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아마, 쥑이고 싶을지도 몰라.

인천백작 2016. 11. 25. 09:59

맨날 말로만 사랑하느니,

이 세상에서 여자는 오로지 당신 하나 뿐이니 뭐니 떠들어야 뭐하냐구.

 

행동으로,

뭔가 증명이 될만한 그 어떤것이라도 있어줘야 믿던지 말던지.

 

근데 이건 결혼생활 만 32년동안 뭐 제대로 챙겨 주기나 했어야 말이지.

 

다른게 아니라 우리 마눌 생일.

음력 10월 19일생이란거야 주민등록 번호까지 쌈빡하게 잘 외우고 있는데다

약 한달전부터 벼르고 별러본다.

 

"이번엔 잊지않고 잘 챙겨 줘야지."

 

달력에다 이쁘게 동그라미까지 잘 쳐놓고는

"음, 2주 남았구나.

"음? 한주 남았네?"

"흐흐흐, 3일전 이구만."

"자 그럼 슬슬 준비해볼까?"

 

근데 거기까지가 끝이니 그게 참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어느 순간 깜빡!

 

정신이 번쩍들어 달력을보면 이런....

벌써 3일이나 지났네.

 

 

빈대도 낯짝이 있다는데 하물며 나야 좀 더 염치가 있기는 하겠지?

슬금 슬금 마누라 무릎앞으로 다가가면 "이 영감탱이가 왜 또 이러나?" 하는듯이 살짝

긴장하는 마눌에게 죄없는 내 뒤통수만 슬슬 쓰다듬으며 멋쩍게 한마디 던진다.

 

 

"헤~~~. 당신 생일이 3일 전에 지났네그려."

 

 

그때야 뾰루퉁한 입술로 아내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뭘... 하는듯이 한마디 툭 던진다.

"언제는 기억이나 했간?"

 

너무 그러지 말어.

그래도 딱 2번은 기억했다 뭐.

결혼 첫해하고 30주년 되는해 하고

그나마 쪼금은 기특하지 않나? ㅎㅎㅎ

 

매년 기대 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말이나 말던가.

기껏 며칠이나 지나서 미안한척 생일 지났음은 알리는 이노무 남편.

 

이걸 믿는답시고 32년이나  온갖 궂은일 마다않고 곁을 지켜왔건만 하나밖에 없다면서 맨날 사랑 하느니

어쩌느니 너스레는 다 떨어놓고 마누라 생일하나 못챙겨?

 

겉으로 말은 안해도 속으로 그럴것같아 은근히 찔린다.

"이걸 쥐겨 살려?"

 

*먼저주 금요일인 11월 18일이 아내 생일이었다."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