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김치냉장고와 마눌의 찢어진 입.

인천백작 2007. 9. 17. 00:43

지금으로부터 8년전.

아이들이 딸 고1, 아들 중3학년때 12월달에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아 이사를했고

절차(?)에따라 가구도 일부 바꾸어  들여놓고 등등등 했다.

 

그리고는 다음해 2월달이 되자 아내가 은근히 한마디 한다.

"김치 냉장고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않들여 놨거든.

 

"응? 얼마야?"

"글쎄.... 한 120만원정도 할껄."

"하나사지 이사람아, 뭘 그리 얘기하나?"

"그럴까? ...........에이 봄에나 사지뭐."

"그러렴."

 

싱겁게 대화는 끝났고 봄이 되었다.

또 하는말.

"김치냉장고 하나 있었으면...."

"하나 사라니깐."

"에이..... 여름에나 사지뭐."

"그러렴."

또 싱겁게 대화가 끝났는데.....

 

아이들 휴대폰을보니 이런.

이미 5년이나 쓰던거니 볼만했다.

흠집나고 깨지고, 특히 딸의것은 밧데리 고정부분이 부러져 고무줄로 묶고 다니네.

한창 감수성 예민한 고2짜리가 바꿔달란말도 않고는...

왜 바꿔달라고 하지않았냐니까 아직은 쓸만하댄다.

그저 형편을 아는지라 바꾸잔 말도못하고 있는 우리딸.

에그,

그저 고맙고 안쓰럽고.....

 

그래서 아내에게 애들 휴대폰 바꿔주자 했더니 당장 효과(?)가 나온다.

"지금 돈이 어딨엇!. 니들이 바꿔달라했닛?"

서슬 시퍼런 에미언성에 애들은 주눅이 들어버렸고 난 애들한테 왜 난리냐고

역성을 들어 아내를 혼내고 말았다.

내참,

졸지에 분위기만 썰렁~~~~.

 

그러다가 여름이 되었고 예의 우리마눌의 김치냉장고 타령을 한번 들어야 했으며

사라했더니 김장철에나 하나 사겠단다.

그래놓고는 일반냉장고에서 쉬어나가는 김치걱정을 하고 앉아있네.

쯥쯥쯥.

 

그소릴 들으며 베란다에나가 담배한개피를 피워물고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나는 내 이마를 팍 소리가 나도록 쥐어패고 말았다.

"이그 바보야, 멍청아,머저리야,모자란 놈아..."

 

아내가 우리형편에 돈 백만원이 넘어가는 가전제품을 갖고싶은거야

이루 말할수 없겠지만 가정주부가 선뜻 그런 고가의 제품을 혼자 생각만으로  덥석

들여놓을수가   있겠느냐 말이다.

몇번씩 그런말을 하고 사라해도 못살때에는 남편인 내게 사달란 말 아니더냐.

그걸모르고 그저 사라 사라 립써비스나 하고 있다니.

"이그,바보야,멍청아,모자란  놈아..."

 

슬그머니 들어가 아내에게 넌즈시 물었다.

어떤모델에 어느용량의 김치냉장고를 생각하고 있냐고.

아무렇지도 않은척 듣고는 으응,그래? 하고 얘기를 끝냈다.

 

그주의 토요일.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고 아내는아직 귀가전.

아이들에게 말했다.

"야, 우리 사고치러가자."

그러자 아이들.

"우리 휴대폰 바꿀려고요? 엄마한테 호~온나요."

ㅎㅎㅎ 녀석들 착각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XX마트로.

 

그당시 가장 인기좋은 회사의 김치냉장고를 제일큰것으로 주문하고 118만원을

지급했는데 다음주 월요일날 갖다주겠단다.

그러마하고는 아이들에게는 냉장고 오기전까지 엄마에게 비밀로 하기로 하고

냉장고 오기를 기다리는데....

 

월요일이되니 마트에서 전화가 왔다.

수요일이나 돼야겠다고.

그래라 했더니 수요일엔 금요일로 금요일엔 다음주 화요일로 미루네.

 

냉장고를 눈앞에 짠~~ 하고 내놨을때 아내의 기뻐하는 얼굴좀 보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더니 이런 짜슥들이.....

 

그래서 화를내며 전화에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알았습니다. 이번의 연기가 마지막입니다."

"한번더 연기할려면 취소할테니 그리아시옷."

 

꼭 그날은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긴 받았는데 이놈의입을 다물고 있는데도

한계가있지.

평소에도 나불거리던 입을 꾸욱 닫고 있을려니 영 근지러워서 견딜수가 없네그려.

그보다도 혹시 우리마눌이 따로가서 또 신청할까봐 은근히 걱정되기도  하고말이지.

 

금요일날 저녁에 아내에게 드디어 싱겁게 실토를 하고 말았다.

 

"어이 숙."

"응?"

"이거참 다음주 월요일까지 참을수가 없네그려."

"뭘?"

 

김치냉장고를 신청하고 연기가 되어 이리그리 되었단 얘기가 끝나자마자........

 

어째 여자란 동물들은 하나같이 이모양인지...

냅따 소리부터 지르는거다.

 

"아니, 누가 그렇게 비싼걸 사라고 했엇."

"그게 어디 한두푼이얏?"

 

이그,

내가 여자들 속마음을 몰랐다면 무지 서운할뻔 했지만 그정도야 알지.ㅎㅎㅎ

좋아죽겠다는 표현이 저모양 이라는걸.

 

그래도 짐짓 딴청을 피워봤다.

"아, 그래?"

"내가 잘못 생각했나?"

"알았어, 취소하지 뭐."

 

ㅎㅎㅎ 아니나 다를까.

에이 뭐 이왕산거니 놔두자고 스을쩍 눙치는 우리 귀여운마눌.

이사람아 누가 그속을 모를까봐.ㅎㅎㅎ

 

그런데 이것봐라.

우리마눌 말이다.

어?  어?   어!!!

 

점점 입이 찢어지네?

10초후에 10센티,

20초후엔 20센티,

얼씨구?

아예입을 찢어 귀에 걸었구나.

하하하하..............핫.

저리 좋아하면서.ㅎㅎㅎ

그모습을보니 내기분도 한껏 업되는걸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잠시후 아내는 애들에게 한껏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묻더라.

"얘들아, 휴대폰 바꿀때 않됐니?"

에이그~~ 저 여우. ㅎㅎㅎ

 

덕분에 애들도 휴대폰을 5년만에 바꾸긴 했는데......

그돈이 전부 어디서 나가는거?

 

애거거거....

허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