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넌 이런 친구있니?

인천백작 2012. 12. 16. 18:17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말중 하나.

"진정한 친구는 (이웃이나 친척이나 동일하게)  내가 어려운일을 당했을때 알수있다."

 

그래서 옛 이야기중에,

친구가 많다고 자랑하는 아들에게 자신은 친구가 단 하나 뿐이라  아버지가 말하니  

아들은 그나이에 여태껏 친구가 하나밖에 없느냐고 비아냥 거리더란다.

 

그래서 아비는 진정한 친구는 어떤 것인가 보여주마 하고는 집에서 돼지를 잡았다지?

그 통돼지를 가마니에 둘둘말아 늦은밤에 아들의 등에 지게하고는 아들이 친구라는 집마다

찾아가 다급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라 시켰댄다.

"여보게, 나좀 도와주게."

"내가 사람을 죽여서 이렇게 가져왔는데 이 시체를 처리하고 나좀 숨겨주게."

 

그런데 가는 집마다 아들의 친구라는 사람들은 말이 끝나기도전에  매몰차게 문을 닫으며

단호히 거절을 하더랜다.

거기에 덤으로 별 미친새끼 다보겠다는 욕설도 함께.

 

크게 실망한 아들에게 이번엔 아비 친구를 찾아가보자 하고는 돼지를 넘겨받아 짊어진 아버지가

하나밖에 없다는 친구네집에 대문을  늦은밤에 두드리며 친구를 부르는데 그 친구란 사람.

잠옷조차 제대로 추스리지도 않은상태로 반색을하고 뛰어나와 아비의손을 덥석 잡으며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늦은밤에 찾아온 친구를 진정으로 반가이 맞아 들이더랜다.

 

그런 친구에게 사람을 죽였으니 어쩌면 좋으냐 걱정스레 물으니 그 친구.

"아이쿠 이사람아."

"그래, 얼마나 겁이 났겠나."

"걱정말고 어서 들어오게나."

"우선 그 시체나 거두어놓고 상담해보세."

 

물론 잠시후 그런 행동에대해 친구에게 설명했고 그 늦은밤에 반성하며 두 친구를 존경어린 눈으로

우러러보는 아들과함께 돼지고기를 안주로 푸짐한 술좌석이 펼쳐졌댄다.

 

나의 그 친구는 초딩 동기 동창이요 그 동네가 그런 동네여서 그런지 지독히도 가난하기 그지없는

그런 동네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친구다.

 

가뜩이나 가난한 그런 상황에서 그 친구 아버님이 5학년때 불시의 사고로 타계하시니 5남매중 둘째인

그 친구는 초등학교도 못마치고 구두통을 메고는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수밖에 없었다.

그 고생이야 어떠했을지 그저 짐작으로나 생각해보자.

 

중학교를 진학하면서 그 동네가 재개발로 헐리게 되었고 그때 그 친구와는 기약없이 헤어지게 되었다가

고등학교 시절에 다시 만나면서 우리는 다시금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서 서로의 어려움을 매만져주며

청소년 시절을 어렵게 돌파해 나가게되었다.

 

그후.

가구회사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야간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고 또 굼벵이 구르는 재주도

한몫했는지 참 한 여인을만나 연애 하던중 그때당시 한참 붐이 불었던 중동에 파견나가 돈도벌고....

 

그런데 그렇게 뜨거운 나라에서 어렵사리 벌어서 집에 부쳐준 돈이 3년이지나 돌아와보니 한푼도

남아있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유는 바로 밑에 남동생이 뒷골목에서 휘둘러대며 돌아 다니는 주먹에 피해 입은 사람들의 합의금으로

몽땅 날렸댄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그러니 중동에 나가있는 동안에도 착실히 자신을 기다려준 여인과 결혼도 해야하는데 돈이 있어야지.

그래도 어렵사리 단칸 전셋방을 하나얻어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직장생활 한 2년 하고는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품목은 주방가구 부품을 개발 생산하여 실용특허를 득하고는 그래도 국내 주방가구 업체로는 제일 크다는

회사에 납품을 하였다.

