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홀시아버지 모시는것보다 바람벽 올라가는것이 쉽다고 한말이
그대로 우리집에 적용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항상 하시던 말씀이 내가 며느리를보면 정말 딸같이 이뻐하실거란 말씀만
들었었으니 그러시려니 하고 결혼하고보니 아내와 아버지사이는 어느새
도저히 메울수없는 공간으로 넓혀져 버리고 말았고 하다못해 손자,손녀까지
전혀 이뻐하시지 않으시는 할아버지가 돼버리고 말으셨다.
그러니 중간에 끼인 나로서는 분명히 아내가 옳은데 아내편을들어 아버지께
뭐랄수도없고 그렇다고 아버지편을들어 무조건 아내만 닥달할수도없는
아주 난처한 입장이 되어버렸고 그것은 생활속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몰고왔다.
누나를 비롯한 형제나 이모님은 그저 항상 내게 고생이 많은데 어쩌면 좋으냐고
위로는 해주었지만 그러나 막상 도움이 되는것은 아니었기에 나날이 참으로
힘들게 생활을 영위해 나갈수밖에 없었다.
그러던중 아우내외가 자기들도 자식인데 아버지를 모셔가야겠다고 하는데
그래도 내아버지를 장남인 내가 모셔야지 아우에겐 도저히 못보낸다하니
아 글쎄 이 아우놈이 집에와서는 자기도 자식인데 왜 아버지를 독점(?)하려고
하느냐고 행패를 부리다시피 하는데 오히려 그 효심이 어찌나 고맙던지.
우여곡절끝에 가시기 싫어하시는 아버님께 저러다 저 아우녀석 지풀에 몸 망가질것
같으니 그저 한 일년만 가 계시라 말씀드리고 아우네집으로 모셨다.
아우놈은 아버지가 오시니 뭐가그리도 좋은지 내내 싱글벙글이고.....
아버지가 아우네로 떠나신후 며칠뒤.
아내가 나와 동갑인 맏처형과 같이있다가 내가 퇴근해 들어가니 조용히
할말이 있단다.
진지하게 말하는 아내를 유심히보니 생활속에 지친 표정이 역력히 나타나
그것을보는 내마음은 깊은 나락으로 무한히 떨어지는듯 아득하기만 하였다.
못난놈에게 시집와 이 무슨 고생인고.... 쯪쯪쯪.
측은한 마음에 무슨말이냐 했더니 어렵사리 꺼내는말이
"저... 정성한번 들여봤으면 좋겠는데....."
"뭐야?, 정성이라니?"
"거 무당이 상 차려놓고 비는것 말인가?"
"응."
그소리 듣자마자 난 그자리에서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이런.... 이사람이."
"뭔 놈의 미신에 빠질려구 그딴짓을 한단말인가?"
"거 쓸데없는 생각따윈 하지도말엇!"
"뭐 할게없어서 무당이야? 무당이."
기대도 않했지만 강경하게 반대하는 남편을 짐작 했다는듯한 태도면서도 역시나...
생각처럼 더 풀이죽어 어깨가 처지는 사람.
한편으론 오죽하면 저런 생각까지 했을까 측은하면서도 미신이라니?
그건 절대로 용납할수 있는일이 아니란 생각이었다.
그러찮아도 그전부터 주변에서 교회 가자는것부터 시작해서 아버지가 믿으시는
종교에 온갖 종교단체에서 회유하는것을 이겨 버텨낸 나인데 그런 나에게 미신?
정말 말도 않되는 일이란 생각은 바위처럼 굳어졌다.
그럼,
않되고말고.
미신이라니?
내집에, 내가족에게 그런 미신따위는 절대로 않되고말고.
잠시후.
돌아보니 풀이 죽을대로죽어 그대로 놔두면 그냥 폭싹 쓰러져 버릴것같이 낙담하는 아내,
그 아내를 측은히 바라보며 안쓰러워 어쩔줄 모르는 처형.
아마 동생이 너무 심적으로 힘들어 하니까 처형이 아내에게 그것을 권한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뜨겁게 솟아오르는 측은하고 미안한마음.
또다시 잠시 생각해보니,
그래,
미신인들 어떠랴.
그저 저렇게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로할수 있다면 악마에겐들 사정못할리 없잖은가.
그래서 내 아내가 힘을 낼수있다면 너무 깊이 빠지지않는 범위내에서 한번정도
허락을 못해줄것도 없지않겠나 생각하며 아내에게 물었다.
"그래, 그거 한번하면 마음이 개운해질것 같은가?"
"응."
"비용은 얼마나 드는데?"
"ㅇㅇ원.'
그래, 까짓거 그냥 날리는 돈이라해도, 나중에 그래봐야 별거 아니드라는 경험을
얻게되는 수업료가 되더라도 내 아내를 위해서 그정도 돈한번 못 써보랴 생각하며
다짐을 받았다.
"그래, 해라."
"단, 이번 한번뿐이다. 알았어?'
"절대로 깊이 빠지지말고 한번으로 끝내는거야."
그때에야 환하게 피어나는 아내와 처형의 표정.
그런데 그것으로인해 엉뚱한 경험을 내가 해 버렸으니.....
그렇게 허락한날이 4월달의 금요일.
