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아무때나 심는 고추,

인천백작 2011. 5. 5. 23:21

오늘,

 

아내가 아침부터 서두르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오늘이 처 자매들이 모여서 친정에 농사일 거들어주러 가는날이다.

 

1년이면 몇번씩 농번기때마다 그렇게 딸들이 모여서 친정에 농사일을 하러가면

그집의 사위들은 졸지에 홀애비 독수공방.

그런데 이 무지랭이같은 나는 그런 절호의 찬스(?)를 활용하질 못하니 원.

 

얼마나 좋은기횐가?

항상 옆에서 떨어지지않던 마누라도 없겠다.

이런날에 얼씨구나 애인이라도 만나러가면 얼마나 좋겠나 말이다.

 

근데 애인?

꿈도 못꾸고 살아가고 있으니 참 멋대가리 하고는 쩝.

 

아내나 그 자매들은 시골(충남 아산)에서 어릴때부터 농사일을 해가면서 컷기에

농사일은 내가봐도 참 능숙하게 잘도 해내는것같다.

 

그런데 나?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라 예전에 어쩌다 농사일 거들어주러 간답시고 가기는

했지만 생전 농사일을 해보기나 했어야지.

 

경운기 운전을 할줄아나.

왠지 배우기도 싫고.

 

모판을 지게에지고 가져오라하면 지게에 모판을 얹어싣고 지게를 지기야 지지.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어,어,어, 소리와함께 지게밑에 깔려 쓰러져서 모판 버리지

옷버리지,

그나마 다치지 않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논둑에 풀이라도 깍으라고 낫을

쥐어주면 다른사람처럼 촥촥촥 베어 나가는게 아니고 이건 풀 한포기잡고 낫질한번

싹뚝,

또 한포기잡고 싹뚝.

 

저러다 손이라도 벨까봐 걱정되신 장인어른 말씀.

"거 김서방은 일 놔두고 다른사람들 일 끝나고 술안주 하게시리 저 저수지가서

 안주감이나 잡아오게."

 

그러면 얼씨구나 낚시대 챙겨가서 낚시질이나 하는게 나의 농삿일 거들기 작업의

전부였고 그 다음부터는 아예 일을 시키지도 않는다.

방해만 된다나? 어쩐대나. ㅎㅎㅎ

 

 

오늘 처 자매들이 하러가는 일은 고추심기란다.

그렇게 가는 사람에게 공연히 심통이 나서는 투덜투덜 볼멘소리 한번 해본다.

 

"헹 !"

"집에있는 고추나 제대로 심을것이지 뭔 놈의 다른 고추를 심겠다고 그리 난린가?"

 

그러자 우리 숙,

돌아서면서 망설임도없이 쏘아부친다.

 

"흥, 집에있는 고추야 사시사철 아무때나 심지만 밭에 고추는 일년에 한번 심는거라."

"그래서 오늘이 아니면 안되기에 오늘 심으러가요."

"갔다와서 이쁘게 보이면 집 고추도 심어줄께."

 

하이고~~오.

정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이 어떻고,

중국집개 3년이면 짜장을 볶는대나? 어쩐대나.

 

말 많은놈에게 시집와서는 그저 늘은게 말이라더니 어쩜 저렇게 멋진 반격도

해대는지 원.

 

입 꾹다물고 정말 잘 다녀와서 집고추나 잘 심어주길 기다릴밖에.

에긍.

이게 뭔놈의 팔자가 이모양인지 원.

쩝쩝쩝......

 

ㅎ~

출처 : 인천백작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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