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눈덮인 치악산에서 산신령님이.....

인천백작 2006. 5. 28. 04:02

늦게서야 이글을 쓰네.

 

2006년 2월11일.

온 가족이 마주앉아 담소를 나누던중.

몇일 전부터 집사람과 약속했던 눈덮인 치악산행을

하기로 하고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딸?"

"넹." (하이고 !. 역시 딸은 달라요. 부드러운 코맹맹이의

애교스런 답이라니.ㅎㅎㅎ)

"눈덮인 치악산에서 산 신령님이 부르시는데 어찌할까?"

당장 대답이 돌아온다.

"당근, 가야죠."

역시 우리 딸이라니깐.(대학 4년생)

 

다음

"아들?"(대학 2년생)

"눼....!.(으이그, 대답하는 멋 대가리 하고는. 사내자식

아니랄까봐 뻑뻑 하단말야...)

 "네 생각은 어떤공?"

당장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돌아온다.

"싫은데용."

어이그.... 이래서 아들이란 넘들은 집안분위기에

보탬이 안된다니깐.

 

그런 아들놈을 어르고 달래서 온가족이 치악산행을

하기로 하고 부족한 장비 구입하러 스포츠용품 매장으로 출동.

아이젠 두개, 아들놈 등산화, 기타등등 구입하니

거금 36만원이 졸지에 뾰~~옹! 날아가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가 드뎌 12일 새벽 5시30분.

출동준비!

 

아직 잠에서 덜깨어 투덜거리는 아들놈을 필두로

우선 지하주차장에서 출정식을 겸한 사진한컷 찍고.

(근데 사진을 올리려니 안되네. 내가 잘못한건가?)

6시에 출발!!!

 

새벽의 고속도로는 어서 오라는 신령님의 계시인가?

뻐~~엉 뚫려있네.

 

신나게 달려서 7시경 치악산 제2  주차장에 도착.

등산화부터 갈아신고 준비완료,

사진한방 팡!!!(사진을 못올리니 궁금한 친구들은

내 플레닛에서 봐주셤.)

드디어 등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

추운 날씨에 구룡사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니까

디카가 동작이 안되는거야.

디카를 품속에 품어 따뜻해지면 한장찍고 얼른 품속으로

넣는 방법으로 겨우 몇장찍었네.

울 마눌도 그렇게까진 안 안아줬구만.ㅆㅆㅆ.

 

그래도 이 나이에 산 타는것은 얼만큼 자신있다고

큰소리는 치는데 역시 젊은 아이 들만큼은 안되누만.

아이들 따라서 올라가는데,

앞사람들은 왜 이리도 느린거야?

실례합니다,먼저 가겠습니다 를 연방으로 되뇌면서

드디어 비로봉에 도착.

 여름에 이어서 전가족이 겨울 산행을하니 이 행복함이란...

함께 나서준 우리 아이들이 그리도 고마울수가 없더군.

그 나이엔 지들끼리 놀기도 바쁠텐데.....

 

근데 말이야.

하산도중에 아들놈 한마디에 충격이 뻥!

 

"어이구, 아빠,아빠.

천천히 내려가세요,

불안해 죽겠단 말예요."

 

아니,

 든든한 가장이요, 가족을 이끄는 대장인 내가 언제부터

 불안해서 걱정되는 그런 존재가 되었단 말인고?

이것참 세월의 무상함을 탓해야하나, 아니면

차라리 이 애비 걱정을 해주는 아들놈에게 감사해야하나.

옆에서 호호거리고 웃는 아내가 차라리 얄밉기 까지하니

이것참........

 

그래도 아비 걱정해주는 효자를 두었느니라 고

마음을 달래고 무난히 산행을 마쳤다.

물론 아들의 그말에 기분이 나빴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시 제2주차장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총 4시간30분소요.

다른 사람들을 제쳐가면서까지 다녀올만큼

튼튼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그리도 대견할수가 없었고,

그러기에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잘키워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하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내게 감사한단다.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것,

이것은 바로 행복의 시발점이자 행복, 그자체 아니던가?

가족의 행복을 다시금 확인내지는 다져놓은 멋진 하루였다.

 

딱 점심시간이 맞기에 식사를 하고 집으로 출발.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나누며 오늘의 산행의 즐거움을

다시금 새기며 우리가족은 말로는 하지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빌었다.

 

오늘의 이행복, 오래오래 간직하게 해주소서.

 

다음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금 시간을내어 온가족이 등산을 떠나는 그런날을

또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