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어머니, 그리고 그분의 산.

인천백작 2018. 3. 24. 13:53

이공간에서 여러번 얘기 했지만 3월 6일날 편찮으신 장모님을 우리집으로 모셨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사람이 늘거나 줄거나간에 인원 구성이 바뀌면 그에대한

생활의 방식이나 분위기가 달라 질수밖에없다.


우선은 귀가 많이 어두워지신 분이라서 말을해도 큰소리,

그러니 남들이 듣기엔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겠지만 저집은 맨날 싸우나?

그러지는 않겠지?

거기다 외손주들 세녀석이 함께 하다보니 아무래도 어른 입장에서는 두 계집애보다

막내 사내 녀석이 마냥 더 귀여우신가보다.

그저 남아선호 사상의 잔재라 할까?


혹시라도 두 외증손녀가 막내 증손자에게 조금이라도 소흘하다 싶으시면 그 손녀들에게

이리저리 참견 하시다보니 좀 야릇한 분위기도 연출될때가 간혹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나나 아내나 별 상관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경우가 가끔 생기지민 혹시 사위나 딸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이해하라 설득도하고.

그런데 아직 그런일을 많이 겪지않은 상태라 그런가?

그런 일마저 참 재미있게 생각되니 말이다.


오늘은 우리 집에 엄마 본다고 온 둘째 처형께 장모님을 부탁 드리고 손주들은 제집에 보내고

우리부부는 동네산에 왕복 2시간 걸리는 코스로 운동하러 갔었다.

가면서 또 큰소리로 장모님께 보고부터 하고.

"어머니, 산에 운동하러 갔다올께요."


알아 들으셨는지 어쨌는지 암튼 잘 다녀오라 손짓하시는 장모님께 인사드리고 우리 둘은

신나게 동네산을 즈려밟아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장모님 말씀왈.


"차 타고 잘 놀다온겨?"


이 무슨 말씀?

분명히 산에 운동하러 갔다온다 말씀 드렸구마는.


아내가 듣기에도 좀 이상했던지 집에 계시던 둘째 언니에게 물으니....


장모님 말씀이 얘네들 어디 놀러 간거냐고 자꾸 물으시는데 산에 운동하러 갔다니까 영

못 믿으시더라는 것이다.

그 힘든 산에 운동하러 간다고?

그럴리가.

그런 핑계대고 둘이 놀러 간거라고.


그런 말을 전해 들으면서 왜 그리 생각하시나 궁금하던중

아,

그러실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장모님께 산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조금이나마 일손좀 더하겠다고 어린 딸년들 데리고 그 높은산에 허위 허위 올라서는

맛있는 점심을?

그럴리가.


이미 다 긁어가 얼마 남지도않은 솔것(솔잎)들을 득득 긁어서 칡 넝클로 둘둘말아 작은 덩이

만든다음 어린 딸년들 어깨에 짊어 지우고 당신도 큼지막하게 머리에 이고 어깨에 둘러메고

힘들게 힘들게 언덕을 내려오던 그런 산.


곱게나 내려와지면 그나마 다행인것.

무게에 못이겨 뒤뚱거리다 넘어져 뒹굴다보면 어디를 다친건지 확인할 겨를이나 있나.

흩어져버린 그 아까운 솔것들 다시 챙겨 묶어 머리에 어깨에 둘러메고 또다시 그 먼길을

올수밖에 없었던 그런 산.


친정 아버지 기일이나 친척들 애경사에 빠질수 없기에 힘들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엄살이라 자신을 책찍질하며 힘겹게 어렵게 걸었던  울퉁불퉁한 산길,

그렇게  지겹게넘던 그런 산.


당신 자신이 산이란 어떤건지 잘 아시다보니 아들이, 지아비가 땔감을 모아 한짐 지게에

지고 내려오면 감사함과 미안함, 그리고 푸짐한 땔감에 만족스럽던 그런 힘들디 힘든 산.


그런산에 운동하러 일부러 간다고?

흥.

거짓말.

지들끼리 맛있는것 먹으러 놀러 가는걸 내 모를줄 알고?


그래요,

어머니.

저희들 놀러 갔다왔어요.

(등산 했거나 운동했거나 놀러 간거나 그게 그거지 뭐.)

죄송해요.

담에는요.

어머니 모시고 맛있는것 먹으러 갈께요.

오늘 많이 섭섭 하시더라도 용서하세요.

담에 더 맛있는것  많이 많이 사드릴께요.


그래도요 어머니.

이제는 말이죠.


그 위험한산에 솔것 긁으러 안다니셔도 된대요.

농사철에 많은 사람 밥 짓느라 고생하신것,

이제는 안해도 된대요.


겨울철 함지박 한가득 빨래감 머리에이고 냇가에 쪼그려앉아 얼은손 호호 불어가며 방맹이질

안해도 된대요.


낮에 농사와 식구들 챙기느라 힘든몸 이끌고 쏟아지는 졸음 참아가며 늦은밤 다듬이질과 바느질,

안하셔도 된대요.


아직,

늙어가는 자식들 걱정이 많으심을 잘 알지만 그래도 한가지,

몸은 평생 살아오신중에 제일 편하시죠?


지금,

아주 편안하게 밝은 너털 웃음을 날리시고 계시는군요.



장모님.

내 어머님.

제가 네살때 어머니를 여의여서 어머니 사랑에 참 목마른 사람이랍니다.



이제는,

사랑을 주시기보다 저희의 사랑을 받으셔야될 그런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머니 사랑을 많이 느끼고 싶다면 저의 욕심인가요?


그렇게 웃으시면서 편안하신 인생의 마무리가 될수있도록 너무도 많이 부족한걸

잘 아는 이 셋째 사위가 최대한 효도 하도록 노력해 볼께요.


그저,

편안히,

즐겁게,

그래서 행복하게,

제 곁에 계셔주세요.


그 기간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그때 까지라도 그렇게 계셔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 셋째 사위의 부탁 이랍니다.


그래 주실거죠?

믿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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