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그럼 그렇지, 장인이 이모양인데 사위라고 별거 이껏써?

인천백작 2010. 4. 28. 17:03

역시 집안의 가풍이란건 어쩔수가 없나보더라.

 

여지껏 마누라 눈치보느라 숨소리한번 크게 못내고 내내 숨죽이고 사는것도

괴로워 혹시 사위놈이라도  대찬놈을 맞아들이면 지 마누라(내 딸이지만)에게

큰소리쳐 가면서 사는걸 보는것으로 대리만족이라도 하고살려니...... 생각했다.

 

어느날,

드디어 혼기가 찼다고 데려온 늑대한마리(?)

척 보아하니 덩치도 든든하고 인상도 한승질 해먹게 생겼겠다.

옳거니.

네놈만이라도 집안의 기둥으로 마누라 머리끄뎅이 제대로 꽉 움켜잡고 사는모습좀

보여다오 기대하며 결혼날짜를 잡았고 드디어 딸을 넘겨주었다.

 

결혼시키고 2주일이나 지났나?

밤 11시경 전화벨이 뾰르르릉~~~.

누군가 봤더니 전화창에뜬 <나의딸>.

뭔가 알수없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가운데 뭔일인가싶어 침대에서 머리만 삐죽이

내밀고 바라보는 여우같은 마눌의 눈치를 보아가며 전화기를 집어든다.

 

마누라 눈치보면 척 안다.

혹시 어떤여자한테서 전화라도 왔나...  의심하는 저 눈빛.

근데 알만한 여인은 다 안다.

이 시간에 전화했다간 내 머리끄댕이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쯤을. 흠.

 

전화폴더를 제끼자마자 내가 뭐라할 새도없이 터져나오는 앙칼진 딸의 목소리.

"아빠. 그사람 오늘밤 거기서 재워 보내주세욧."

멍한 상태에서 왜그러냐 묻기도전에 제할말 다했다는듯 끊어지는소리

"짤까닥."

 

"무슨 일이예요?"

묻는 아내에게 이러쿵 저러.... 설명이 끝나기도전에 현관벨이 딩동댕~~~

도어폰을들고 화면을보니 이런....

완전히 기가 팍 죽은 비맞은 늑대한마리. 으으으........

(실제 비 맞았다는게 아니고.)

 

암튼,

집에 들여놓고 어찌된일인가 물었더니 떠듬떠듬 늘어놓는 말을 종합해보니,

 

좀 늦은저녁에 결혼전부터 벼르고있던 신혼군기잡기 빅매치 한판을 드디어 벌였댄다.

누가 먼저랄것도없이 별거 같지도않은 트집을 잡아가지고는 말이다.

부창부수의 시작이다.

 

아, 그런데 이런...

평소에 사근사근하니 애교가 잘잘 흐르기에 신랑인 자기가 큰소리 한방 꽝 하고치면 금방

꼬리내리고 흑흑 울면서 매달릴것이라 만만이보고 덤볐더만 완전히 독이 오를대로 오른

병아리지키는 암탉이 따로 없더란다. 

 

언제 저런 눈매가 있었나 깜짝놀랄만큼 표독스럽게 짜~악 눈을 찢더니만  그 호리호리한

몸매에 언제또 운동을 그리 많이했던지 힘으로도 도저히 당할수 없을만큼 무지막지하게

힘을쓰는데 말이면 말, 힘이면 힘. 도저히 이길수있는 무기가 전혀 없더랜다. 

그렇다고 연약한(?) 여인에게 폭력을 휘두를수는 없고.(고건 잘했다 임마.)

 

오랜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힘이 스르르 빠지는것과 동시에 자기 꼬리가

어디갔나 찾아봤더니 어느새 엉덩이 밑으로 말려 들어가  뵈지도 않더래나 뭐래나.

 

하기사,

지 에미가 남편을 쥐잡듯 잡아가며 사는것을 곁에서 봐가며 커왔으니 남편잡는 고수의

무술은 이미 터득을넘어 체득의 경지에 올라서 있는데다 거기에 더해서 나름대로 연구하고

익힌 새로운 초식을 첨가하니 가히 천하에 무적이라.

