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그래도 아직은 시골인가보다.
오산이 도시라지만 차몰고 10분만 나가면 그대로 펼쳐진 들판과 구릉 골짜기엔
아직도 수확 하지못한 농작물이 제법 널려있는데 이유중 한가지가 일손이 모자란단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 어느밭에서 일당받이 일을하는 여인에게는 그곁의 수확 하지않은
농작물을 가져다 먹으라는 인심이 제법 살아있는 그런 훈훈한 동네이기도하다.
며칠전에는 집에 들어오니 우리 숙이 베란다에 뻘건 고추를 널어놓고 손질하기 바쁘다.
웬 고추냐 물었더니 우리 앞집의 부인이 심심 풀이삼아 배밭의 일을 다니는데 그곳 주인이
곁에있는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다 먹으라 하더라며 우리 집사람에게 같이 가자하니 우리
마눌이야 공짜라면 양잿물도?
완전 땡 잡았지 뭐.
(대머리 까질라.)
외손녀를 유모차에 태워가지고 그 밭에 가서보니 멀쩡 하기만한 고추는 아니고 탄저병이
걸린 고추가 많다보니 일손도 모자라겠다.
다른 농사일도 많다보니 수확을 포기한 고추밭이라.
그중에 멀쩡한 놈으로 골라서 따왔다는게 커다란 푸대로 자그마치 3개.
그 덕분에 난 졸지에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그 푸대를 햇볕에 말리는 지상 주차장까지
날라다 주는게 일이 되어버렸다.
저녁에 퇴근해서는 다시 집으로 들어 나르는게 당연하고.... 쯥.
그래도 즐거워하는 마눌이 마냥 귀여워(?) 기꺼이 하고있는 중이다.
그런데 빨간 고추만 따온것이 아니라 아직 퍼런색의 풋고추도 제법 따왔는데
이걸 삼겹살구워 함께 싸먹으니 맛이 좋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 계절을맞은 놈이란걸 증명이라도
하는건지 제법 매운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맵다고 입을 오무려 후후 불어대는 나를보며 우리 숙이 기어코 한마디 염장을 지르고만다.
"흥! 이 고추는 그래도 약이 올라서 이런 맛이라도 난다지만 어째 우리 집고추는 그렇게
약 오를줄도 모르는지 원. 쯥."
이건 고추가 약 오르기전에 내 머리가먼저 열딱지받게 생겼다.
그러니 가만히 있기엔 어딘가 너무 억울한 나머지 나또한 쏘아붙였다.
"흥! 한창 약올라 쫓아 다닐땐 그리도 열심히 도망 다니더니 이젠 그나마도 아쉬운가보지?"
"그러게 내가 뭐라던가?"
"줄때(?) 먹으라니깐. 흥!"
거기에 덧붙여 한마디 더.
"그러게 다 계절에따른 때 라는게 있느니라..."
이걸 웃어야 하는건지 울어도 시원 찮은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애꿎은 풋고추만 냅다 씹어대고는 물 마시느라 한참을 헤매다 끝난 저녁이었던 기억밖에....
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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