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내가 먼저 죽거든 뒤따라 오게나.....

인천백작 2007. 8. 26. 01:43

우리마눌에게 평소에 가끔 하는말이다.

 

죽음,

30대 이전에는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운 단어였던것이 40 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되기도 하더라.

 

사실 어릴때에는 시골에 살면서 참 겁도많던 나.

그런데 이놈의 화장실은 어째서 꼭 밤에 가게한단 말인가.

그나마 본채에서 화장실도 멀리 있건만.....

그때에는 남동생이나 누나를 깨워서 밖에서 있으라 하고는 화장실 일을 보면서도

가끔씩 불러서 동생이나 누나가 제자리에서 지켜주는지 확인하고야

안심하고 일을 보곤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참 일보다가 부르니 이런...

대답이 없네?

어찌나 무섭던지 대충 정리하고는 후다닥 튀어나오던 기억이....

골탕먹일려고 저만치서 대답도 않고 웃고만있던 얄미운 누나. ㅎㅎㅎㅎ

 

그렇게 겁이많던 내가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겁이 없어지더니

충청도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군생활 할때는 아예 겁이 없어졌다.

그걸 군대말로

겁 대가리 상실했다... 뭐  그렇게 말하더군.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백리포라는 마을로 가는 지름길이 산속의 좁은 오솔길로

약 500 m 정도 있었는데  그 중간에 무덤이 한기가 있었다.

 

그런데 밤이면 그 마을 사람들은 서넛이 모여도 그길로 무섭다고 가지못하고

큰길로 약 3km를 돌아서 걸어갔다.

지금이야 차로 다니겠지만 그당시엔 차가 없었으니.

 

그렇지만 이 겁대가리 상실한 군바리는 달밤에 그 무덤앞을 덤덤히 지나가곤했다.

때론 안녕하시냐고 인사도 하면서(죽은사람이 안녕 한건지는 모르겠고)

 

이 겁 얘기는 왜하느냐.

바로 죽음을 말하기가 겁이나기에 30살 이전에는 잘 하지않았다... 그런얘기다.

그런데 40 이 넘어가니 바로 여기에서도 겁대가리가 상실되더라... 뭐 그런얘기까지.

 

어느날 아내에게 말했다.

"어이,숙."

"내가 먼저 죽으면 뒷정리나 깨끗이 해놓고 천천히 따라오게.'

"매장은 하지말고  화장을 하되 그 뼈가루를 뭐 경치좋고 어쩌고

그런데 까지 갈것없지만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지는말고 그저 깨끗한곳에나

뿌려주게나."

 

어안이 벙벙한채로 듣고있던 우리마눌.

"에이그, 뭐 벌써 그런얘기를 하우?"

"아니야. 마음의 준비는 해야될것 아닌가? 언제일지 모르는데 말이지."

그러자 우리숙.

"내가 먼저 죽으면 안될까? 나두 그저 깨끗이 화장이나 해주."

이런... 뭐 그런것에 순서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이사람아, 과부집에는 쌀이 서말, 홀애비집에는 이가 서말이라했다."

(에구, 지금 혼자되신 친구분들껜 미안하우. 그냥 흘려 읽으시구려.)

"아무래도 이보다는 쌀이 나을것 아닌가."

 

우리부부는 이렇게 겁대가리 상실해서는 언제 닥칠지 모를일에 마음의

대비는 해뒀다.

 

물론 닥쳐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잘했지?

 

 

 

출처 : 내가 먼저 죽거든 뒤따라 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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