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늑댄지 도둑놈인지 어떻게알어?

인천백작 2011. 3. 3. 10:29

재작년 겨울 그 추운날에 눈이란놈이 무지무지 밤늦게 쏟아지니 내린눈은

그대로 얼어붙어 맨질맨질한 빙판으로 순식간에 얼어버렸고  그 덕분(?)에

도로에는 졸지에 거북이와 경주하는 거북이 사촌들이 넘처 나던날.

 

그날따라 나도 일이 늦게끝나 밤 10시경에 회사를 나설수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회사는 큰 도로에서 작은 샛길로 2킬로쯤 가야하는데 이길은 폭이 

좁은관계로 승용차 두대가 교행은 할수있지만 중앙선을 그을만큼 넓지 못하고

그나마 보행자가 있으면 그사람이 길 곁으로 피하기전엔 승용차의 교행조차

불가능한 그런 좁은도로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초저녁부터 내린눈이 얼어붙으니 그시간까지 그 길에는

오고가는   차량이 꼬리를 물었는데 나라고 별수있나?

앞차를따라 살금살금 진행하던중 앞을보니 여인들 4명이서 걸어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 여인들.

교행하는 차를 비켜주느라 잠시 섰더니 자기들을 태워주려 선것인줄 아는지 대뜸

뒷문은 벌컥 열더니 다짜고자 올라타는게 아닌가?

 

참 난감 하더구만.

왜냐?

그렇게 인심좋게 태워줬다가 재수없이 사고가 나게되면 운전자가 그 피해를 몽땅

물어줘야 된단다.

그러니 인심인들 맘놓고 베풀수 있을것이며 그렇다고 공용 차량은 택시고 버스고

몽땅 끊어진 마당에 그 추운날 그래도 내차에 탄 사람들을 그 길에 내리라 할수도

없고....

 

그래서 그전에 들은대로 미리 말해주었다.

"만약 그런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가다가 사고나더라도 전 책임은 못집니다."

아, 그런건 걱정마시라는 그 여인들의 다짐을받고 방향을 물어보니 바로 우리

아파트 근처란다.

 

작은도로를 기껏 비집고 나와보니 큰길도 기어가긴 마찬가지.

평소에 10분 걸리던 그길을 자그마치 1시간을 족히 걸려서야 간신히 올수있었고

고맙다 인사하는 그녀들에게 공연히 사고가 어쩌네 했던말이 미안해지는 순간

이었다.

 

자 여기서.

그전에 사건사고를 말할때 지금처럼 남의 호의를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나쁜놈들이 참 많았으니 그런호의를 베풀기도 많이 망설여 지더란 말이다.

하긴 좋은놈(?)이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겠지만.

 

그러니 시골길을 운전해 가다가도 여자가 한둘이면 손들때 태워주지만 남자들이

손을들면 그대로 가버리는 나를 나쁘다고 말할수만은 없지 않겠나 싶다.

 

거기에다 혹시라도 연로한분이 걷는다하여 태워주다가 오르고 내리는중에 자칫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을 몽땅 뒤집어쓰게 되어있으니 참 세상 인심을

이놈의 법이란게 너무도 나쁘게 오염 시키는게 아닌가하여 마음이 쓰리구나.

 

또 그리고.

아내와 함께 가다가 여인이있어 차를 세워주면 그냥저냥 올라타는데 나혼자 운전해 가다가 혹시라도 차를 세워주면 잠시나마 머뭇거리는걸 볼때엔 내가 왜 이런 오해 받을짓을 하고있나 싶어서 은근히 신경질이 날때도 있더라.

 

나이든 여인이 무거운 보따리를 끙끙거리며 들고 가는것이 안쓰러워 들어줄라치면 그전에는 고맙다며 미안해 하면서도 얼른 맡기더니 이제는 우선 경계의 눈빛을

번뜩이며 오히려 보따리를 꽉  움켜 잡으니 도와주겠다 다가섰다가 머쓱할때가

몇번 있고는 다음부턴 누가 무거운걸 들었거나 말았거나 무심한척 지나치는 내

자신이 인간미가 싹 가셔버린 삭막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하긴 그들의 입장에서야 들고 튈놈인지 정말로 들어다 줄 분(?)이신지  어떻게

알겠는가싶어 이해는 하면서도 그 서운함이라니....

하기사 차 태워 준답시고 잡아먹을 늑대인지 어느새 돌연 일변하여 강도짓을

할른지 어떻게 알까마는 말이다.

 

그러니.

호의를 베푼답시고 접근했다가 일단 의심부터 받을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긴

한다마는 뭐놈의 세상이 이리도 삭막해져 버렸는지 참으로 안타깝구나.

앞으로 언젠가는 의심없이 주고받으며 푸근한 인심을 나누는 그때가 다시 오기나

하려나?

 

점점 세상인심이 삭막해져 가는것같아 아쉬워서 한글자 써봤다.

그래도 나 한사람이라도 그런 인심의 밑바탕을 남겨 두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출처 : 인천백작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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