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엔 별짓을 다하면서 살아요. 참 내.
어느덧 백수생활 15일째.
그런데 우리 숙이 조금은 엉뚱한(?)일을 저질러 버린다.
평소에 문제가 있어도 내게도 그렇지만 자신도 병원에 가는걸 그리도 싫어하더니
어제는 갑자기 내게 선언을 해버리는게 아닌가.
"지금까지는 당신이 직장에 다니느라 내가 치료를 못했지만 이젠 치료하렵니닷."
무슨 커다란 결심이나 한것처럼 표정을 굳히더니 내미는 팔뚝.
양쪽 손바닥과 가락, 그리고 팔뚝에 걸쳐서 큼지막하게 도드라진 덩어리들.
그전부터 괴로워하던 바이러스성 사마귀.
이놈들이 처음엔 한두어개 생기더니 워낙 금슬이 좋았던가?
우리들 모르는 몇년새에 새끼를 그렇게도 다복(?)하게 까질러 놓았는지 어느새
8개로 늘어나 있었다.
그러도록 병원에도 안가고 버티는 우리 숙.
이걸 장하다 해야하나 미련하다 해야하나?
암튼 그래서 오늘 아침에 수원에 제법 잘 한다는 피부과로 데려갔는데 이게 다
실업자 남편 덕인줄 알거라 응?
그전에도 치료 받아본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 하는지 익히 알고있는터.
아니나 다를까?
드라이 아이스로 그부분을 얼려서 면도칼같이 날카로운 메스로 돌기부분을 깍아내는
거란다.
그래서 상처에서 계속 진물이 흐르면서 굳어지면 다시 그 돌기가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몇번이고 깍아내는게 그 치료라는데 아무리 드라이아이스로 얼렸다 하더라도 그
고통이 좀........... (으~~~) 보통이 아닌걸 참아내야 하는거란다.
그런데 그 치료를 내가 실직하고 백수가 되었을때 하는이유를 집에와서야 알게되었는데....
"자, 점심엔 뭘 먹을까?"
묻는내게 아내는 아주 간단한걸 먹자면서 국수를 삶으랜다.
나보고.
"내가 삶으라고?"
묻는내게 조용히 내미는 손.
"알았어, 알았다고, 삶으면 될것아냐. 씨앙."
근데 국수 삶는건 어쩌다 본적이 있지만 실제로 삶아 봤어야 말이지.
아내를 참관인으로 곁에 세워두고 국수를 생전처음 삶아본다.
끓는물에 국수를 넣으라기에 봉지에서 국수를 통째로 부을려니 아내가 기겁을하며
소리를 빽 지르면서 내손을 제지하는데 거기에 따발총 소리가 이런건가?
"아니? 이 영감탱님아."
"그걸 통째로 부으면 어쩔라구 그러는겨. 엉? 따 다다다다다다다............."
" 아 풀어가면서 와르르르르르....@#$%$#@&^%*......"
암튼 생전 처음 국수란걸 삶아도보는 즐거운(? 으~) 경험과함께 쇠뼈 사골국물 끓여서
삶아 씻어놓은 국수를 말아서는 대파까지 송송 썰어넣은 국수 그릇을 마나님앞에
공손히 바쳤다................. 젠장할. 끙 !.
그래도 그손으로 음식은 못만든다 핑계로 백수남편에게 다 시키더니 굶어 죽지는
않으려는지 젓갈질은 하데그려?
한젓갈 떠넣더니 흐뭇한 미소와함께 빠지지않는 그놈에 멘트.
"음~~ 내 제자가 확실하구만. 흐흐흐..."
그래 그래 이 여우야.
이런거 시킬려고 이 남편이 이런생활할때 치료를 받았단 말이지?
에그 이 얄미운......
근데 내가 누구냐? ㅎㅎㅎ
친구들이 이미 다 인정한 그런 사람인걸.
속으로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그래, 이노무 마눌아."
"내가 다 해줄께."
"어서 치료나 잘 받으렴."
"맛있나?"
"당연히 맛있어야지.'
"거기엔 특별한 양념이 첨가되었으니 말이야."
.
.
.
.
.
.
"사랑이란 양념 말이지."
"식사가 끝나거든 이 남편이 사랑을 듬뿍넣은 커피도 끓여줄께."
암튼 이모양 이라니깐...........쯥.
그러니 7일날 소요산 갔다가 8일날 아들놈 데려오는데 이유는 훈련 기간이라 휴가병을
민통선안의 부대에서 역까지 25km의 거리를 데려다줄 차가 없댄다.
물론 휴가 끝나고 귀대할때에도.
그런데 그런걸 모르고 8일날 휴가가 가능하다는 말만듣고 이미 가족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8일 비행기를 예매했는데 휴가만 가능하다면 아빠가 연천까지 데리러가고 데려다 주마고
약속했으니 바로 내일 16일날 연천 부대까지 다시 아들을 데려다 줘야하는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아, 그런데 젠장.
오늘 이방에 들어와 주욱 오랫만에 훑어보니 이번 16일날 경기남부 정모가있네?
아내가 운전을 할것같으면 아내보고 데려다주라 하고는 참석하겠는데 이 무지랭이
우리 숙이 남편 잡을때는 쥐잡듯 잘 잡으면서도 그런데는 영 .......
에효~~!
미안하다,
경기남부 친구들아.
나 아들 데려다 줄테니까 정모 잘 치르렴.
난 다음에.....
아,
미안하고 아쉽고 등등.
하지만 우리에겐 다음이란 시간이 있음을 위로삼아 보련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