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내 생애에서 가장 고약했던 두 친구.

인천백작 2012. 5. 4. 07:40

친구,동무,우정.

 

연애, 애인. 사랑 만큼이나 감미롭고 그리움이 물씬한 그런 단어 아니던가?

아무리 어려운 세상사에 부딪쳤어도 진솔한 친구가 곁에있어 용기를 북돋워

준다면 그 어떤 어려움인들 헤쳐 나가지 못하겠나.

 

그런데 친구도 잘 사귀어야 득이 될것이며 잘못된 친구를 사귀다보면 그 인생

자체에 커다란 흠으로 남는다는걸 깨우치는데 왜 이리도 오랜시간이 걸렸는지

지금 생각해도 내 자신이 아리송하기 그지없다.

 

그 친구들을 사귀던 그 시절만해도 정말 내게는 진솔하고 내게 꼭 필요하며

그들이 내곁에 없다면 정말로 이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을 모두 잃는줄만

알고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부터 그런 친구는 얼른 곁에서 떼어내라고 많은 사람들이

충고하고 때로는 얼른 떼어내지 못한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 하리라고 협박

비슷이 말할때에도 난 결코 그 친구들을 멀리할수가 없었다.

내게는 아주 꼭 필요한 친구인줄만 알았으니까.

 

지금,

그친구들중 하나와는 완전히 헤어졌고 이제 한친구마저 떠나보내려 하는지금.

정말 그친구들은 친구라 칭하기에도 부끄러울만큼 내게 큰 이득을 주는척 하면서

나도 모르는새에 내게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고 커다란 손해를 입힌 천하에 못된 그런

존재인것을 지금에라도 알았음을 그나마 다행으로 알아야할까?

 

자,

이쯤 말했으면 그 친구란 것들이 무엇인지 이미 짐작이 갈것이다.

 

바로 담배와 술.

그놈들이다.

 

이놈의 담배.

18살 되던해에 친구가 피워물고 입과 콧구멍으로 힘차게 내뿜던 그 담배연기가

어찌나 멋있게 보이던지.

 

발동하는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친구의 담배를 얻어 가지고는 기침을 쿨럭 거려가며

아주 어렵게 담배를 배웠다.

그 누군가 나도 그렇게 멋지게 봐주려니하는 엉뚱하고도 멍청한 생각으로 말이다.

 

그놈이 자그마치 45년을 곁에서 냄새를 폴폴 피워가며 주머니 돈을 털어내고 내 건강을

해쳐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던지.

 

2006년 12월 16일.(날자도 안 잊어 버린다.)

T.V에서 담배의 해로움을 방송하는걸 본 아내가 중얼 거린다.

"당신도 담배를 끊어보면 어떨까?"

 

그전까지 몇번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금연.

그런데 그때는 왠지 모르게 성공할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금연 보조껌이 있으면 해볼만 하겠는데...."

 

세상에나...

다른 일이라면 이리저리 꿍시렁 거리면서 궁둥이를 뗄 생각조차 않하던 우리 숙.

냉큼 일어나 후다닥 나가길래 저사람이 어딜 그리 급히가나? 했었다.

 

잠시후 찬바람과함께 쌩~하고 들어온 아내손에 들린 금연 보조껌.

꼼짝없이 콧뚜레 꿰었지 뭐.

 

그래서 시작했고 금연에 성공했는데 금연전에 제일먼저 걱정 되는것은

담배끊고 무슨 재미로사나...였다.

근데 끊어 보니까 오히려 피울때보다 더 즐겁고 행복해 지는걸 실감하면서

왜 이런걸 진작에 하지 않았으며 그 고약한놈을 내가 왜 배웠던가 의아 하기만하다.

 

그래서 친구라 칭하기에도 고약스러운 담배란놈을 그렇게 보내버렸고

이제 두번째로 내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주 고약한놈을 이제 정말로

떠나 보내려한다.

 

다른놈이 아니라 술.

바로 그놈이다.

 

도대체 이게 조금 먹던가 가끔이나 먹어야지?

매일 저녁에 아내와 둘이앉아 술한잔씩 나누어야 잠을 자는게 아주 생활속에

꾸욱 박혀 버린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다.

 

회사에서 신체검사 할때마다 간의 수치가 오버되어 간장질환이 의심된다며

재검을 꼬박 꼬박 받으면서도 이놈의 술이란걸 도대체 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침에 찌부드드하게 일어날때엔 이놈의 술을 오늘 당장부터

안먹을것처럼 아내와 투덜 거리다가도 저녁만되면 자동으로 술상이 봐지고

마주앉아 잔 부딪치며 헤드가 빙빙 돌때까지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야만

끝나는 술자리가 매일 벌어지니 지가 견딜수 있었겠나?

