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직장 마지막날.개인 사물을 정리하며...

인천백작 2012. 2. 28. 07:48

그래.

드디어 오늘이구나.

21년을보낸 이곳의 직장.

총 30 여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 하는날이.

이제 모든것을 조용히 정리하고 나의 새로운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겠구나.

 

실제 마지막날은 내일인 2월 29일이지만 내일은 아침에 출근하여 간단한 인사와 정리만

하고는 곧바로 퇴근(사직?) 한다니 사실은 오늘이 마지막 근무일이다.

 

며칠전부터 이사가는 공장으로 이전할 설비들을 외주업체에서 뜯는 공사를 진행중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공장 곳곳을 돌아보면 어느 한구석 나의 손때가 묻지 않은곳이 없구나.

 

새로운 설비를 들여놓아 설치하고는 설계대로 작동하지않아 애를 태우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데이터를 작성하고 또다시 수정을 거듭하며 며칠밤을 하얗게 새우기 일쑤였던

그런날들.

 

어디가 잘못 되었는지 회로와 프로그램을 다시보고 또 다시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던

그런날들.

 

드디어 설계대로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 순간.

몇날의 고통도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환호하던 그런날들.

 

어떤땐 하고많은 기술중에 하필이면 이놈의 골치아픈 전자공학을 해가지곤 이렇게도 머리아프게

난리를치나 생각하며 혼자서 신경질만 빡빡 부리던날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나의 손때가 덕지덕지 묻었고 흘렸던 땀방울에 얼룩졌으며 어떤땐 그 귀퉁이에 부닺혀

피를 흘리던 그런날도 있었던 그런 설비들.

그런 설비들이 지금 내눈앞에서 뜯기어 내가 모르는 그곳으로 옮겨가는 놈도 있을테고 어떤놈은

수명이 다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져 영원히 사라질 그런 설비들의 옮겨짐을 보면서도 나란 인간이

이렇게까지 무정하고 무심한 놈이었나 새삼 놀래는 중이다.

 

이곳에서 친구 하나라도 우리곁을 떠났다는 말을 듣는순간 그렇게도 가슴 한켠에 찬바람을 맞이한듯

휑한 차가움과 그리움. 그리고 안타까움을 어쩌지못해 가슴쓰려 했었는데 어찌보면 자식이라면

자식같은 저 설비들이 비명을 지르며 뜯기어 나가는데도 이리 무덤덤이 바라볼수 있단 말인가.

 

따라가 부여잡고 눈물이라도 흘려야 인간다운 정이 아니던가?

그런데 난 어째서 이리도 아무런 감정없이 저 설비들을 바라볼수 있는거지?

참으로 기이하다.

하긴,

감정이 있을리없는 저런 기계류와 감정의 동물이라는 사람을 바라보는 감정이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할수

있기도 하겠구나.

 

그리고 또 한가지.

이젠 실업자가 되는거다.

그런데 실업자가 됨으로써 일어날 생활의 변화에 어찌 이렇게도 두려움이 없는거지?

그저 마음속에 어떤 해방감과 개운하고 시원한 개방감에 들떠있는것같은 이마음은 또 어찌된건가?

그렇다고 앞으로 남은 여생을 펑펑 놀고먹을만큼 벌어놓은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저 앞으로 무엇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리란 검증된 안정감없는 막연한 계획뿐인데 도대체 뭘믿고....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으면서도 정말 누구 말대로 겁도없이.

 

산입에 거미줄 치겠느냐는 그런 기대감(?)도 아니면서.

 

암튼 이제는 정말로 정리 해야겠다.

이곳의 내 사물들을.

 

변화된 생활은 나중에 벗님들께 보고 하기로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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