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그것은 버리는게 아니라네..... 그러면?

인천백작 2008. 6. 7. 11:57

약 2년전부터 어떤일을 계기로 나는 버리는 물건이 없어졌다.

그럼 쓸모없어진 그물건들을 몽땅 버리지않고 옆구리에라도 끼고있다... 그거냐구?

허허허.

그건 아니구..........

 

2년전 어느날.

아내가 3년동안 신던 등산화를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뭘보나 했더니 어허라...

 

근 3년동안을 거의 매일을 하루 2시간여씩 신고다니다보니 신발 안쪽이

많이닳아 헤여져 있었다.

물론 예비로 한켤레가 더있긴 했지만 버리기가 영 아까운.

그래도 그동안 꽤나 깊은정이 들었기에 선뜻 버려지지가 않는가 보았다.

 

"어이~숙, 이제는 버려야 할때가 되었잖은가?"

"어찌보면 이미 지난것 같기도 하구만그래."

 

나의말에 아내는

"그래도 버리기가 아깝네.........."

그맘이야 어찌 모를려고.

그동안 들은정이 얼마나 깊을까해서 말이다.

 

그런데 퍼뜩 머리속을 헤집고 지나가는 생각.

버린다?

저 신발을 버린다고?

버리는게 맞는건가?

 

하긴 여태까지 아무런 거리낌없이 버린다고 말해왔는데 왜 갑자기 그말이

이리도 생경스러운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버린다.

쓰지못할것을 내던진다는 것인데.......

 

비록 말을하거나 생각이 있을리가없는 물건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짧지않은

세월동안  아내의 발밑에서 아내의 발을지켜주고 안전을위해 묵묵히 희생하고

고생한 저 물건에 그래도 깊은정이 들었겠건만 그 정마저 버린다?

 

사람이 사귀다가,

또는 결혼했다가 한쪽에서 버림을 받았노라고 서러워 하는모습들이 갑자기

오버랩되면서 내가 저 등산화 입장이라면?

 

허허허.........

별 쓰잘데기없는 생각이란걸 잘 알면서도 아내에게 그 취지를 설명하며 말했다.

"이보게 숙, 우리 앞으로는 이렇게 정이들고 나를위해 수고해준, 비록 하찮은

  물건같은 것이라도 버린다 하지말고 수고한 것에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낸다>고  하는것이 어떨까?"

"버린다는것은 왠지모르게 배신 당한다는 말같이 들리는것도 같네그려."

 

뭔가 섭섭해하던 아내가 밝아진 표정으로 흔쾌히 동의를 한다.

"맞아요, 버리는게 아니고 수고함에 감사하며 보내야지."

 

버린다와 보낸다.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아내는 훨씬 밝아진 표정으로 재활용

수거함에 낡은 등산화를 고이 넣어주었다.

 

나또한 몇일전에 한때 아내의 반바지 안쪽가운데에 바닥을 위로하고 떡하니

붙어있었던 건방진(?) 반장갑을 구입한지 2년만에 고이 보내주었다.

 

그동안 내손의 안전을 지켜주어 참으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