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내 생애에 생전 처음 가본곳.

인천백작 2018. 8. 5. 12:12

주변에 흔하디 흔한곳이라도 이제서야 처음 가봤다는게,

아니.

오히려 그런곳엘 내 스스로 가봤다는게 다 신기하다.

 

물론 다른 이들이야 뭘 그정도 가지고 그러느냐고 하겠지만 나처럼 고지식하고

눈치나 융통성이라곤 절에가서 새우젓 꽁댕이도 구경 못할만큼 없는 사람에겐

어쩌면 사건(?) 같기도 하다는 말이다.

 

아니,

이친구가 도대체 어떤곳을 가봤기에 이 호들갑인가 싶은 사람에겐 좀 실망

스럽기도 할것같다.

 

안마방?

혹시 룸싸롱?

 

허허허허...

그리 거창한데가 아니고.........

 

원.

ㅎ~

 

내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발을 하려며는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당연히 미장원이라는 원칙 같지도않은 원칙속에서 한발짝의 변화도 없었다.

가끔 젊은 남자들이 미장원에서 이발을 했다는 동그맣게 깍아놓은 머리통을 보면

저게 여자 머린지 남자 머리라고 깍아 놓은건지 영 시덥지도 않았었고.

 

그런데 이게 영 엉뚱한 곳에서 일이 생긴게.

동네 이발소 주인이 우리보다 약 6,7살 많은 사람이었는데 몇달전부터 이 사람 안색이

아주 안좋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디 편찮으냐 물어도 자신의 건강은 이상 없노라고 장담 하긴 하는데 영

미덥지 않더니 며칠전 이발을하려고 갔더니만 이발소 점포를 임대한다는 표찰이

붙어있기에 주변 상인들에게 물으니 몸이 안좋아서 폐업 했단다.

 

어쩐지....

그러니 어쩌나?

머리는 깍아야 하겠고 이발을 할곳이라곤 우리 아파트 단지 상가 2층에 2곳있는

미장원밖에 없는걸.

 

 

영 내키지 않지만 2층 양쪽에있는 미장원을 향해 올라가서는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를

결정해야하는 아주 어려운(?) 현실에 부닥치고 말았다.

사실은 어느 미용실을 가느냐보다 그런곳엘 가느냐 마느냐 결정이 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이 나이에 손바닥에 침뱉어 튀겨보는 지저분한 짓은 못하겠고 점잖은 신사(?)가

신발짝 집어던져 보기도 그렇고.

 

일단 왼쪽 미용실로.

 

미용실 유리문으로 안을보니 한 40대 초반 되어보이는 미용사와 여자 손님 2명이 있는데

아 이 거참.

선뜻 문을 열기가 왜 그리도 망설여 지는지.

 

문앞에 기웃 거리다가 돌아서고 말았다.

 

그러자 그 미용사가 얼른 나오더니 왜 그냥 가시냐고.

부끄러워 그렇다고는 말 못하고 손님이 두분이나 계시니 시간이 걸릴것같아 다음에 오려한다는

어줍잖은 변명을하니 그분들은 다 끝내고 쉬고있는 중이었단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거지 뭐.

 

꼼짝없이 끌려 들어가 의자에 앉아서는 사실 미용실은 이번이 처음이라하니 미용사 하는말이.

"아유, 여기는 할아버님들도 많이 오세요."

 

그 여자 딴에는 나에게 용기를주려 하는 말이겠지만 할아버지들도 많이?

 

"허허허, 나도 할아버집니다."

 

그러자 이 미용사,

거울속에 나를 힐끗 보더니만 표정이 왠 농담이냐는듯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는듯이.

 

"에이. 주름살 하나없이 팽팽한 사람이 무슨 할아버지는?"

 

젊어 보여서 미안하우.

지금 손주가 셋이나 된다우.

(그냥 속으로만)

 

암튼.

그래서 내 생전 처음 미용실에서 머리를 깍아봤고 또 그런대로 마음에 들기도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멀리있는 이발소보다 가까이에있는 미용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로서는 대빵 큰 사건 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