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벌 받는건지 복에 겨워서 흥얼 거리는건지.
각자의 어린시절 환경이 다 다를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북에서 피난 나오신 부모님 덕분(?)에 가까운 친척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릴때부터 우리 가족외에는 가까이에 피붙이의 어린 아기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성격 탓인지 아기들 귀여운줄을 전혀 모르고 성장했다.
총각 시절에는 남에집에 갔을때 혹시 아기가 다가오면 슬그머니 피할 정도
였을만큼 아기에대한 어떤 거부감마저 가졌으니까.
그러다 22살때 삼 남매중 6살 위의 누나가 그당시엔 늦은 나이인 28살에 결혼하여
다음해 첫딸을 낳았고 그 아이가 내게는 제일 가까운 아기였는데 누나의 아기이기에
좀 다른 아기보다는 조금 더 정 비스무리한게 드는듯 했지만 아장 아장 걸어와
외삼촌에게 뽀뽀 한답시고 입술을 내미는 조카에게 입맞춤도 못하여 누나를
서운하게 하기도 하였으니 나도 참.
누나는 그다음 세살 터울로 아들을 낳았고 그 놈들이 8살 즈음 되었을때 누나와 한동네
살다보니 자주 왕래를 하였고 어느 여름날엔 회사 업무가밀려 휴일날 집에 가져와
책상에 앉으면서 미리 사다 놓았던 과자를 꺼내놓았다.
한참 후에 누나가 와서는 자신의 아이들이 안왔냐고 물을때 나는 책상위의
과자를 가리키며 좀 드시라 했지만 아이들 찾는다고 누나는 그냥 나가고 말았는데
이런.....
잠시후,
갑자기 큰소리로
"외삼촌 !"
소리와함께 두녀석이 들이 닥치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내 얼굴과 책상위의 과자봉지를 번갈아 보면서 눈빛을 빛내는데 아하.
다녀간 누나가 외삼촌이 과자를 먹더라고 말한 모양이다.
"음, 과자?"
과자 봉지를 내밀며
"나 먹을거 남겨놓고 가져가렴."
소리가 끝나자마자 왁 하고 달려들길래 맡겨놓았다가 그놈들 나가고 난다음에 봉지를
들어보니 이런 고얀놈들.
거의 90%를 가져가고 몇개 안남겨놨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그때 처음 실감했다.
역시 피붙이 조카 놈들이라고 그 빼앗긴 과자가 조금도 아깝지 않을만큼 난 그녀석들을
사랑하고 있다는걸 말이다.
그후 결혼해서 딸,아들 두녀석을낳아 기르면서도 그저 내 자식이니 귀하디 귀하고
잘 길러야된다는 의무감이 앞서서인가?
귀엽다는 생각은 조금밖에 안들고 또 너무도 바쁜 직장생활이 아이들을 귀여워 할만큼의
여유를 갖기엔 무리 였던것같다.
그러다 그딸이 누나처럼 28살에 결혼하고 딸,딸,아들.
자그마치 세녀석의 외손주를 안겨주는데 와~~~!
세상에나.
아기란 존재가,
손주란 녀석들이 이리도 귀여울수 있단말인가.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고(?)라도 쳐서 일찌기 데려오라 할걸 그랬나?
ㅎㅎㅎ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녀석들 두돌때까지 우리가 키웠고 지금도 딸네는
같은 아파트 같은동에 살면서 이녀석들은 수시로 들락 거리는데 제집인지
외가집인지 구분도 안하는지 못하는지.
큰손녀는 아예 제 외할미와 자는 바람에 나는 안방에 독수공방 8년째.
그저 손주들 이뻐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그 덕분(?)에 8년을 보내고 또 얼마나
홀애비 생활을 해야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즐겁게 이 생활을 받아들이는 나.
젊은시절 아기를 귀여워하지 않았던 벌을 지금 받는거 맞지?
복에 겨운소리 한다고?
뭐 그러던지 말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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