 

그런데 작은 공장이랍시고 시작 했는데 맘 먹은대로 잘 되기만 한다면야 무엇이 문제일꼬.

그럭저럭 딸 둘을 낳아서 기르는 동안에 어찌나 힘들던지 온 가족함께 자살할 생각까지 했었노라고

먼 훗날에 털어놓더라.

 

그런데 이 친구바보가.

30세 좀 넘어 둘째딸 낳았을당시 내가 살고있는 셋방에 찾아왔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내가 그당시

아주 다급히 20만원이 필요했었고 2달후에 돌려줄테니 혹시 그 돈을 빌려줄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친구 잠시도 망설임없이 곁에있는 제 아내에게 가방에서 20만원을 꺼내주라 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그때 그 부인의 태도가 다른때와 영 다름이 눈에 띄는거였다.

아주 잠시지만 잠깐 인상을 찡그리는듯 하면서 손끝을 멈칫하다가 가방을열어 10만원권 수표 2장을

건네는데 아주 잠시였지만  이정도 돈 가지고 저럴사람이 아닌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일단 받았고

문제를 잘 해결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이해하기 곤란한 말을 그 친구에게서 듣게된다.

돈 빌린지 2개월이 다가왔고 며칠후면 그 돈을 돌려줄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어느날 전화가온다.

 

"야, 참 미안하지만 먼저 그 돈을 돌려줄수 있겠니?"

어라?

이친구가 어째 이런말을 다?

 

뭔가 이 친구답지 않음에 좀 이상했지만 미안하면 내가 미안하지 네가 미안할게 뭐냐고 해놓고는

제날자에 그 돈을 갚았다.

 

그 얼마후에 우리 가족은 오산으로 이사를했고 그친구는 인천에 남았고.

그것도 거리가 멀답시고 가끔 안부 전화만 하면서 잘 만나지를 못했지만 그래도 몇개월에 한번씩은

만나곤 했었다.

그러면서도 나야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니 내 생활이야 뻔한것이고 그 친구는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는

조금 지나가는 정도만 얘기할뿐 자세한 이야기는 없었는데 그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더라.

 

그럭저럭 40대 중반에 그 친구를 만났을때 이친구는 그 어렵던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섰고 그동안에

야간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단다.

 

재산도 있는 사람에겐 별것 아닐수도 있지만 맨손으로 시작해서 100억대의 자본을 만들었댄다.

 

그런데 지난 일들을 추억삼아 이얘기  저 얘기중 내게 빌려주었던 20만원.

글쎄 그게.....

 

정말 온 가족 동반 자살까지 생각하다가 다시금 결심을 굳게하고 시작 하려는데 자금이 있어야지.

그래서 여기 저기 조금만 친분이 있다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 다니며 정말 구걸하듯이

빌려서 겨우 안도하고 돌아 가던중에 친구 생각이나서 우리집에 들렸다가 내가 돈 얘기를 하는데

뭐 잠시의 망설임 같은게 없었단다.

 

참.

이런 바보같은 친구 봤나.

그랬으니 그 부인도 잠시 망설 일수밖에 없었겠고 그래도 남편이 친구에게 주라니까 얼른 그 기색을

숨기고 돈을 꺼내 주었고 그렇게 힘들게 겨우 마련한 것이니 아무래도 너무 힘들다보니 그런 말할

사람이 아님에도 미안하다며 돈을 돌려달라 한거란다.

 

어휴....!

그 당시 그게 그런 돈이란걸 알았다면 내가 빌려달라 하지도 않았겠지만 만약 입장이 바뀌었다면

난 그 친구에게 그런돈을 덥석 빌려줄수 있었을까?

 

지금 이것은 그 친구 바보와같은 친구와의 많은 일중에서 한가지만 이야기 한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바보같은 친구.

 

그래서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 이 공간에도 비록 확인할일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그 못지않은 좋은 친구가 분명히 있음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긴 글을 마친다.

'스토리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실 야합과 그 결과.  (0) 2013.01.13
이런.......... 캐 애 쉬키!.  (0) 2012.12.19
곰 세마리가............  (0) 2012.11.29
미안하다. 사실은..........  (0) 2012.11.23
잊혀져가는 친구들...........  (0)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