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 소리냐?
아직 손주도 못봤으니 손주에게 하는소리도 아니고 일요일에
좁지 않은집에 중늙은이 둘이서 보시락 보시락 거리다가
나온 소린데....
근데 이소리가 내입에서 나온 소리라면 뭐 그런가하면 되겠지만
이게 엉뚱하게 우리 마눌이 내 뺨에 뽀뽀를 해대면서 하는소리니
이젠 남편도 아니고 무슨 펫남인가 뭔가 하는 그걸로아나?
오늘은 일요일.
하기사 백수가 주중이 따로있고 주말이 따로있나.
그저 돌아 댕기는거야 주중에 다해 버리니 주말에 그 복잡한 도로사정도
감안하여 오늘같은날은 주말을 이용 할수밖에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같은 백수는 집에서 조용히 있는것도 봉사하는 것이기도 하겠지.
눈을 반짝 떠보니 아침 6시 반.
거실에서 들리는 조용조용한 T.V 소리.
이미 잠이깬 아내가 남편 자는데 방해라도 될까봐 볼륨을 최대한 줄여놓고
T.V 를 시청하는 중이다.
안방 세면장에서 세면을하고 거실로 쫄래 쫄래 나가니 우리 마눌 거동보소.
소파에 쪼그리고앉아 T.V를 보다가 남편이 나온다고 눈을 반짝 치켜뜨며
환한 미소와함께 그윽히 바라보는 눈빛이라니.....
아니,
백수생활 어언 한달내내.
거기에 28년간을 맨날 얼굴보고 붙어 있었으면서도 그렇게 볼때마다 새삼
스럽기라도 하던가? 내 사람아.
어째 아침에 볼때마다 그 표정은 처음 신혼때나 중고품으로 사용연한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단말인가.
이러니 내가 어찌 당신에게 소흘할수 있을것이며 그러니 친구들에게서
팔불출 소리를 여과없이 들을수밖에 더 있겠는가. 허허허.....
아침밥이야 천천히 먹자 하고는 나도 T.V를 보는데 아내는 슬그머니 일어나
드디어 아침 일과를 시작한다.
어제 이 남편을 이끌고 이리저리 시장 바닥을 뒤져대어 사다놓았던 배추
세포기에 며칠전 친정에서 가져온 무우 네개를 나박 나박하게 송송 썰더니
이것저것 양념을 준비한다고 분주한데 내가 차라리 출근해서 안보면 모르겠지만
이 백수의눈에 가뜩이나 얼마전 손가락과 바닥에 사마귀제거 수술을받아
큰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고 고무장갑을 끼고는 그 무거운 양념 그릇과 채소를
버무릴 커다란 그릇을 낑낑거리며 들려고 애를쓰는 사람을 그냥 두고볼수가
없잔은가 말이다.
하여튼 이 약디 약은 우리마눌.
그러다보면 울 남편이..... 흐흐흐 그래주겠지? 하는 계산이 뻔히 보인다 보여.
할수없는건 아니지만 이럴때 도저히 그냥 모른척 할수야 없는노릇 아닌가.
벌떡 일어나 다가가니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양념 그릇좀 갖다줘요."
"여기에 물좀 붜줘요."
"마늘을 닦아서 이그릇에 넣어줘요."
젠장.
끝이없다 끝이없어.
그렇게 옆에서 이런저런 일을 돕는답시고 보시닥 거리다보니 드디어 내 뺨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이거지.
기회를 놓칠새라 잽싸게 내 뺨에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하며 저렇게
말한거란 말이다.
"에궁, 이뻐라."
그래.
당신남편 이쁜거 항상 알고 있었던거지?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말이야.
이 여우야............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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