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1월 14일날.

세상에 내가 그런 실수를.

 

아니,

동네 뒷동산엘 가더라도 나름 준비를 철저히 한다는 나 인데,

생전 처음 가는 군포시의 수리산을 물 한병 딸랑 가지고 겁 없이 달려들다니.

지도 한장없이 달려든 결과는 엉뚱한 길로 잘못들어 6Km 를 헤맸는데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가야한다  생각 해서인가?

더 지치다보니 어찌나 힘이 들던지 희한한 경험을 한 날이기도했다.

 

첫번째 봉인 무성봉을 지나고 난 다음 길에서 길을 잘못들어 6Km 를 되돌아와 임도 오거리에서

슬기봉을 오르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그 봉 하나 올라보고는 곧바로 되짚어 내려오고 말았던

그 산에 이번엔 준비좀 해가지고 2월 3일날 다시 올랐다.

 

간식과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고 컵라면 2개를 챙기고 겨울 장비들을 배낭에담고

일어서니 배낭 무게가 10Kg은 족히 되어 보인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겨울산에 그것도 혼자서...

총 8.7Km 라 표기된 코스를 처음 철쭉 동산서부터 출발하여 무성봉~슬기봉~태을봉~관모봉을 거쳐 안양시 수리 약수터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먼저 길 잘못들어 되돌아 오느라 헤매느라 고생했던 임도 오거리를 지나

군대에서조차 안해봤던 유격에.(우리 부대는 내가 복무하는 3년동안 유격 훈련이 없었다.)

마지막 관모봉에 휘날리는 태극기도 한번보고.

무언가 이루어낸 뿌듯한 표정으로 한컷 증거사진 남기고.

 

수리 약수터 란곳에 내려와보니 명학역이 지척이라.

935m 밖에 안된단다.

까짓거 8.7Km 걸었는데 그정도야 껌이지.

 

명학역 근처 빈대떡 집에서 굴 빈대떡 한장에 막걸리 한병 시원하게 마시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혼술 이란게 이렇게 씁쓸 한거구나 새삼 느끼면서 이럴때 가까이 누군가가 있었다면 주저없이

불러 낼것만 같았다.

특히 여친이라면. 히히히

 

근데....

이게 도대체 산에 오르다보면 가끔 나이를 잊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무슨 3,40대인줄 착각인가?

힘차게 오르다보면 헥 헥 헥.

심장은 절구질하듯 쿵쾅거리고.

 

아참.

나 60대지?

새로이 자각 하려니 쫌 낮아진 체력에 서글픔도 조금 느끼는.....

그런게 등산 이더라.

 

암튼.

드디어 해치웠다.

 

P.S

그런데 끓인 물을 담아간 1.5 리터짜리 보온병이 이게 보온병인지 물통인지.

보온이 전혀 되질않고 그놈 뒷주머니에 넣었던 초콜릿을 녹여 놓는 바람에 초콜릿을 씹어 먹는게

아니라 빨아 먹어 버렸다.

두어 시간 후에는 그냥 마시기 좋을만큼 식어 버려서 컵라면에 부울수도 없게되었으니

고얀놈.

 

그래서 오늘 보온병 사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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