 

혈압 관계로 한달에 한번씩 다니는 한방병원의 연세가 지긋하신 노의사가

혈액검사를 몇달전에 해보더니 지방간 수치부터 정상치의 두배라.

이제 술좀 그만하라 충고하는것을 충고한다고 그만할것 같았으면 여지껏

마실리가 있겠나?

 

그래도 끊어 본답시고 이공간에도 몇번을 올렸었다.

나 오늘부터 금주에 돌입했다고.

그리고는 짧으면 3일,

길어야 5~6일만에 항복 선언을하고 또 술병을 아내 다음으로 사랑스레 안게되기를

수차례.

그러면서 머리속에서 떠나지않는 의문하나.

"담배는 어렵게라도 끊었는데 왜 이놈의 술은 끊지를 못하는가?"

 

그러다 3월말에 의사의 권유에따라 다시 혈액검사를 하였고 5월 2일날 그 결과를

보았더니 글쎄............

이건 완전히 사형선고 다름이 아니지 않는가?

 

수십가지 항목중에 정상치의 두배이상이 1.

3배이상이 2.

지방간 수치는 자그마치 8배나....

 

그날 그 차트를 본 직후부터.

술에대한 결단을 못내리고 그지경이 될때까지 도대체 그렇게도 의지가 없느냐.

술좋다고 마시다가 생명을 잃는다면 그보다 더 즐거울게 있을것이냐.

간은 소리없는 살인자이며 죽어도 혼자서 곱게 죽는게 아니란걸 모르느냐 등등....

 

마구 꾸짖어대는 그 노의사의 꾸지람은 이미 내 귀곁에서 비껴나가고 있었다.

그보다 더 크게 내 귀를, 마음을 흔들어대며 내면 깊은곳에서는 더욱 큰 꾸지람이

벼락 천둥처럼 마구 진동하고 있었다.

내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내 스스로를 꾸짖는 내 내면의 꾸지람이었다.

 

"도대체 너란놈의 의지력은 이정도밖에 안되는 놈이었더냐?"

"네 몸은 너 하나만의 소유물이 아님을 모르고 있었더냐?"

"네놈 하나가 잘못된다면 네 주변도 함께 무너지는걸 몰라서 이지경에 왔더란 말이냐?"

"에라이 천하에 못난놈아."

"앞으로 네가 또다시 술을 입에 댄다면 내 자신이 너를 버리고 말리라."

 

그 노의사는 한달후에 보자며 간장약을 처방해 주었고 단단히 겁을 주는걸 잊지않았다.

"이약을 복용 했다고해서 낫는다는게 아니라 나을수 있는지를 보려는 것이니 한잔도

 술을 드시면 안됩니다."

 

의사들이야 항상 최악의 경우를 말하며 환자 자신과 가족들의 혼을 쏙빼는 달인들이라

알고는 있지만 내가 생각해도 일년 365일동안에 350 일 이상을 음주한다는건

정말로 너무해도 진짜로 너무한다는데 이의가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절대로 술이란 친구 같지도않은 친구를 이제 영원히 떠나 보내려한다.

한편에 은근히 앞으로 무슨 재미로사나 걱정도 하면서.

하지만 한가지 확신 하는것은 담배를 끊었더니 피울때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더라

하는것이니 술?
그놈을 끊고나면 또 다른 즐거움과 행복이 있을것이라 확신한다.

 

혹시 몇몇 친구는 이렇게 말할수 있을것이다.

"흥! 그래봐야 작심 3일이지 뭐."

 

한가지 다행인건 그전에는 술을 끊는다 해놓고도 입맛이 짭짭하니 술생각이 간절하여

억지로 참다가 누군가 곁에서 짭!짭! 소리만내도 홀까닥 넘어가 도로아미 타불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 5일째.

아직까지 술을 마시고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니 참으로 다행이다싶다.

 

앞으로 나랑같이 술마실 기회를 빼앗긴 벗님들아.

 

섭섭할지 모르지만 좀 도와주게나.

그저 저놈은 애초에 술이란걸 못마시던 놈이라 생각하고 말이지.

 

근데,

남자가 술,담배를 하지않으면 속좁은 밴댕이에 쫀쫀하다 그러던데.....

혹시 내가 그렇게 되는게 아닌지 모르겠네.

 

뭐?

첨부터 그런 사람이었으니 걱정말라고?

 

에 라 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