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그래도, 그래도 사랑 스러워라.

인천백작 2012. 7. 30. 21:08

예전에,

예전이래봤자 우리들 중딩시절에 얘기지만.

 

그당시 40대를 넘어가는 남성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게되는 기회가 있었을때.

그 남성들이 한결같이 하는말은 마누라가 이뻐서가 아니라 그저 정으로 산다는둥,

처녀때는 이뻣는데 지금은 추욱 처질대로 처져버린 마누라가 뵈기 싫다는등의 얘기들을

들었을때.

 

어린 마음에 그저 어른들은 나이들어 늙어버리면( 40대에? ) 모두다 저렇게 사는가 보다고

생각했었다.

 

이러구러 세월의 흐름에따라 휘둘리다보니 40대를너머 이미 50대의 중반을 홀까닥 넘어버린

지금.

 

어느날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곰시랑 곰시랑 나누며 앉아있다가 무심코 아내의 얼굴을

찬찬히 드려다보게 되었다.

눈앞에 앉아서 열심히 내 얘기를 들어주는 여인하나.

 

참,

짧지도않은 세월속에 함께 이곳까지 잘도 와 버렸구나.

 

앳되디 앳된 22살의 처녀를 냅다 낚아채어 데려다 놓고는 죽어라 고생만 시킨 세월이었는데

참으로 잘도 견디며 살아내 주었구나.

 

가난한 놈에게 시집이라고 와가지곤 그 고난의 세월을 잘도 이겨내 주었구나.

그 고생의 항목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기조차 미안 스러워라.

 

그 곱디 고왔던 얼굴엔 아직 주름까지 지지는 않았지만 흘러간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구나.

 

아직 군살까지 붙지않아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아내의 모습이 새삼 이쁘기만 하구나.

팽팽하던 피부의 탄력과 탱탱하던 탄력이야 아이 셋 (애기 둘과 큰애 하나) 키우느라

많이도 시들었지만 그 누가 감히 그랬단 말인가.

그저 정으로 살고있다니.

 

지금 저 모습이 그동안 사랑으로 감싸며 희생으로 지내온 세월의 흔적들이 아니던가.

저런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아니하고 정으로만 산다고?

에라이....

천벌을 받을 나쁜 사람 같으니라구.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무언가를 내려다보던 이사람.

말끄러미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 이마라도 따끔 거렸던가?

 

고개를 처들어 똑바로 나를보며 묻는다.

 

"왜~애?."

 

거기에 싱겁기 그지없는 나의 한마디.

 

"사랑해,  숙."

 

내가 생각해도 싱겁기 그지없어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