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어쩐지 미덥지 않았던 아내의 사골국물.

인천백작 2012. 3. 1. 15:04

벌써 몇달전에 있었던 얘기지만.....

 

더 정확히 말해서 지난 2월 25일 토요일 저녁에 아내가 말했었다.

일요일에는 축산전문 상가에가서 소 사골뼈좀 사오자고.

왜냐고 물었더니 그당시 임신중인 딸에게도 먹이고 당신도 이기회에 몸보신좀 시켜준대나

어쩐대나.

 

"아고, 이게 왠 떡? 아니 사골이냐?"

싶어서 군말않고 저 변덕쟁이 맘 변하기전에 얼른 26일날 이곳 오산의 축산 상가에가서

제법 커다란 사골뼈에 곁들여서 기왕 사오는김에 쇠고기도 푸짐히  사와 가지고는 저녁에

딸 내외까지 불러서 아주 푸짐하게 쇠고기 파티를 했었다.

 

드디어 사골 고는 냄새가 사방에 소문을 내려는듯 퍼져나갈때 그걸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나를보며 아내는 선언하듯 말한다.

 

"그러니까 푸욱 끓여서 국물 만들어 놀팅께 내가 외출하면 덥혀서 밥 먹으라구."

"알았지?"

 

엥?
그럼 뭐야?

그러니까,

지금 사골을 다리고 있는이유는 앞으로 마나님 외출할때 푸욱 끓여놓고 나가면 이 불쌍한

영감탱이 혼자서 이걸 덥혀서 밥먹으라고?

 

늙어서 마누라 외출할때 어디가느냐 물어 보는건 말할것도 없지만 거기에 더해서 같이 따라

가겠다고 떼 쓰다가는 얻어 터지게되니 그나마 먹을거라도 만들어놓고 나가는걸 고맙게

여기라더니  그게 남의 일만이 아니었다 이거렸다?

 

아하 이고~~오.

아무리 내가 백수가 되었다지만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사골이나 다리고......   으~~~

 

백작이 글자 하나바뀐 백수가 되었다고 벌써 대접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유수같이 흐르는 세월을 원망할까,

아니면 사골이나 끓이는 마누라를 원망할까. 흑흑흑.

공연히 몸보신 시켜준다고 좋아했더니 말짱에 꽝이구나. 으앙~~~

 

암튼,

그일을 계기로 얼른 맘을 고쳐먹었다.

백수에서 얼른 글자하나를 다시고쳐 백작이 되기로.

 

효과가 있었나?

그후에 아내는 나혼자 남겨 놓기는커녕 어디 갈때마다 꼭 붙들고 다니더라.

물론 지금 이글을쓰는 6월 하순.

난 백수에서 백작으로 되돌아왔고. ㅎㅎㅎ

 

사골국물?

예전에 작살난지 오래됐지? 아마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