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이젠 이런 휴식도 즐거워라.

인천백작 2011. 3. 3. 10:16

언제부터인가?

쉬는날은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만 되는것으로 알았다.

그저 들로 산으로 맘껏 돌아다니며 망아지 뛰듯이 자연을 벗삼아 놀다가

약간은 피로한듯한 몸으로 돌아와야 개운하게 하루를 즐긴것으로 생각했었다.

 

사실 하루종일 집에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구르다가 낮잠이나 푸지게 자다가

밤에는 잠이오질않아 날밤새우고 아침에 출근하면 여기저기 뻐근한 소위

월요병이란것도 경험했기에 쉬는날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밖으로 나갔었다.

 

그런데 또 언제 부터인가?

 

올 8월달에 소금강에 놀러가서 텐트를치고 들어앉아 있는데 올해는 정말

희한하고 지겹게도 8월달에 그놈의 비도 참 많이 오기도 왔었다.

 

기상청 발표로는 24일간 비가 왔었다니까.

 

그런데.

 

텐트안에 앉아가지고는 아내랑 둘이서 오소리가 굴속에서 밖을 내다보듯이

눈만 말똥말똥 뜨고는 빗소리 들으면서 한가로이 앉아 있다보니 어허라~~

 

이것또한 좋기만 하구나!

 

빗소리 때문에 조용할수는 없지만

떨어지는 비가 텐트를 두드리며 울리는 그소리는 자연의 오케스트라처럼 들리고

땅에 떨어져 튀는 물방울은 빗소리 장단에 맞추어추는 요정들의 춤이던가?

 

저 멀리 가까이 보이는 푸른숲,

산허리에 낮게 드리워진 구름들,

가끔씩 번쩍거리는 번개의 밝은조명 효과와

우르릉 꽝!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는척 핑계김에 끌어안는 아내의 허리살 감촉도

새삼스레 짜릿하니 그소리 또한 정겨워라.

이웃 텐트에서 들리는 가족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들은 덤으로 즐거우니

오호라~~~

또 이런 즐거움도 있었구나.

 

한동안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빠져서 말없이 앉아 있다보니 그 풍광에

어울리는 우리일을 해야겠지?

 

아침에 주문진항에 나가서 사가지고온 문어.

살짜기 뜨거운물에 데친다음 송송 썰어서 초고추장에찍어 소주한잔 들이키고

빗소리 배경음악삼아 입에넣고 살살 씹으니 이맛을 어디에 비길꼬?

허허허.....

 

그다음부터.....

 

쉬는날엔 가끔 하루정도는 그냥 집에서 집안일도 좀하고,

D.V.D 빌려다 영화도 한편 감상하고,

그러다 둘이서 죽이맞으면 근처 강변을 함께 가벼이 걷는것으로 하루를 보낼때가

종종있게 되더라.

 

그래,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자연을 벗삼아 하루를 보냄도 물론 좋지만,

이젠 이런 조용한 휴식도 또한 좋구나.

이런 휴식을 늦게 알았다해도 결코 아쉬워하지 않으리라.

지금이라도 이런 휴식을 취할수 있음에 감사하려니.........

 

허허허......

출처 : 인천백작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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