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만으로 3살때일을 기억한다 한다면 믿어줄사람 있을려나?
하지만 믿어주거나 말거나 중요한것은 그때일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당시 내가 무슨 충격을 받아서 기억하는걸까?
사람은 충격받은일은 오랫동안 잘 기억한다면서?
하지만 4살짜리가 충격을 받았으면 얼마나 받았을려고.....
그런 충격 요법이라나 뭐라나?
내 중딩시절 영어 선생님은 충격요법을 쓰신다며 단어를 못외우는 학우에게
다가가 그 학우가 못외운 단어를 말하시면서 작은 몽둥이로 그 학우의 머리통을
통 소리가 나도록 때리셨는데 나중에 그 학우에게 물어보면 맞는데 신경쓰다보니
외운것까지 다 까먹었다 하더라만.
내가 지금 여기서 말하려 하는것은 바로 어머니에대한 기억을 말하고자 함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3살때 가을에 시골로 온가족이 이사를갔고 그 다음해 2월,
어머니는 남동생을 낳으셨으며 곧바로 중풍에 걸리시고 말았다.
4살되던 해부터 아버지는 일터로, 6살 연상인 누나는 학교로.
그러면 남아있는 4살짜리 내가 어머니 곁에서 심부름을하며 동생을 보살피며
(4살짜리가 보살펴봐야 얼마나 보살폈을려고.) 하루를 보내는게 생활의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가끔 동생이 먹는젖을 뺏어 먹기도하고 또 가끔은 동생을 밀어내고
엄마품에 안겨도보면 어머니는 그 병환중에도 그리 까부는 아들이 이쁘셨던가?
자상한 미소와함께 포근히 안아주시던 그 따스한 품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구나.
그렇게 나날을 보내고는 찌는듯한 8월의 한낮.
그래도 꼬맹이가 나름대로 일 한답시고 힘들었던가 보다.
한참을 낮잠속에 빠져서 자고있는 나를 흔들어 깨우시며 하시던 아버지 말씀이
지금도 바로 곁에서 하시는 말씀인양 귀에 생생하다못해 쟁쟁이 울리는것같다.
"얘,얘. 인극아."
"일어나라."
"엄마 죽었다."
부시시 눈 비비며 일어나 곁을 돌아보니 빠알간 이불을 덮으시고 고요히 눈감고
누워계시는 어머니.
어린 내눈에는 익숙한 어머니의 주무시는 모습이건만 죽었다니?
"엄마 죽었어요?"
"음.(흑 하는 소리를 목울대로 넘기시는게 느껴진다.) 엄마 죽었다."
내가 어려서 그렇게 말씀 하셨던가?
왜 돌아가셨다 않으시고 죽었다 하셨는지.
그런데 엄마가 죽었다니?
엄마는 지금 저렇게 누워서 자고있는데?
그런데 죽는게 뭐지?
엄마는 자는데.
지금도 놀아달라 흔들면 배시시 웃으시며 나를 꼬옥 안아주실것 같은데?
그런데 저게 죽은거야?
그런데 아버지는 엄마를 건드리지 말랜다.
난 엄마를 깨우고 싶은데.
엄마랑 놀고싶은데.............
잠시후 아버지는 나에게 나가서 있으라 말씀하셨고 내가 나오니 낯이 익숙한
동네 아저씨들 몇분이 방으로 우르르 들어 가시더라.
그날인지 그 다음날인지는 잘 기억에 없는데 어머니 시신 운구가 시작되었다.
가난한 시골생활에 상여는 쓰지못했고 어떤 방식으로 운구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으련다.
운구되어 떠나시는 어머니를 집옆 공동우물 터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게
아버지는 여기에 있으라 말하셨고 그러마 하고는 떠나시는 어머니를 눈으로
배웅하면서도 죽음이 뭔지,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건지, 그 엄마를 또다시
볼수 있는건지 어떤건지 전혀 생각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내곁에서 그런나를
불쌍하다며 흑흑 흐느끼면서 꼬옥 안아주시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이상하단듯이
바라보며 그렇게 그렇게 어린 나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그날 그 시간에 6살 연상이어서 10살이었던 누나는 그래도 뭔가를 알았던가?
이제 6개월된 어린 막내동생을 문간방밖 부엌에서 꼬옥 끌어안고 그렇게
서럽게 울었댄다.
물고 빨 젖이없어 배고파 울어제끼는 그 막내 동생과 같이.
11살 되던해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후에도
어머니없는 생활은 이미 익숙해 있어서 였던가?
그리 불편함은 모르고 성장했지만 마음속 깊은곳에 허전한 어떤 공백은 점점
커져만갔고 그것은 곧 생활속에 허무함으로 다가왔지만 무엇때문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사춘기를 맞아서야 어머니의 자리가 비어있기에 그랬음을 실감하고는
받아줄사람 하나없는 사춘기의 방황을 그 시골 공동묘지의 어머니 산소를 찾아
뵙는것으로 삭히곤 하였다.
그렇게 삭힌다고 그 허전한 공백이 메워질리가 있겠는가.
그저 일부 달래는 정도밖에.
그래서 사춘기시절에 그 누군가가 내게 지금 네 소원이 무어냐고 물었더라면
나는 서슴없이 답했을것이다.
"어머니 품에안겨 포근히 깊이 잠들어 보는것." 이라고.
전자회사에 근무할때에는 가끔 젊은 여사원들 앞에서 강의를 할때가 종종있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이런 비슷한 얘기를 중간에 여담삼아 해놓고는 내가했던말.
"그러게 여러분은 아이를 낳아놓고 일찍 죽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그 아이에게 큰 죄를 짓는거더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여사원 틈에서 한사람이 한숨섞어 내뱉는말.
"에휴~~! 오죽하면 죽겠어요."
하긴,
그 어린 자식놈들이 눈에 밟혀서라도 어디 편안히 눈을 감으실수 있으셨겠나.
정말 오죽하면 그리 떠나셨을려고.........
젠장.
눈시울만 뜨거워 지는구만.
그러게 기억 난다는게 다 좋은건 아니라니깐.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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