감히 어느누가 당해내리요.

 

그러니 초판 신혼 군기잡기 전투에서 사위놈이 초전에 박살 날수밖에.

쩝쩝쩝....

 

겨우 윗도리 하나 걸치고 냅다 현관밖으로 도망나오니 딸내미가 문짝을 있는대로 큰소리나게

꽝 닫으면서 꽤액 소리 지르더랜다.

"오늘저녁엔 들어오지도 말엇!"

 

졸지에 쫓겨난 이놈아,

지네집은 멀리있지요,

가까운 동료네집에 가자니 소위 말하는 쪽팔리지요.

그렇다고 결혼 2주만에 신부한테 쫓겨난 주제에 어딜가겠노?

그저 생각나는게 가까운(걸어서도 20분거리) 처갓집밖에 생각나는데가 없더래나?

 

택시잡아타고 오는동안에 이미 울 딸내미는 지 신랑이 간다면 우리집에 올것이 뻔하다

알고 미리 전화를 한거였다.

 

기껏 비맞은 개꼴로 쫓겨온 사위놈,

그나마 좀 따뜻이 맞아주면 어디가 덧나나?

거기다 우리마눌,

또 뭐라 한마디 첨가하여 따다다다다 잔소리를 한 삼태기 쏟아붓는다.

가뜩이나 주눅이 들어서 들어온 불쌍한 사위놈.

주눅들어 짧아진목이 더 짧아져 아예 머리통이 어깨속으로 들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

참 난감한게  내 처지도 처지인지라.

거기에 변명내지는 편들어 준답시고 몇마디 변호라도 했다가는 당장 내머리위로 그

잔소리가  와르르 떨어질건 뻔한 노릇이니 그저 내가 할수있는 일이라곤 옆에서 나도

모른척 고개나  돌리고 있는게 할일의 전부이니 이그..............

불쌍한.

 

말로만 백작이니? 이 못난 놈아. 이그........

 

바각 바가각 잔소리 한바탕 늘어놓고 마누라가 들어가고 난다음에야 겨우 기를편 나.

장식장에서 평소에 아끼고 아끼던 위스키를 꺼내들고 사위랑 마주앉아 한잔씩 나누었다.

몇순배 돌고나니 알딸딸한게 슬슬 간덩이가 부어가기 시작하데.

그래도 잠재의식 속에서 술취해도 건드려선 않되는게 뭔지는 알겠더라. 흠.

 

마누라에게 쥐어터진 남정네들이 술에취해서 그담에 뭔얘기를 나누었을지 그것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어찌어찌 사위를 재우고 난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위에 팍.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

갑자기 몸이 묵직해 지더니 뺨에서 쪽! 소리가.

동시에 울리는 코감기걸린 목소리.

 

"여뽀~옹. 일어나세요~옹."

그리고는 또 쪽!

 

멍 한눈을 최대한 크게벌리고 올려다보니 눈앞에 클로즈엎 되어있는 우리마눌의 얼굴.

그러니까 평소대로 나를 깨우느라 침대위의 내몸에 자기몸을 포개어 엎드리고는 내뺨에

뽀뽀를 하면서 일어나라 코맹맹이 소리를 한거렸다?

 

가만. 그러면???

 

벌떡 일어나 앉으며 아내에게 냅다 물었다.

"어이 숙, 선 서방은?"

 

그러자 아내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아니? 선 서방이라뇨?"

"자기네집에 있겠죠 뭐."

 

"엉? 어제밤에 여기 않왔었나?"

 

"아니, 신혼 신랑이 왜 밤에 여길와요?"

 

그럼 이게?

아휴.

그러면 그렇지,

에휴휴휴휴휴휴.................

 

꿈속의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침대에 앉은채로 주어대니 우리마눌이 내 목덜미를

부드럽게 살그머니 끌어안더니 하는말.

 

"에유~, 아무려면 우리 귀하디 귀한 낭군님께 내가 그럴리 있겠어요~옹?"

그래놓고는 또 뺨에다 쪽!

 

어험,

그러면 그렇지.

 

 

밥 줘.

 

출처 : 인천백작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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