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남자냐, 여자냐?

인천백작 2014. 9. 12. 18:10

사람이 살다보면 꼭 계획에 따라서만 일이 진행되지 않을때가 종종 있다마는

그래도 그것이 전혀 엉뚱한데서 일이 벌어질때 그 황당함에는 어안이 벙벙할때가

가끔 있게된다.

 

우리 딸 부부 얘긴데,

 

결혼할때 2세 계획은 어떻게 할거냐는 주변 물음에

"생기는대로 낳겠다."고 답했었는데.....

 

결혼한후 2년동안 태기가 없으니 당사자인 딸 부부는 초조하고 시댁의 어른들은

혹시나 안낳으려고 그러는것 아니냐는 약간 핀찬섞인 물음을 들어야 했었다.

 

둘이서 병원을 다니네 좋은약을 복용하네 법석을 떨고서야 태기가 있으니 그 기쁨을

말로해서 무엇하리.

 

그렇게 어렵게 낳은 첫애가 지금 27개월째 들어서는 큰 외손녀 "교은"이다.

 

그런데 도둑질도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해보면 다음번엔 쉽더라고 이경우에도 그렇더라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더라.

 

첫애 낳은지 8개월만에 둘째놈이 들어서서 세상에 내놓는 바람에 18개월 차이로 두놈을

기르니 쌍동이는 어떻게 기르는지 궁금할 정도로 좀 힘든 육아를 진행중이다.

 

자,

그런데.....

 

둘째 녀석이 8개월 될동안에 딸 몸에 변화가 없으니 방심했던가?

셋째녀석이 덜커덕 들어서고 말았다.

허허허

어째 이런일이,

 

그러니까 첫 생리도 하기전에 이녀석에게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되어 삼신 할미가 냅다

붙여 준것이 아닐까?

 

사실 요즘 젊은이들이 꼭 아들을 바라는게 아니라지만 그래도 아들이라는 보장만 있단면

셋째를 낳겠노라고 했었고 꼭 집어서 말한 사람은 없었지만 아들이 귀한 사돈댁에서야

당연히 아들을 기다릴거야 뻔한것.

 

올해 팔순이신 사부인이 딸 다섯을 내리 낳으시고 끝으로 두 아들을 두셨는데 그 막내가

지금 내 사위이다.

그위의 형은 30대 후반에 접어 들면서도 결혼할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아직 미혼이고

그러다보니 아직은 내 딸이 그댁의 막내이자 맏며느리 이기도한 상태이다.

 

사부인의 맏 딸 되는 사람이 나보다 한살 아래,

그 남편은 나보다 4살 위.

그런데도 집안 행사에서 만나면 나와 아내를 깍듯이 사돈어른으로 대우 해주는데 당연한

일이겠지만 고맙기도하고 좀 쑥스럽기도하고. ㅎㅎㅎ

 

저들 자신이나 주변의 바램이 그렇다해도 아직 두 딸이 어리니 나중에 천천히 갖겠다고

했었는데 그리 되었으니  딸 부부도 그렇지만 나도, 주변의 다른이들도 기쁘다기 이전에

좀 당혹 스러웠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더군다나 두 외손녀를 도맡아 키우다시피 했던 우리 아내 입장에서야 아직 어린 두놈에다

내년 5월 1일이 출산 예정일인 셋째까지 생각하면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잠시라도

아득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첫애와 둘째는 18개월,

둘째와 셋째는 17개월 차이로 고만고만한 놈들을 키우려면.... 흐흐흐

 

암튼 꼭 아들이니 딸이니 하는것도 중요 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것은 말하나마나

그저 건강한 녀석이 태어나는것 아니겠는가.

 

그러다보니 두 외손녀가 어찌나 귀여운지 말로 표현이 어려운데 이 셋째놈이 태어난다면

또 어떤 귀여움을 안겨줄려나 그 기대가 참으로 크다.

 

내 자신이나 아내도 셋째는 아들이길 바라면서도 차마 그 아들을 바란다는 말을 하지못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수밖에 없는데 딸은 아무래도 꼭 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이 무척이나

간절한가보다.

 

이제 27개월  접어드는 제 큰딸을 앞에놓고 되지도않는 질문을한다.

"교은아."

"네?"(놀이방 다니면서 배웠는지 대답은 꼭 네 라고한다.)

"여기에 (자기 아랫배를 가리키면서) 니 동생이 있거든."

"네."

"근데 여기 네 동생이 남자일까, 여자일까?"

 

그러자 요 쪼끄만놈이 아주 자신있게 망설임도없이 답한다.

"남자."

 

물론 그말을 믿어서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기대했던 답을 시원스레 말해주니

꽤나 흐뭇했겠다.

 

근데 이녀석이 뭘 제대로 알고나  답한건가 싶어서인지 다시 묻는다.

"그럼 교은이는 남자야, 여자야?"

 

그러자 이 놈,

또다시 망설임도없이 자신있게 답한다.

"남자."

 

에그 이놈아.....

 

그러거나 말았거나,

그래,

셋째야.

이 할배가 너무 서두르나?

얼른 얼굴좀 보자꾸나.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이 할배가 미래의 내  셋째 손주를 손꼽아 기다린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