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내가 참 오래살긴 오래 살았나보다.
살다보니 이런일도 겪게되다니.... 흑흑흑....!
그동안 우리 숙이 열심히 무언가를 할때엔 그저 잘났던 덜 났던
(못났다 하기엔 좀 억울해서... ㅎ) 이 남편을 위해서 무엇이든 했었다.
수술후에 무릎이 시원찮은 나를 위해서 그 추운 겨울에 산에 올라가 손에 가시를 찔려가며
엄나무를 잘라다가 닭발과함께 푸욱 고아서 몇달간을 조석으로 지극 정성을다해 끓여 대었기에
지금 내 무릎은 말짱해졌고 하다못해 깊은 가을에는 뭐 남자에게 그렇게 좋대나 어쨌대나.
온 아파트 단지를 돌아 다니며 빠알갛게 익은 산수유 열매를 따다가는 술에다 곱디곱게
담가서는 반주로,,,, 쩝. 군침돈다,
물론 그렇게 멕여 놓고는 다시 지가 홀라당 다 가져갔지만.. ㅋ
그래서 우리 집안에서는 누가 뭐라해도 내가 집안의 중심에서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지금도 당연히 그러리라는 생각에는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않았다.
아니,
내가 중심이 아니라는건 상상조차 할수도 없었던 일이었으니까.
암,
당연히 내 자리니까 말이다. ㅎㅎㅎ
그런데,
그런데 이런 청천의 벽력같은...
아니지,
호떡도아닌 개떡같은 일이 일어날 줄이야.....
요즘 우리 아내가 이웃 여인이 노느니 다닌다는 배밭일 하는데를 몇번 따라갔던 모양이다.
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때로는 업으면서 같이 가보니 그 일이 또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지?
아기를 유모차에 재우고는 곁에서 그일을 도와주다 보니까 그 주인이 정식으로 채용된것이
아니라서 일당을 주기도 뭣하다며 약간씩 상처가있어 상품으로 납품하기 곤란한 그런 배들을
싸주더라며 제법 많은,
그러면서 아주 커다란 배들을 얻어왔더라.
제대로 나무에서 익은 과일이라 그런지 깍아서 먹어보니 여지껏 가게에서 사먹던 배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더라.
한입 베어물면 입안 가득 넘치는 과즙이 그렇게도 풍부하며 당도가 높으면서 향기또한 어찌나
후각을 자극하는지 진정한 배라는 과일의 맛이란게 이런거구나 하는걸 새삼 느낄 정도이니.
그 제법 많은 배를 바라보며 우리 숙이 중얼 거리듯 말한다.
"음, 그러니까 여기에다 도라지를 갈아넣고 늙은 호박을 같이 넣어서 과즙을 내어 가지고..."
그말을 듣다보니 내 귀보다도 입안에서 먼저 반응이온다.
"쉬~입... 쯥!"
이어지는 우리 숙의 중얼 중얼...
"그래가지고 아침 저녁으로 한종지씩 먹으면....."
그말을 들으면서 행복은 그렇다치고 또 그런 고생을 해가면서까지 내 건강을 챙기려 하다니.
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런 일이던가 말이다.
에그,
그러니 내가 이런 여인을 사랑하지 않고 어찌 배길수 있겠느냐 말이다.
그저 자나깨나 이 낭군님 건강 생각하는 저 정성이라니... 허허허.
당연히 그래야 되는것같은 착각 속에서도 그래도 한번쯤 살짜기 사양 같은 비스무리 한거라도
내보여야 좀 염치가 있어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다 찌~인한 사랑까지 담뿍 담아서 한마디했다.
"에그 숙,"
"뭐 그렇게까지 해줄려고 그러나 그래?"
"나 아직은 그런거 먹지 않아도 이렇게 건강하잖나?"
그런데 그 담에 우리 숙 반응좀 보소.
뭔 가당찮은 말이냐는듯 나를 위 아래로 한번 쓰윽 훑어 보더니만 이런 날벼락같은.....
"아니?."
"당신이 왜그래?"
"우리 교은이(외손녀 이름) 줄려고 만든다는데 응?"
이런 이런 이런....
이게 뭔 소리여.
아니 그러니까.....
여태껏 나를 위해서 뭐든지 해주던 이 마눌이 이제는 이 낭군님을 제껴놓고
무엇을해도 이젠 외손녀 이녀석을 위해서 뭘해도 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 영감은 이젠 외손녀 때문에 눈밖에 나도 한참 벗어났단 말이렸다?
이런 고약한 일이있나 응?.
아니?
이렇게 허무하게 졸지에 중심에서 밀려나도 되는거야 이거?
허허허 참내.
이렇게 참담할수가.....
나도몰래 일그러진 표정으로 내려다보니 이제 무릎 높이정도 키가 올라오는 외손녀가 언제 왔는지
내 앞에서서 그놈의 처키 미소를 씨익 날리며 올려다 보고있다.
"할아버지, 나 장난할 준비 돼 있는데...."
하는듯이.
그런 녀석을 내려다보며 내가 냅다 소리를 꽤액(물론 애가 놀라지 않을만큼) 질러버렸다.
"얌맛!"
"너 이놈 당장 네집으로 가버렷!"
"언제부터 우리 집안 중심에 네가 있게된거얏 엉?"
"이렇게 이 할배 자리를 소리 소문도없이 낚아 채가도 되는거야 응?"
그 소리를 들으며 마침 곁에있던 딸도 , 우리 숙도 입을 가리며 호호호 웃는데 이 손녀 녀석.
이 할배가 또 새로운 장난을 치는줄 아는지 (사실 장난이지만) 더욱 짙은 처키 미소를 씨익
날리며 양손을 위로뻗어 내 허리춤을 잡고는 끌어 내린다.
얼른 자세를 낮추어 자기를 끌어안아 올리란 동작인데 얼른 안아 올리지 않으면 그녀석
끌어 당기는 손에의해 바지가 벗겨질수있다.
(엉큼한놈 같으니라구.)
그 손녀를 안아올려 품에 안으니 이녀석이 뺨을 부벼대며 떨어대는 애교라니...
흐흐흐.....
내가 이맛에 홀려서(?) 산다니깐.
그녀석을 끌어올려 안고는 금방 그놈 귀에다 속삭인다.
"야 야,"
"조금 아까 할배가 한말은 취소다 취소."
"그래, 네가 이 집안에 중심해라."
"까짓거 그 배즙 따위가 뭐라고 그지?"
에이고....
배즙 정도가 문제겠니?
그저 좋은거라면 무엇이 너에게 아깝겠니.
이 귀하디 귀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이쁘고 소중하고....(또 없나? 암튼 거기까지)
등등 내 손녀야.
그래.
네가 이 집안에 중심이라 생각되도 이 할배는 조금도 억울해하지 않을께.
그저 이렇게 소중한 내 손주로 건강하게 잘 크기만 해다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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