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여자가 따라주는 술.

인천백작 2012. 1. 2. 17:42

처음 술이란걸 입에 대본때가 초등 5학년이었다.

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난다음 아버님께서 이제 네나이도 음복을 할수있는

나이이니 음복하라 따라주시던 술.

 

술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술잔을 받아들고는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어른 앞에서 술마시는 예법이라든지 술 마시고 난다음 행동까지 일일이 설명하시며

그 어리디어린 장남이 술잔을 깨끗이 비우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아버님.

 

그러다 중학생 정도되니 집안의 행사에 아버님을 따라가보면 그래도 한 집안의

장남이라고 어른들의 대접이 달랐으니 그것은 어른들께서 술한잔을 권하시는 거였다.

 

암튼 그렇게 그렇게 술버릇을 처음부터 배워가면서 음주를 하다보면 그만큼  마구배운

술보다는 아무래도 실수가 적다고 할수있겠지만 어떤땐 분위기에 젖어서 그것조차

제어를 못하고 과음을하여 꼭지가 돌아버리면 말짱 꽝이 될때도 있더라.

 

그런데 젊은시절엔 체질이 술을마셔도 얼굴색이 변하질않고 행동하나 흩트러지지

않다보니  술마시고 집에와도 가족들이 음주사실을 모르는적이 많았는데 잔다고

제방에 들어가서 콕 쓰러지면

"아, 저놈이 술먹었구나." 그때서야  알았다고 우리 누님이 말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후 신혼때에도 우리 숙은 내가 음주후 아무리 티를 안내려 시치미를

똑 떼고 들어와도 벌써 첫눈에 척 알아보는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어째 그리 정확히 아느냐 물었더니 글쎄.

아무리 낯빛이나 행동이 흩트러지지 않아도 눈빛만큼은 속일수 없댄다.

술을 마시면 눈이 조금이라도 충혈되기에 눈만보면 안대나 어쩐대나.

 

하여튼 남편하나 잡는 방법은 애초에 체질로 타고났다 타고났어.

그러니 저런 사람을 첨부터 잡고 살려니 어디 잡히나?

그냥 내가 잡혀 사는게 맘편하지,

암 그렇고 말고...........  된장.

 

그런데 같은 술이라도 여자가 따라줘야 더 맛이있고 제맛이 난다고 소리높여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아니, 계셨으니 다른분이 아니라 중학교시절  술이라면 두주불사 하실정도로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수학 선생님이셨다. 

 

아주 가끔이지만 선생님들께서 회식이라도 하시는날엔 그 선생님이 인사불성이

되실정도로 만취하신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체격은 비쩍 마르신분이 그렇게

술을 드시고도 그 다음날엔 말짱히 나오셔서는 끄떡없이 수업을 진행하시는 모습을

볼때엔 누구나 술을 많이먹어도  그 다음날엔 저렇게 멀쩡해 지는줄 알았었다.

 

그런데 웬걸?

아휴~~!

그놈에 웬수같은 술. 흠!

 

그런데 그 선생님이 수업중에 가끔 농담도 하셨는데 그 농담중에 하신말씀 한가지가

"그저 술이란건 여자가 따라줘야 제맛이 나는것이고 더 맛이있는 법이다."

"그 여자가 아내든 여동생이든 어머니가 따라주시던 술집여자가 따라주던 말이다."

그 여담이 중학생 수준에 맞는건지 어떤건지는 차치해 두고라도 그저 낄낄낄 웃던

기억만 새록새록한데...........

 

성인이되어 술좌석에서 누구랑 술을 먹던간에 글쎄?

내경우엔 어느 여인이 되었든 여자가 따라준다해서 특별히 더 맛있다는걸 전혀 느껴본적이

한번도 없는것은 내가 술에대한 취향수준이 낮아서 그런건가?

 

그런데 정작 여기에서 하고 싶은말은 우리 여꼬 친구들에게 할말이다.

 

모임에서 즐겁게 술잔을 나누고 있는데 이사람 저사람 술을 권하고 마시는 흥겨운자리.

그런데 유독 한 여친은 술은 마셔도 결코 누구에게,

특히나 남자친구 잔에는 술을 따라주질 않는게 눈에 보이기에 슬그머니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전혀 엉뚱한 그 대답에 그만 아연실색 하고말았다.

"난 누구 잔에든, 특히 남자잔에 술을 따르다보면 내가 꼭 술집여자 취급을 받는것 같애서..."

 

맙소사........

하기사 어떤 마음이든 그거야 본인의 마음대로지만 어째 그런 생각까지.

 

다른남자들 마음까지야 내가 일일이 설명할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경우에는 여친이 술을

따라준다면 감사히 받기는 했지만 그녀를 술집의 작부정도로 생각커녕 그 비슷한 생각조차

가져본적이 단 한번도없다.

 

다만 섬섬옥수의 고운손으로 술병을들고 정성들여 이쁘게 따라준술은 정말 그 분위기도

한몫 하겠지만 그 술에 이쁜 우정도 함께 하는것같아 더욱 맛있게(그러고보니 정말 맛있게 ㅎ)

마셔는 봤어도 술집 작부라니?

 

떽!

 

그러니 우리 여꼬 벗님들아.

혹여 술좌석에 남친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오거들랑 그런 무모한(?) 생각따위랑은 애초에

갖지도말고 즐거이 술잔을 나누며 서로의잔에 이쁘게 술을 따르어보자.

 

사실 글을 쓰다보니 정말 그렇구나?

정말로 그 누가 되었든 여자가 따라주는 그술이 정말 맛있구만 그래?

 

오늘 퇴근하여 집에가면 우리 숙에게 이쁜잔에다 가득히 술한잔 따라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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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

팔불출.

기껏 생각한게 지 마누라밖에 생각을 못한다니깐.

오랫만에 술집에가서 이쁜 아가씨 옆에 앉히고 술한잔 할생각을 어찌 이리도 못할꼬...

 

쯥쯥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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