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 mc²
워낙 유명한 공식이라 다들 알고 있으리라.
나 같은 사람은 백날,
아니,
천날?
아니지.
평생을 머리 싸매고 생각하고 또 연구해도 이해 할수없는 알까기,
아이고, 아니지.
알버트 아인 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공식이래나 뭐래나?.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공식이 있으니...
남편 = 머슴.
이거 아닐까?
내가 그동안 얼마나 커다란 착각속에 살아 왔던가를 단적으로 알게된 며칠전에 일은
나를 아주 커다란 충격속에 빠뜨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으니 그 상실감이라니....
동네 근처 야산에 가거나 야외의 들판에 휴일날 가족들과 가보면 혼자서 어슬렁 거리는
초로의 사나이들.
어쩌다 그들의 사유를 알고는 그렇게 허탈할수가 없더라.
혼자서 나오는 이유가.
"마누라를 귀찮게하면 그나마 늙으막에 따슨밥 못 얻어 먹을까 봐서요,"
그래서 휴일날에 일부러 집에서 나와 있는단다,
어쩐지....
얼마전에 어느 중년 부인이 우리 아내와 얘기도중 이번 휴일날엔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기에 눈치라곤 절에가서 새우젓 젖꼭지한개 얻어먹을 요량도없는 내가
불쑥 끼어들어 말했었다.
"거 뭐 오랫만에 부부끼리 여행이라도 가시지 그러세요?"
그러자 그 부인 왈.
"부부끼리만 무슨 재미로 여행을 간대요?"
난 그저 멍~~~
왜?
우린 부부 끼리만 있어도 마냥 좋기만 하더구만?
우리 어이~숙이도 분명히 그렇다고 했었는데 저 부부는 어찌된거지?
암튼 그날 그부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부인을 보냈었는데 알고보니...
알고보니 그게 그 부부만의 일이 아니더라는 이 충격을 어찌 받으라고.
어이구~~~
내 팔자야......
21일부터 벼르고 별렀었다.
이번 주말에는 그동안 외손주들 봐주느라 꼼짝을 못했었던 그동안의 휴일에대한
보상의 의미에서라도 꼭 가까운 저수지에 붕어 밤낚시를 가겠노라고.
손주들은 제 부모에게 맡기고 함께 낚시가서 바람이나 쐬자는 내 의견에
"그래 보지 뭐..."
하면서 뭔가 시쿤둥한 아내의 반응이야 가보면 풀릴테니 문제는 없어 보였는데
문제는 엉뚱한데서 발생하고 말았지 뭔가.
잘들 알다시피 25일부터 세차게도 불어대는 비바람이 내 발목을 묶어버리고 말았다.
자아..
그래서.
27일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니 아내는 싱크대 앞에서 칼도마를 또드락 거리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나는 뭘할까 둘러보니 어제 저녁에 담가놓은 세탁기에 빨래가 있음에
생각이 미치니 나도 몰래 어느새 다가간 세탁기의 스위치를 "삐꼭." 소리가 나도록 누르고 있었다.
빨래 탈수해서 널어놓고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먹고 아내가 설거지 준비 하는동안 난 사랑을 듬뿍넣어
커피끓여 식탁에 내놓고는 아내와 오붓이 커피 한잔을 나눈다.
그 다음엔 먼저번에 시간날때 해준다고했던 항아리 몇개 베란다에 옮겨주고 또 오늘이 우리 아파트
쓰레기 분리 수거하는 날이렸다?
앞뒤 베란다에 담아놓은 쓰레기들을 주섬주섬 분리해 담아서는 쓰레기장에 가져가 분리통에
담아놓고 들어와 잠시 쉬었다가 아내와 주변 야산에 등산 운동갈 준비를한다.
높은 신발장에있는 아내 등산화를 꺼내어 신기고는 요즘 신발끈이 잘 풀린대나?
그래서 힘좋은 내가 아내의 등산화끈을 꼬옥 묶어주니 싱긋이 웃으며 좋아하는 아내가 귀엽구나.
자,
그럼 산으로 출발.
가는동안 곰시랑 곰시랑 이야기를 나누는중에 아내에게 말했다.
"어이 숙."
"왜 다른 남자들도 이렇게 아내랑 같이 있지못하고 그렇게 밖에 나와서 쓸쓸히 돌아 다니는걸까?"
그러자 아내 말.
"흥."
"그 사람들이야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면서 아내만 귀찮게 하니까 젊을때야 아내들이 참았지만
뭐 늙어서도 그럴 여자가 어딨겠어?"
"그러니까 차라리 나가서 혼자 놀으라고 내 쫓는거겠지."
가만 있자...
그러면 난?
"그러니까 당신 남편은 집안일이라도 하니까 그냥 놔둔다 그건가?"
그말에 우리 숙.
"아, 그러니까 이렇게 산에라도 같이 와주는거지 그렇지 않다면야 당신이 어디가 이쁘다고
이런날 당신이랑 놀아주겠어?"
"돈 벌어오게 하려면 놀아 주기라도 해야지 별수있어?"
뭐야?
그럼.
여지껏 그렇게 살랑 거리며 곁에서 애교를 부린게 다 돈벌어 오라고 추임새 넣은거였어?
그러니까 일 잘하라고 머슴에게 밥 먹이고 술 먹이듯이 남편에게 애교 먹인거야?
이런 떠그럴.
그런줄도 모르고 우리 아내는 그저 날 사랑해줌에 조금도 의심의 여지조차 없노라는
믿음 하나로 아침부터 빨래하고 커피 끓이고. 이런......
그런데,
그런 내 표정을 보면서 이 여우같은 우리 어이 숙.
내 턱밑에 그 자그마한 조막댕이만한 얼굴을 들이밀며 여우같은 미소를 담뿍 웃어 올리며
결정적 한마디 카운터 말 펀치를 날린다.
"머슴도 그냥 머슴이 아니잔어...."
"내가 사랑하고 평생을 따르는 상머슴."
"그거 알어요?"
애휴,
안다 알어.
이 여우야.
그 여우 미소에 오늘까지 30년을 속으면서 속는지도 모르고 살아 왔다는거.
또 앞으로 얼마나 속으면서 살지도 모르고 말이지.
그래,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하게 속아줄께 휴일날 밖으로 내 쫓지나 말아주게나.
남편 = 머슴.
이 공식이 언제인지 모르고 또 그런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깨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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