그런데 그 다음주부터 엄청나게 바빠져 늦은시간까지 야근을 해야했다.
화요일 되던날 저녁.
그날도 여느때처럼 일하다가 자재가 필요하여 아침 10시반쯤 본 건물에서 좀 떨어진
자재창고에갔다.
창고문을 열려고 열쇠를 꽂는데 갑자기 튀어 오르다시피 터지는 어떤 두려움.
정말 문을 열기가 그렇게 무서울수 없었다.
창고를열고 들어가면 저쪽 구석에 발가벗은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들어가는
나를 대단히 원망하는 눈초리로 올려다 볼것같은 상상.
그리고 틀림없이 그렇게 될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아니.
내가 왜 이러지?
이 창고에 어디 한두번 왔었나.
벌써 10년넘게 이창고를 드나들었건만 오늘 왜 갑자기 이런생각이 들면서 두려움에
휩싸이는거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물론 그 사람형상은 나를 해칠려고 하는게 아니고 단지 내게 무엇인가 하소연하고
싶지만 내가 그것을 들어줄수있는 사람이 못됨을 한스러워 원망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지는데 그렇다고 어째서 실제로 있기나 한것처럼 이렇게도 무섭단 말인가.
들어가기를 몇번 시도해 봤지만 평소에 담이 작지 않았던 내가 도저히 무서워서
혼자서 못들어가고 동료 한사람을 다른 핑계를대어 불러서는 같이 들어갔다.
들어가서는 그 사람 형상이 있을만한 구석자리를 훑어보니 물론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것은 없는데도 분명히 그곳 그자리에 누군가 있는것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폐쇠 공포증이란게 있다는말은 들어봤지만 그 창고는 폐쇠된곳이라 말할수있는
그런 공간도 아닌데 말이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연속해서 그런 두려움이 가시질않고 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지만
짐작가는 바가있어 목요일 저녁에는 아내에게 물었다.
"정성 드리는 날자 잡았나?"
"응."
"언제에 어느날로 잡았어?"
"응. 그저께 화요일날 10시에 다음주 화요일날 하기로 날자를 결정했어."
아니.
그럼 뭐야?
그 무서움이 갑자기 나를 덮치던날 화요일.
그날가서 날자를 잡았단 말이지?
그것도 내가 아침 10시반경에 창고앞에 갔었으니 날자 잡자마자 그런 두려움이?
허허허......
이걸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만 말해도 되는건가?
그후 그 두려움은 자그마치 3개월 간이나 나를 엄청나게 괴롭혔다.
드디어 정성을 드리는날.
집에가서 좀 기다리니 보살이라 불리는 무당이 척 들어서는데 이런...
완전히 그 풍모나 인상이 그냥 그대로 완벽한 무속인 이었다.
아하, 그래서 저런분이 이런일을 하게되어 있나보다 생각하는데 주섬주섬 상을
차리는데 참 푸짐하게도 차리더라.
상이 다 차려지고 나야 아내가 하자고 했으니 옆에서 구경이나 하자고 물러나
앉아있는데 이 무속인이 아내가아닌 나를 부른다.
난 구경이나 하는거 아니냐 했더니 이런일은 여자가 아니라 대주(大主)가
해야 한단다.
아내에게 내가해야 하느냐 물었더니 그래야 한다기에 그래,
까짓거 아내를 위해서 한번정도 못해주랴 생각하고 무속이니 하라는대로
한참을 술도 따르고 절도하다보니 다 끝났댄다.
그리고는 음복하라 술을 따라주는데 이런..........
술한잔 할때에 그 기분이 왜 이리도 좋은거야?
어찌나 기분이 날아갈듯 좋은지 손을 양옆으로 펼쳐서 살살 흔들면 그대로 몸이
공중으로 부웅 떠오를것같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여태껏 그렇게나 여러 종교단체에서 끈질기게 권하는것을 마다했는데 이 미신이라
믿었던 일을 하고나니 어째서 이리도 기분이 좋은거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기에 무속인에게 왜그러냐 물었더니 하는말.
"대주는 누가 뭐래도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행사를 치렀으니
기분이 좋은것이 당연하다."
아하.
그랬나?
그런건가?
내가 한국인이기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 민속 신앙을 접하고나니 그래서
이리도 기분이 좋은거란 말이지?
이런...
이렇게 신기할수가.......
그후 15년 동안을,
우리부부는 그래도 무슨일이 있을때마다 쪼르르 무당에게 달려가는 생활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그 무속인과 인연을 계속해오고 있는중이다.
굿이란게 이렇게도 재미있는거구나 하면서 남의 굿 구경도하고 그 행사에 참여도해보고
매년 열리는 행사에 가보기도 하면서 부적이라 내어주면 그래도 지갑속에 넣어다닌다.
그렇지만 이사할때 언제가 좋아요?
우리 애들이 대학에 붙겠어요?
이사는 어느방향으로..... 따위나 물으러 다닐 정도가 아닌,
그저 나름대로 민속신앙을 즐긴다고나 할까?
그래서 미신이라 하는바람에 드러내놓고 나 이런데 다녀요 하지는 못하고 이글또한
다른곳에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난.
그래, 난.
역시 한국사람이 틀림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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