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주 세놈과 씨름을 해대며 힘들때면 아내는 가끔 투덜거리며 신경질을 부린다.
"그저 말을한 내가 죄지 죄야."
"왜 이고생을 사서하는지 원."
얘기의 기원은 우리 아이들의 고딩시절로 돌아간다.
어떤 일이든지 지나고보면 아쉬움과 약간의 후회 같은것들이 미련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경우에는 아이 둘을 낳아서 길러내보니 아이들 클때에 충분히 귀여워 해주지 못하고
또 무언가라도 만족 스러울만큼 해주지 못했음이 가슴에 걸리더라.
그러다보니 애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난다음에는 늦둥이라도 하나 낳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나게 되었는데 그게 40세를 넘어 가면서는 어찌나 간절하던지 늦둥이낳는 꿈까지
꾸는날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 자체가 얼마나 실현 불가능한 일인지 잘 알고있는 일이기도했다.
그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님을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아내와 얘기는 아무래도 애는 최소한 넷은 낳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는데
그러다보니 그 화살은 엉뚱하게도 애들에게 날아가게 됐다.
이제 고딩 2년 1년된 딸,아들을 앞에놓고 아내는 명령인지 부탁인지 엉뚱한 말을한다.
"야, 니들은 시집,장가가면 애는 무조건 넷씩 낳아라."
"알았지?"
그러자 애들은 뻥~~한 표정으로 제 어미를보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아휴, 어떻게 키우라구요."
그러자 그다음 우리 어이~숙의 말이 참 가관이다.
"걱정 마."
"이 엄마가 다 키워줄께."
못 미덥다는 표정의 아이들은 그렇다치고 뭔가에 뒤통수를 맞은듯 멍 해지는 순간의
난 비명을 지르듯 아내에게 꽤액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뭐~~어 라구?"
"다~아 키워 주~운다구?"
"애 키우는게 무슨 장난이야?"
"당신 혼자 키워."
"난 모르니까 내게 기저귀 갈라는 말이라도 절대로 하지말고."
"알았지?"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되나?
우리 마눌은 그래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다는 말이
"같이.......... 키우는거지 뭐."
아이구,
머리야.
그후.
딸이 28살 되던해에 결혼을 한다고 어디서 늑대(?) 한마리 주워가지고 와서는 인사를 시키는데
기껏 사랑으로 키워낸 딸을 빼앗긴다는 서운함 보다는 제때에 시집 가준다는 사실이 더
고맙기 그지없음이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딸이 말썽이나 피워대어 일찌감치 버리고(?) 싶었더라면 또 모르겠는데 그것이 아니고
참으로 착실하고 정말로 이쁘게 잘 자라 주었던 딸인데도 말이다.
암튼,
딸이 결혼했고 당연한 수순으로 손주를 기다리는데 이게 2년이 다되도록 영 소식이 깜깜이네?
애는 생기는대로 낳겠다고 했는데 애가 들어서질 않으니 시집쪽에서나 우리 쪽에서도 안타까이
소식만 기다리는데 본인들이야 오죽 했을려고.
둘이 병원을 다니네.
날짜와 시간을(뭘?)맞추네.
야단 법석을 떨더니 드디어 태기가 있었고 이쁜 첫딸을 건강하게 낳았다.
그런데 이상한건 구체적인 얘기가 오고 간것도 없는것 같은데 아주 자연스럽게 이 외손녀가
정말로 자연스럽게 우리집으로 스르르 들어 오는게 아닌가?
당연히 그래야 되는것처럼 아이 양육은 외할머니인 우리 어이~숙 몫이 되었고 말이다.
그 참.
도독질도 처음에만 어렵지 그다음엔 쉽다던가?
첫딸 다음에 18개월차로 둘째딸을 낳더니만 둘째낳고 첫 생리도 하기전인 6개월만에 셋째놈이.
그래서 16개월차이로 셋째에는 아들을 낳았고 그래서 딸 둘에 아들하나를 건강하게 낳았다.
태어날때 큰놈은 2.9kg, 둘째는 3.3 셋째 아들놈은 자그마니 4.7kg.
그래서 그렇겠지만 아들놈 덩치가 평균보다 훨씬 실 하다.
그런데.....
손주놈 귀여운거야 귀여운 거지만 그놈들을 키운다는건 귀여운것과는 별개의 문제 아닌가.
하루종일 그놈들 치닥거리 하다보면 몸이 파김치 되는거야 알만한 일이고 그에따라 마음도
지칠때가 있는법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럴때 아내는 투덜 투덜 중얼 거린다.
"에휴~~."
"왜 키워 준다고 해가지곤 이 모양인지 원."
그럼 안 키워 준다고 했으면 지금 몰라라하고 있을려고?
그건 약속하고는 또 별개라고 아내를 달래는데 이사람.
그렇게 투덜 거리는 순간에도 손주들이 품을 파고들면 언제 그랬냐는듯 난짝 안아 주는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지는데,
그래,
그게 할머니여 이사람아.
허허허.
근데 정말 클나긴 클났다.
넷씩을 키워 준댔는데 딸은 셋으로 끝내겠다고 했고 이제 셋 가지고도 이 야단인데 아들놈 장가가서
정말 네놈을 안기면 그땐 어쩌면 좋노?
그때가서 딴 소리라도 해볼려나?
"야. 여기가 뭐 육아원 이라도 되는줄 아니?"
뭐 그건 그때가서 걱정할 일이구,
가끔 생각하면 지금 이 손주들 안키우고 우리 부부만 생활하는게 더 재미있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이놈들과 부대끼며 사는게 더 좋을까.
어떤게 더 행복할지는 결론을 낼수 없는데 한가지 확실한건 지금에서야 아는거지만
이제 이 손주 녀석들을 떼어놓고는 못살것 같더라.
그럼,
이 녀석들이 안겨주는 행복이 얼마큼인데.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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