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내는 친정에갔다.
한겨울의 중턱인 1월달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이때에 노인들 건강이 많이 상한다는데
올해 83세의 장모님도 예외는 아니신지 깊은 병환에 시달리시는 중이고 그래서 그러신가?
아무래도 가장 사랑스럽다는 셋째딸인 내 아내가 제일 보고 싶으시다며 자주 불러 내리신다.
그런날에는 이 셋째 사위놈이 독수공방에 홀아비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나 그러시는건지 원.
더구나 내일부터 4일동안 연휴가 이어지기에 아내와 겨울산 등산계획도 짜놨구마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전화로 엄마가 찾으시니 가봐야 된다고 한마디 해놓고 날라버리면 그 휴일
동안 나혼자 뭐하고 놀으라고,
쩝쩝쩝....
이젠 정년이 가까워진 요즘엔 저녁 늦게까지 업무와의 씨름을 할것까지는 없을만큼 업무를
후배들에게 많이 이관해주어 일찍이 퇴근해도 될만큼 한가하니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후에
태권도장으로 향하였다.
초등시절부터 약한몸을 단련 한답시고 시작한 태권도가 어느덧 40여년을 넘어서 8단이라는
등급에 제법 나이좀 들었다고 이계통에선 원로급 대우를 받으니 세월도 참 ....
태권도를 수련함에 젊은 시절보다야 날렵함은 많이 무뎌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세월과
함께 늘어나는 노련함은 그 젊음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데 아무래도 나이는 못속이는가?
아내와의 베겟머리 송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나이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구나.
그러니 아내도 마음놓고 남편 혼자 남겨놓고는 친정엘 가는게지.
남편의 능력(?)을 잘 아니까 말이다.
허허허....
올겨울에는 몇십년만에 혹한이 어쩌구 할정도로 추운날이 연속인데다 제법 많은눈이 내렸다고
연일 뉴스에서는 난리법석이다.
추울때 단골로 나오는 뉴스중엔 수도 계량기 파손이 어떻고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저렇고
난방비가 사상 최고치니 어쩌니 참 요란도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에 들어오니 매일 맞아주던 사람이 없다는것이 이렇게도 썰렁한 분위기로
연출됨을 실감하며 일단 샤워하고 식탁에 홀로앉아 꺼내온 와인병을 마누라대신 앞에놓고
술잔을 기울인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혼자누우니 그또한 썰렁하기 그지없구나.
썰렁한 침대에 홀로누워 내일부터 뭘하고 놀까 생각하다 깜빡 잠속에 빠져드는데............
꿈인가?
생시는 분명히 아닌데 비몽사몽간에 들리는 애절하게 나를 부르는소리.
산은 산인데 이렇게 깊은 산에서 누가 나를 그리도 애타게 부른단 말인가.
그런데 손짓하며 간절히 나를 부르는 저사람은 흰 두루마기의 노인인가? 아니면 여인인가.
그 모습도 희미한데 어째 부르는 저 소리는 그리도 애절하단 말인가.
밤새 뒤척이다 창문에 희미한 빛이 비쳐들때 띵한 머리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일어났는데
간밤에 꾸었던 꿈같지않은 장면들을 생각하며 또 혼자서 아침밥을 먹었다.
식사후에 커피한잔을 앞에놓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다가 갑자기 불끈 치솟듯이 떠오르는 욕망.
왜 그런생각이 들었는지 지금도 도저히 감조차 잡을수도 없지만 그때엔 무슨 숙명같이 내게로
급격히 닥치는 그런 욕망.
그것은 큰산에 등산을 가고싶다는 그것이었다.
어느산?
두번 생각할것도 없었다.
설악산.
꿈속에 보이던 그산은 분명히 설악산의 공룡능선 이었고 그 여인인지 노인인지 나를 불렀던
그사람이 서있던 그 바위.
그것은 설악산 공룡능선의 마등령을지나 신선대 부근에서 아내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보았던
바로 그 바위였던것이 또 생각나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등산 준비를 하면서 이것저것 배낭에 챙기는데 왜인가?
분명히 혼자가는 산행인데 이것저것 방한복이며 양말이며 아이젠에 스틱까지 한사람분을 왜
자꾸만 더 넣고싶고 또 넣어야만 할것같은 이 기분은 또 뭐란 말인가.
이런저런 장비를 더 챙겨 넣으니 제법 두둑하고 큼지막한 배낭꾸러미가 되었고 그것을 힘든줄도
모르고 차에 싣고는 오전 늦은시간에 설악산 설악동입구로 차를 몰았다.
설악동 입구에서 차를몰고 들어가려니 이들은 언제까지 등산객을 갈취(?)할건가?
문화재 관람료라 그럴듯하게 이름붙인 보지도않을 문화재의 관람값을 치르고 찝찝한 기분으로
들어가 설악호텔에 주차하고 내려서 일단 눈앞에 보이는 웅장한 설악산을 올려다 보았다.
도대체 누가, 무슨일로, 왜 하필이면 그많은 사람중에 나를 이곳으로 불렀단 말인가.
아무튼 내일이면 그것을 알것같은 예감을 느끼며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아직 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우선 커피숖에들려 커피한잔을 앞에놓고 탁자에 앉아서
무심코 눈을 돌리는순간.
화악 꽂히듯이 내눈에 들어오는 한 여인.
동시에 눈이 마주친 처음본 여인의 나이는 30대 중반정도?.
앉아있기는 하지만 짐작에 신장이 약 165cm 정도에 약간은 토실한 몸매를 가진여인.
동그란 형상에 제법 미인이라 평할만큼 미모를 갖춘여인.
잠시후 당황하는 그여인과 나는 동시에 얼굴을 돌렸지만 왜인가?
결코 가볍지않은 어떤 인연의 끈같은것이 그여인과 나사이에 연결된것같은 이 기분은.
여지껏 살면서 처음보는 여인에게서 이런 기분을 느낄때가 다 있다니.
무슨 주책인가싶어 얼른 생각을 고쳐보려 하지만 뇌리에서 맴도는 그여인과의 어떤끈.
쉽사리 떨쳐지지가 않는다.
다음날 새벽 4시 정각.
요란한 휴대폰 알람소리에 깨어 일어나 주섬주섬 등산장구를 챙겨입고 전날 저녁에 예약한
식당에서 깔깔한 입맛에 잘 들어가지도않는 식사를 마치고 또 주문해놓은 도시락을 챙겨들고
흰눈이 두텁게쌓인 밖으로나와 어제처럼 설악산을 올려다본다.
아직 어둠이 짙게깔려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저곳에서 그 어떤 운명 같은게 나를 기다리는지
사뭇 궁금해하며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힘차게 발걸음을 산을향해 내 딛는다.
에~~~.
2편은 언제쓸지 나도 모르겠고 여기서 말한 태권도 8단이니 뭐니 하는소리는 결코 현실의
내가 아니니 오해는 말기를...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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