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이공간에서 동갑이란 동질감 하나가지고 모여서 정을 나눔에 이만큼 즐거운일도
드물것 같구나.
지금 이나이에 어디가서 이 많은 친구들을 만날수 있단말인가.
거기에 더해서 서로 끈끈이 신뢰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하는 멋진 우정의 얘기를 들을때마다
그일이 내일인양 흐뭇해 지는것은 이공간이 아니면 불가능하리라.
예를들어
바자회한다고 발표하니 자기 가게에서 김을 가져다 팔아보라는 연락을받고 가긴했지만
사실 얼굴조차 처음본 사이.
그래도 친구란 이름으로 200 여만원어치의 김을 대량으로 나중에 팔아서 갚으라며 망설임없이
내어주니 같이간 동료가 얼마나 친하면 그러느냐는 질문에 처음본 사이라 말하니 까무러칠 지경.
물론 이공간에서 그런것을 빙자하여 좋지않은 일이 있었음에는 가슴 아프지만 사람 사는곳엔
어디든지 남의 등을 쳐먹는 사람이야 있기 마련이니 꼭 이공간 탓이라 말하고 싶지않다.
우리 가족이 아이들 어렸을때엔 과일도 잘 먹어서 귤 한박스를 사다놓으면 3일만에 아작을 내더니
이젠 다들 커버려서 그러는지 집에 과일이 있어도 썩어 나가는한이 있더라도 잘 소비가되질 않는다.
이런일 저런일로 과일이 많이는 아니지만 가끔 들어오는걸 마다하기도 그렇고하여 받아놓으면
영 먹게되질 않기에 아내에게 제안을 했었다.
식사때마다 집안에 있는 과일을 무조건 한개씩 깍아서 내놓아 후식으로 먹게하라고.
일단 깍아서 내놓으면 누가먹던 먹게되니 그렇게해서 과일을 소비하게 되더라.
작년 이맘때.
우리방 교환매매방에 제주도산 감귤을 홍보하는 글이있기에 아내에게 말하니 믿을수 있느냐 묻는다.
당연히 내가 보증할만큼 믿는다 했지만 사실 나조차도 얼굴도 못본사이.
사실 시중에서 귤을 사보면 잘 알겠지만 겉면은 뺀질 뺀질 윤이 흐르고 탱탱해 보이지만 막상
잡아보면 말라당 거리는게 까고나면 풍선에 바람빠지듯 껍질이 푹 꺼지며 알맹이가 굴러 나오는게
그저 달콤 싱겁기 그지없는 귤.
거기에 열흘을 못넘기고 박스의 밑에 있는것부터 시커멓게 썩기시작하여 먹지 못한것은 버릴수밖에
없던 그런것들.
일단 홍보한 사람에게 전화했다.
어부와 등대.
허!
그런데 이친구.
걸걸하고 쨍쨍 울리는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는데 나도 말많기로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사람인데도
한 10분동안에 내가 한말이라곤 응, 어, 그래서? 이 세마디가 전부 다이다.
우다다다다다.... 따발총을 갈겨도 그렇게 쉬지않고 갈길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자기 할말만 좌악
늘어놓는 이친구.
하여튼 입심이나 정력이 대단한 친구란걸 단번에 알겠더라.
그래도 꾸밈없는 진솔함이 느껴지는 멋진 친구란 생각이다.
암튼 그친구의 장황한 연설같은 내용은 그곳에 귤은 농약을 안쓰기 때문에 썩지를 않는단다.
그리고 당도가 어떻고 산도가 이러니 저러니 우르르르르 쏟아내는 말속을 뚫고 일단 10kg짜리
두박스를 신청했고 또 얼마후 도착했다.
모양이나 포장 방식 같은것은 내가 일일이 설명할게 아니고 암튼 일단 한개를 꺼내어 까 입에
넣으니 여태껏 먹어보던 그런 싱겁 달짝한 그런맛이 아니더란 말이다.
탱글 탱글하게 속이꽉찬 알갱이에서 톡 터지며 나오는 과즙,
입안에 번지는 귤 특유의 풍부한 향기,
암튼 그것은 덜 익은걸 따서 억지로 익힌것과 아예 나무에서 익은것을 딴것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하는것을 보지않아도 알것 같더라.
그다음에는 아무래도 아이들은 나가있고 중늙은이 둘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나.
이웃에 나누어주고도 상당량 남은것을 그냥 박스째 베란다에 내놨는데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
귤이 조금씩 수분이빠져 마르긴 하더라도 결코 썩지를 않아서 두고두고 먹는데 지장이 없었다.
올해엔 아내가 묻는다.
"작년에 귤 팔던 그 친구분."
"올해는 안판대요?"
그러고보니 알아보지도 않았네그려.
그렇게 아내가 며칠 간격으로 두번을 질문한 그 다음날.
예의 그친구와 뭔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냅다 전화가온다.
아무려면 그 친구가 어디가나?
예외없이 수화기를 두들기는 따다다다다다다......
결론은 타이팩인지 타이어 바퀸지 하는종자를 수확하니 올해도 이용할거냐고 묻는다.
우리 마눌이 4박스 신청하라 한다니까 이친구도 참.
"그렇게 많이 해서 뭐할라꼬 그러나?"
"우선 조금 하고선 다음에 신청하면 될걸."
원참, 많이 팔아준대도 머라카네. 허허 참내.
그래서 4박스를 구입했고 지금 철딱서니없는 아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운 상상에
빠져있는 중이다.
"응,, 이걸 깨끗이 씻어서 설탕부어 발효시킨 액기스 만들어 내년 6월달에 나오는 우리 외손자
이유식 만들어 줘야징..."
아이고.
내년 6월이 해산 예정이라도 아직 7개월이나 남았다 이사람아.
거기다 이유식 만들어 먹일려면 또 얼마나....?
암튼 그래도 좋단다.
흥얼 흥얼 콧노래부르며 세면장으로 씻으러 들어가는 아내를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벗님들.
타이팩인지 타이어바퀸지 제주감귤,
안 사실라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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