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찍기, 그리고 찍히기.

인천백작 2018. 3. 8. 21:13

사진을 찍는답시고 10여년을 주말마다 마누라 새끼에다 홀 아버지까지

팽게치고  직장생활 하는 주제에 주말마다 전국을 10여년동안 누비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개인전은 못열었지만 단체전에 한구석에 작품이랍시고 몇점 걸어본적도 있었고,

그런데 몇년 지나서 그 사진들을 찬찬히 보고 있다보면 이런정도의 사진을

작품이랍시고 걸었었나 생각하면 혼자서 얼굴이 붉어지는 경험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

네 작품 내놔봐라 하면 내놓을게 한점도 없이 허송세월만 보내고 말았다.

 

누드사진?

두어번 찍어 봤었는데  진작에 포기해 버렸다.

도대체 아름다운 여체와 그 주변을 조화롭게 표현할 그런 눈이 전혀 떠지질 않아서다.

 

그래도 굼벵이 구르던 그 시절에 조금 그 솜씨랄것도 없는게 남아서인가?

 

필름 카메라를 끝으로 사진찍기를 중단 했었는데 아무래도 기념 사진정도는 남겨야되지

않겠나 생각에 비싸진 않지만 그럭저럭 화질은 괜찮은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 한대 사가지고

여기저기 동창회며 동호회등에 다니며 나름대로 열심히 찍었는데 그럭저럭 호응이 괜찮으니

그나마 고맙게 생각하는 중이다.

 

근데 이게 말이다.

사실 사진중에 제일 어려운게 인물사진 아닌가 생각 되는데 그것은 아무리 잘 찍어도 실제 인물의

80%이상을 제대로 표현해 내질 못한다는 것이다.

 

혹여 누군가 만났을때 상대방이

"사진보다 실 인물이 헐 낫네요."

라고 말한다면 그건 확실히 사진이 제대로 잘 찍히지 않았다는것과 같지 않을까?

물론 듣기 좋으라는 립써비스 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이건 사진을 찍는답시고 이리 포즈 잡아라, 저리 돌려라, 이렇게 웃어봐라 등등.

별별짓을 다해가며 사진을 찍을때는 몰랐는데 이게 찍어만 봤지 나 자신이

찍혀 봤어야 말이지.

 

막상 내 카메라를 다른 이에게 주고 찍어달라 해놓고는 어떻게 웃어야 할지, 어떤 포즈를

잡아야할지 정작 내 자신은 모르겠더란 말이다.

 

그렇게 찍힌 사진을보면 이건 웃는답시고 얼굴 전체에 주름이 깊게 파여 있질않나,

포즈는 왜또 그리 엉성하던지.

웃지않고 찍힌 사진보면 영락없이 양쪽에 추욱 처진 입술하며.

이게 사람 입인지 메기 주둥인지 구분이 안될 지경이니.

 

그래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포즈와 표정 연습을 했었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에 제법 그나마 예전 사진보다는 좀 나아진것같다.

 

ㅎㅎㅎ

 

이젠 자주 찍혀도 볼라구.

혹시 카메라 가지고온 친구들은 나도 열심히 찍어주길 부탁할께.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