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짓누르는 음산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나는 잠든 친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실눈을 뜨면서 "왜?" 라며 입을여는 친구들 입술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조용히 하라하니
이친구들도 이상한 분위기에 눌려서인지 조용히 일어나 앉으며 불안한 눈길로 사방을
둘러본다.
그렇게 둘러보는 우리들 눈길에 바로옆에 언제부터 있었던가?
하얀 봉투하나.
그저 평범한 편지봉투 하나일 뿐인데도 그것을 발견한 우리들은 못볼것을 본것마냥 동시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찬찬히 봉투를 내려다보니 겉면에 분명히 우리들에게 보낸다는 뜻으로
"젊은이들께 부탁드려요." 란 글이 눈에 들어온다.
선뜻 손을 내밀어 집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두려운 마음.
그러나 분명히 우리들에게 보낸 것이라면 읽어야될것.
내가 용기내어 그 봉투를 집어들고 안을 살피니 얼마간의 지폐와 편지지가있다.
편지지를 꺼내어 누구랄 것도없이 셋이서 눈을모아 읽어 내려갔다.
초면에 이런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게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어제저녁에 세분이 우리집 문을열고 들어오실때 나는 내가 그토록 염원하며
기도했던것을 그분이 들어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젊은이들의 손을잡으며 얼마나 깊이 마음속으로 기쁨의 기도를 드렸는지
모릅니다,
우리 늙은부부는 10년전에 이곳으로 들어와 노년을 단란하게 보내던중
3년전에 영감님이 먼저 이곳을떠나 영면하셨고 이제 이곳을 나오라고
자식들이나 동네사람들이 여러번 말하지만 영감의 체온과 추억이 남아있는
이곳을 도저히 떠날수가 없었습니다.
영감님 제사를 모시고 그분의 체취를 느끼면서 생활을 하면서도 가장 걱정
스럽고 두려운것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이곳에서 죽었을때 그누가 내 시신을
거두어 줄것인가 였습니다.
그래서 1년전부터 시간 날때마다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언젠가 때가되면 늦지않게 저를 거두어 줄사람들을 보내 주십사 고.
나는 믿습니다.
바로 그대들을 그분이 때맞추어 내게 보내셨다는것을.
바로 그제가 돌아가신 영감의 3년 상이었고 어제 그대들이 식사한 그 음식들이
제사 음식이었으며 죽어서라도 자신의 제사음식을 깨끗이 치워주는 사람들을
만난 우리 영감님은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되어 그또한 감사합니다.
이제 부탁 드릴것은 그동안 오늘에 대비하여 자연적으로는 불가능 할것이라
생각되어 수면제를 다량 준비하였고 그대들에게 마지막으로한 대접을 끝으로
이제 조용히 우리 영감곁으로 떠나려 합니다.
부디 부탁하건대 그대들이 직접 할수는 없을것이나 아랫마을 사람들에게 저의
운명을 알려주어 나의 마지막길을 안녕히 갈수있게 도와 주시기를 간곡하게
말씀 드리는 바입니다.
저의 머리맡에 한개의 봉투를 마련했습니다.
그것은 나의 장례비용이고 이미 들고있는 봉투속 약간의 현금은 이일을 부탁하며
그대들에게 여행에 도움이 되었으면하는 나의 작은 보답을 담은 것입니다.
부디 나의 부탁을 물리치지 마시기를 간곡히 바라며 앞날이 창창한 그대들에게
신의 가호와 행운이 함께하기를 마지막으로 기도하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편지를 다 읽었다.
점점 더 무서워졌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여기에 온것은 그 어떤 계시에 의한거란 말인가?
이런 귀신이 곡할 노릇이있나.
그러고보니 저 굳게 닫혀있는 안방문 안에는 그분의....... 으~~~
그러나 그렇게 마냥 궁둥이 굳히고 앉아 있을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
대한민국에 용감한 현역군인으로 만기 제대한 역전의 용사들이 아닌가 말이다.
(언제 전쟁이나 해봤수?)
그렇게 눈빛으로 의견을 나눈후 누가 먼저랄것도없이 조용히 안방문을 열었다.
드려다본 안방에는 이불을덮고 반듯이 누워있는 그 할머니.
어제 저녁에 단아하고 기품있던 신식여성인 그 할머니가 저분인가?
부릅뜬 눈동자.
벌어진 턱.
말로 들어서는 잘알고 있었다.
눈꺼플을 내려닫아 주어야하고 턱을 밀어올려 입을 닫아 주어야 한다고.
그러나 사람의 시신커녕 동물 사체만 보아도 냅다 피해가기 일쑤였던 나나 친구들은
차마 얼굴을 돌리지 못하고 얼마동안 찬찬히 할머니 시신을 바라보기는 했지만 아무런
경험없던 우리들중 누구라도 선뜻 눈감기고 입을 닫아줄수가 없었다.
그 머리맡에 유서에서처럼 흰봉투.
그런 와중에도 적지않은 금액일텐데 우리들중 누구라도 그 봉투에 흑심을 품는자가
없었으니 그 할머니는 정말 우리를 그분이 보내준 사람이라 믿어도 됐던것일까?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없이 우리는 안방문을 조용히 닫고 그 문앞에서 망자에게 절을 하고는
할머니가 남겨놓은 편지를 가지고 마을로 내려왔다.
컵라면을 사먹었던 그 가게에 들어가니 어제처럼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기에 상황 설명을하며
그 편지를 내미니 약간은 놀라며 편지를 받아들어 읽어보던 그여인.
자기 남편을 불렀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서둘러 그마을을 떠났다.
그다음에 어디로 여행을?
에그.
여행이고 나발이고 더이상 돌아다닐 생각조차 싹 달아난 우리 세 악동들.
남은돈과 그 할머니가 남겨주신 돈으로 아침밥을 푸짐히 먹을수 있겠기에
해장국에 해장술까지 거 하게 나누고는 그길로 집에 돌아와 버렸다.
벌써 30년이나 흘러버린 오늘.
왜 갑자기 그날 그일이 생각났는지 알수없지만 아무튼 장례는 무사히 치러 드렸겠지?
영감님 곁에서 행복 하실려나?
공연히 궁금할 필요도없는 정말 끔직할 정도로 뇌리에 깊게남은 멋진(?) 추억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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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소설쓰기 정말 디게 힘드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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