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어느 T.V 프로에서 본 응봉산의 덕풍계곡이 그렇게도

좋더라나 어쨌대나.

꼭 가보자고 하는바람에 가긴가야 하겠는데 8일날 전국적으로

비가온다는 기상청 예보를 어쩐단 말인가.

 

그렇지만 이런 주말아니면 나같은 직장생활 하는사람이 어디 시간을

낼수가 있어야 말이지.

나름대로 우비를 비롯한 우천에 대비한 장비를 갖추고는 출발.

드디어 토요일인 7일날 덕풍마을에도착.

 

하룻밤 자고는 8일날 6시40분에 응봉산으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왜 개떡같다고 하였느냐?

여태껏  어느산엘 다녀봐도 잘 정돈된 등산로와 최대한 갖추어진

안전장치에 의존하여 무난하게 다니기만 하였는데 이 응봉산의

등산로는 어찌보면 그런것과는 전혀다른 곳이었다. 

 

그저 도저히 갈수없는  곳에나 밧줄하나 딸랑 묶어놓은곳이 한 8군데, 

계단이나  안전통로도 단 세군데 뿐이요 나머지는 니들이 알아서 가든지

말든지, 또는 또 올려면오고 말려면 말라는듯 그외엔 등산로 어디든

정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것이었다.

 

거기에다 지도에 표기가 되어있으면 그 장소엔 거기에맞는 안내판을

붙이고 하다못해 간단한 설명이라도 있어야 할것아닌가.

그저 여기가 거긴가보다.... 할정도요.

정상으로 올라가는 내내 갈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정상 부근에서

단 세군데밖에 보지를 못했다.

 

그러니 그다음엔 어디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니 한다는일이

"여기로 가는게 맞나벼."

하고 갔다가.

 

"여기가 아닌가벼."

다시 돌아왔다가

 

"아까 거기가 맞는가벼."

하는일을 몇번씩 되풀이 하고야 길을 찾는경우가 자주있는데다 그나마

길찾는데 도움을 주는것은 이정표가 아니라 전에 다녀간 사람들이 길따라

주욱 묶어놓은 산악회 리본들이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그 리본들도 계곡을 건너고 절벽을 지나다보면 한동안 끊어져있어

이리저리 사방을 휘둘러보고 짐작을하고 나아가다보면 그때서야

다시 리본이 보여 갈곳을 찾아가는일이 자주 생기곤 하였다.

 

이러니 내가 어찌 개떡같다 아니할수 있겠느냐 말이다.

으이그~~~~.

 

그래도 찾고찾아 돌고돌아

밧줄잡고 힘쓰면서.

계단도없는 커다란 바위는 기어서 올라가고 아래서 밀고

위에서 당기고  이끼가 두텁게낀 곳에서는 미끄럽지않게 해달라

사정하면서 오르다보니 이곳은 혼자서는 도저히 올곳이 아닌것으로

보였다.

 

응봉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 하는길에 드디어 일기예보대로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굵은빗물에 얼른 자켓을꺼내 입었지만

홈빡 젖고말았다.

가끔 틀리던 일기예보는 이럴땐 잘도 맞더라 젠장.

 

서두른다고 서둘러 지는것은 아니지만 빗물에 계곡물이  불어나면

꼼짝없이 갇힐수밖에 없을것 같기에  걸음을 재촉하여 하산을 하였다.

 

젖은들 어떠냐.

길이 아니면 또 어떠냐.

우리부부는 원래 오프로드엔 익숙한 사람이 아니더냐.

웃고 떠들고 밧줄에 매달리고 바위를 기어오르고 밀고 당기면서 

등산을 마치고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원.

 

그런데 기분은 기분이요 조건은 조건이라.

다시는 이런 개떡같은 등산로를 잘 정비했다는 말이 없으면 두번다시

이곳에 오지 않으리라고 아내와같이 투덜거리며 귀가길에 올랐다.

 

투덜거리면 뭐하나?

그것도 몇시간 지나지않은 도로위 차안에서 아내에게 말했다.

 

"어이 숙."

"응?"

"그래도 말이야, 그런 등산로가 자연을 최대한 살려서 간직한곳 아닌가?"

"그러게. 그런거같어."

"아마 개떡같다 욕하면서 내려왔지만 아무래도 얼마않가 그리워할거같지?"

"응, 내생각도 그래요."

 

그런데 정말 얼마 않가서 지금 이시간이면 하루밖에 더지났나?

 

아.

벌써 그리워진다.

그 개떡같은 등산로가.....

 

 

(사진몇장 회원 사진란에....^^)

 

출처 : 인천백작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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