.

가뜩이나 부족한 살림살이에.

그게 아내에게는 말썽 이었나보지?

 

에라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도 모른다.

그 말썽이 언제 끝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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