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를 키우고있는 사람들이야 다들 잘 알고있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내자식 기를때와는

같은 경험 이면서도 전혀 다르게 그 감흥이 다가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여라.

 

이빨 한개 한개 나오는것도 그렇지만 이제는 돌이 지난지 한달이 다 되어가다보니

제법 아장 아장 걷는폼이 이것저것 뒤집어놓는 말썽의 범위를 넓히는데 아주 그만이겠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거지?

그저 작게만 보이던 녀석이 어느새 한눈만 조금 팔다보면 주방 식탁 상판 모서리에 맛빡을

찧고는 멍이든 이마를 짚으며 앙앙 울정도가 돼있다니 원.

 

이녀석 기르면서부터 밤이되면 우리 아내 어이 숙에게는 숙제 하나가 더 생겼다.

요녀석이 얼른 잠을 자야 나머지 가족끼리 무언가라도 시간을 가질테니 이놈을 얼른

재우는것 말이다.

 

그런데 이녀석이 칭얼거리며 하품을 찍찍 해대면서도 분위기가 즐거워서인가?

영 잘생각을 하지않는다.

 

그럼 아내는 분유를 타가지고 아이를 안고는 작은방에 들어가 우유를 먹이며 토닥거려

재우고는 아이가 깰세라 문을 살짜기 열고는 살곰살곰 거실로 나오는게 저녁에 해야되는

일상의 하나가 돼버렸던 것이다.

 

며칠전,

 

그날도 딸 내외와 우리부부 함께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술도한잔 했겠다.

술에 제법 반응을 보이는 우리 아내는 드디어 칭얼대기 시작하는 아기를 데리고 우유병을

들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딸 내외와 나는 이사람이 아이를 재우고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아무래도 평소보다는 좀더

시간이 걸리는것 같은데 애가 안자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드디어 문이 살그머니 열린다.

"음. 드디어 재우고 나오는구나."

 

나오는 사람이야 당연히 누구일것이라 짐작하고 문쪽을 바라보던 딸 내외와 나는

그만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문을 살그머니 열고는 살곰살곰 나오고 있는것은 아내가 아니라 외손녀 아닌가?

아직 조금은 어색한 걸음걸이로 대똥 대똥 걸어 나오는 우리 손녀.

거기에 예의 빠지지않고<음, 드디어 재우는데 성공.> 이라는듯이 씨이익 웃어대는 처키

(악마의 영혼이 깃든 영화속 인형) 의 사악한(?) 심술미소.

 

그모습을 보면서 나와 딸은 동시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뭐야?"
"할머니 재우는데 성공한겨?"

 

맙소사.....

도대체 누가 누구를 재우고 나오는거야?

이제는 재우는것 까지도 임무 교대한겨?

정말 크기는 많이도 컷네그려 응?

 

잠시후 꺼푸스스한 얼굴에 반쯤 감긴눈으로 나오는 우리아내.

"에효."

"저녀석 재운대다가 내가 먼저 잠들겠네."

 

에구, 숙.

어디 그러다가 애나 재우겠어?

앞으로 졸리면 손주에게 재워달라 그러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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