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밥을 먹이려 손주들 집합.
식탁에 세놈을 앉히는걸 봤는데 잠시후에 보니 둘째 손녀와 막내 손자놈은 잘 먹고있는데
맏손녀가 숟갈을 놓고 앉아있네?
왜 그러냐 물으니 아내는 커다란 냄비에 물을 부어 개스렌지에 올려놓으며 하는말이
국수를 먹고 싶다하기에 국수 삶는 준비 중이란다.
가만,
국수?
그러고보니 나도 국수가 땡기네.
"어이~숙."
"그럼 나도 국수 주게나."
근데 우리 아내 태도 보소.
입술을 한번 삐죽 하더니 마지 못한듯 싱크대 서랍을 열고는 국수 봉지를 꺼낸다.
그때 까지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국수가 다 삶아지고 찬물에 씻어서 국물에말아 큰손녀를 주니 이녀석이 참 맛있게도 먹는데
그 모습을 흐뭇이 바라보는 할매 손녀 바보
내게도 커다란 그릇에 하나가득 국수를 말아주기에 아주 맛있게 먹다가 잠시 생각하니 가만....
그전에 언젠가 밥상을 차리는 숙을 보다가 갑자기 밥 말고 다른게 먹고 싶어진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창 밥을 푸고있는 숙에게 다른 음식을 달라했다가 바가지 한번 푸짐하게 긁힌적이
있으렸다?
주는대로 (처)먹지 귀찮게시리 뭔 잔말이 많으냐고 했던가?
아님 그냥 굶겨 버린다고 공갈 협박을 했던가 아마 그랬지?
암튼 좋은소리는 안나왔고 그날 난 본전도 못건지고 밥만 꾸역 꾸역 목뒤로 넘긴적이
있었단 말이다.
근데 오늘은 밥상을 차리던 중도 아니고 다 차리고도 손녀가 국수를 먹고 싶댄다고
잔소리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지만 국수를 끓였어?
다른 두녀석은 찍 소리없이 잘 먹고 있는데 한놈이 끓여 달랜다고?
그럼 난 손녀덕에 나발,
아니지.
국수 얻어 먹는거야?
공연히 묻지 않는게 나앗음직한 질문을 미련맞게 던져본다.
"어이 숙."
"그러니까 밥 차려 놨는데 손녀가 국수 달라니까 얼른 끓여 줬지만 내가 해달라면 안해줬겠지?"
그러자 이런 고약한 사람봤나.
조금도 망설임없이 대답이 튀어나온다.
"그야 당근이지."
에휴,
이걸 손녀덕에 얻어 먹는다고 손녀에게 고맙다 해야하나?
아님 조용히 한그릇 비우고 밥상 머리에서 곱게 사라짐이 현명한건가.
하여튼 굴러온돌이 박힌돌 어쩌고 하더니 내가 딱 그모양이다.
저 손주놈들 때문에 내 위치가 아주 바닥이된지 참 오래됐다.
아,
그래도 예전엔 내가 이 집안에 왕이었던...........것 같은데.
그리워라.
옛날이여.... 흑흑흑.
지금 할수있는 일이라곤 얼른 저녀석들을 키워서 내 보내야 내 위치를 수복할수 있을려나?
고약한 딸내미는 왜 세놈씩이나 낳아 가지고.... 쩝.
에휴,
고맙다.
큰 손녀야.
네 덕에 국수 자~~알 먹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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