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꼭 26년전 그날같이 억수같은 비가내리고 바람이 세차게부는날.
그여인이 생각남에 가슴한켠이 싸아 해짐은 내가 지은죄가 너무 커서인가?
사랑이라는 마음이 어느쪽에 있던지 그 순수함을 진실로 사랑하여야 하거늘
그놈의 우정이란게 뭔지...........
우리나이 26세되던해.
직장복도 지지리없던 나는 벌써 3번째 이직을 하였다.
새로 입사한 전자회사는 종업원 약 150 여명되는 영등포 문래동 소재회사.
처음 두어달 동안은 업무파악 하느라 눈코뜰새없이 시간이 흐를때는 몰랐는데
어느날부턴가 이마가 따끔거리는듯한 감촉이 오는것을 느꼈고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들면 책상 몇개건너 맞은편의 그녀가 얼른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나또한 가끔씩 나도몰래 고개를 들다보면 마주보이는 그녀의 고개숙인 얼굴.
일에 열중해있는 그녀의 백색같이 흰피부,
오똑한 콧날과 긴 속눈썹.
그리고 갸름한 달걀형 얼굴.
흑발의 긴 생머리로 덮인, 그래서 꼬옥 안아주고 싶을만큼 자그마한 어깨.
그러다 그녀가 고개를들면 나도 동시에 고개를 숙여버렸는데
어느날부터는 슬슬 특유의 장난끼가 발동을 시작했다.
다시금 따끔거리는 이마의 감촉이 느껴지던때.
얼른 고개를 홱 쳐들고는 잽싸게 윙크를 깜짝..........
순간 당혹해 하면서도 환하게 미소지으며 빠알개진 얼굴을 얼른 감추던 그녀의
모습이 내눈에는 그대로 청초한 백색의 천사,
바로 그것이었다.
서서히 내마음의 한구석을 차지해가는 그녀의 책상위 인터폰으로 신호를 보냈고
전화를 받는 그녀의 잠깐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면서 만날약속을 하고야말았다.
아이고.........
그때의 덜커덩거리던 가슴이라니.........
영등포에나가 식사를하고 첫데이트 장소가 여의도광장.
하늘에 붕 뜬것같은 착각속에 즐겁게 데이트를 하면서도 마음한구석은
내내 무겁기만 하였다.
내게는 이미 전근무 회사에서부터 교제하던 여친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냥 즐거움에 들떠있는 이사람에게 무어라 말해야 한단말인가.
그런만남이 세번째 이어지던날.
나는 그녀에게 사실을 말했다.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여인이 있다고.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 이런시간을 즐겁게 가지면서도 더 깊어지기전에
사실을 말해야 겠다고.
나의말을 조용히 듣고있던 그녀.
"할수없군요, 그렇다고 그여인을 버리고 제게 와달라 할수없네요."
"잠시라도 즐겁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부디 행복하시길..........."
그렇게 공식적인 교제를 정리하고 근무에만 매진하던 어느날 그녀의모습은
그전에 볼수없었던 어떤 쓸쓸함이 묻어나오는것같이 보이는것이었다.
그래도 되는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그녀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였다.
사람을보면 그 주변사람을 안다고 했으니 내가 괜찮게 보였다면 내친구중
멋진놈이 있으니 교제해 보겠느냐고.
몇일이 흐른뒤 그여인은 동의했고 자연스레 내 친구와 그녀의 소개팅을 가진후
둘이제법 교제가 잘 이루어지던중 나는 그만 먼저여친과 다른문제로 인하여
헤어지게 되었고 또한 그회사에서 다른곳으로 옮겨 근무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한달여를 잘 교제하고 있는줄 알았던 내친구가 어느날 내게 만나자하여 나갔더니
도저히 더이상은 그녀와 사귀지 못하겠단다.
깜짝놀라 이유를 물으니 도데체 둘이만나면 그녀의 주 화제는 내 이야기였으며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새 내얘기를 하더라니 그이유를 가만히 생각하니
자기를 만난것은 그래도 그나마 내곁에서 멀리있게 되지않기 위해서 자기를
이용한것으로 밖에는 생각이 않되니 이런기분으로 교제가 되겠냐는 것이니
허허 참 기가 막히기도 하더라.
거기에 뭐라하나?
그저 알아서하라 할수밖에.
둘이 헤어졌다는 얘기를 그후 이틀후에 듣고는 새로옮긴 직장에서 근무중
누가 면회를 왔단다.
면회실에 가보니 아, 세상에 그녀가.....
면회실 전체가 환해짐을 느낄정도로 그녀는 미인이었다.
"잘지냈죠?"
등등의 인사를 나누고 어떻게 왔냐고 물으니 그녀의 대답이 참 걸작이다.
"저녁 사드릴려구요."
친구와의 결별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 먼길을 온 그녀를 내치지도 못하겠고
그녀가 찾아옴이 그래도 반갑고 만남자체는 즐거운,
뭐라할까?
참기분이 묘한 만남이 여러번 이어졌다.
그래도 애정보다 우정을 중시했던 젊은시절에 그녀와 공식적으로 교제한다거나
결혼은 더군다나 꿈도꿀수없는 그런시절 이었으니 그 만남이 더욱 애잔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참 이상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그녀나 나는 우리들의 장래가 어떻다는것을 너무도 잘알고 있었고
거기에대한 마음의 준비를 착착해오던 중이었으면 다만 누가 먼저 그얘기를
꺼내느냐하는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런던 7월초순의 어느날.
사무실에 걸려오는 전화속에서 그녀는 잔뜩 우수에 젖은 목소리로
만나주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날저녁 우리는 바로 식사후 여의도 광장으로 나갔다.
어느덧 주변이 어둑어둑 해질때쯤 그녀는 작심했던 이별의말을 통고하고
그 작은 어깨를 들먹이며 소리내어 흐느끼는데 거기에 함께 슬퍼함인가?
갑자기 어두워지던 하늘에선 세찬 바람과함께 굵은 빗방울이 대지를 때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녀의 흐느낌은 통곡으로 변했고 나는 그저 할수있는 일이라곤
그녀의 흔들리는 작은어깨를 조용히 감싸안아주는 것뿐이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한없이 그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었다.
"조금만더, 조금이라도 먼저 이사람을 만나게 해주면 않되는것 이었습니까?"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고 오늘 이렇게 세찬바람과 비가 내리는날.
창밖에 빗방울을 바라보며 이하늘아래 어디선가 예쁜 아이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있을 그녀의 모습을 그려본다.
"ㅇ숙씨. 행복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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