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년만의 失業者.
이 공간에서 몇번 비치긴 했지만 정말로 30여년만에 실업자가 되게됐다.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어 시작한 전자회사에서의 직장생활.
그런데 이놈의 전자 제품이란게 지금도 그렇지만 생활속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게 몇종류 있기나 하던가.
그러다보니 다른 업종도 그렇겠지만 경기의 회오리 바람이 불었다하면 소규모
전자회사부터 문을 닫는일이 다반사였기에 그저 한 1,2년 잘 다니면서 저축도하고
생활하다가 졸지에 실업자로 길거리에 내몰리면 그 저축을 까먹어가며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면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두어달도 놀게된다.
그러다보면 생활은 생활대로 어렵지,
애들은 어린것들 굶길순없지.
백방으로 취업문을 두드리며 다니던 그시절.
가뜩이나 마른몸이 생활고와 취업의 부담으로 더 비쩍 마르기 일쑤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차에 주변사람의 소개로 지금의 철강회사 기술팀중 전기 자동제어팀에 입사를
할수있었고 안정된 직장에서 22년을 잘 지낼수 있었기에 참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직장이 안정되고 남들이 볼때에 "그만큼이나?" 할정도의 적지않은 연봉으로 정말 젓가락
두짝과 숟갈두개 냄비하나로 시작했던 결혼생활에서 집도 마련했고 아이들 대학공부도
무난히 마쳤으니 이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그러나 이곳도 경기의 흐름이나 기술 발전으로 설비의 자동화로인한 감원의 바람은 피할수
없었는데 그나마 운이 엄청나게 좋아서였나?
처음에 350 여명이 근무하던 회사에서 자동화와 업무축소로 100 여명이 남은 지금에도
무사(?)히 남아서 근무하는 행운을 가질수 있었으니 말이다.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10대그룹 안에드는 이회사의 계열사에서 잘 지내고 있던중에
이젠 그나마 행운도 여기에서 접어야 할때가 도래했다.
화성시 동탄면에 위치한 이 회사를 동탄 신도시 개발로 인하여 올해안에 이곳을
이전해야 하는데 그룹내에서 오랫동안 논의와 번복을 연속하더니 이 회사를 본사가있는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결론이났고 지금 그 공사는 완료 단계이며 올 2월말로 이곳의
공장은 30여년의 역사를 끝으로 그 막을 내리게 된것이다.
젊은 사원들은 부산으로 이주하며 계속 근무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그곳까지 가봐야 당장은
괜찮겠지만 철강회사라 그런가?
정년퇴임이 만 56세이니 기껏 근무해봐야 1년여.
그다음에 퇴직하면 아무런 연고도없는 그곳에서 무언가 시작한다는게 어렵다 생각되어
차라리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새로운일을 구상하고 실행해 나가는 중이다.
벌써 작년이었지?
아내에게 넌지시 말했었다
"어이 숙, 그러니까 1월쯤에 준비해서 2월에 회사 끝나면 곧바로 그일을 시작하면 되겠지?"
그러자 아내는 예상밖의 말을한다.
"무슨 말예요?"
"그렇게 30년을 고생 고생하며 가족들 벌어 먹였으면 못해도 한달 정도는 쉬어야지."
오잉?
그럼 나야 고맙지. 흐흐흐
그래서 꽃피는 봄이오면서 시작되는 실업자생활.
어떻게 보람있고(실업자에게도 보람있는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최대한 즐겁게 보내며
새로운 생활을위한 에너지를 충만하게 채울지 나름 깊은 생각을 해나가는 중이다.
역시 제일먼저 생각 나는것은 서울 근교의 산부터 자분자분 밟아가며 아내와 손잡고
희희낙낙 등산하는 일이요 다음에는 그동안 일때문에 자주 볼수없었던 그 어느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만나고 싶은것이다.
예전에는 회사를 놓치고 실업자가 되었을때는 그렇게도 부담되고 걱정이 태산같더니
지금은 오히려 압박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 먼저 마음에 들어와 평온해지면서 어서
빨리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지니 이건또 뭔놈의 심술인지. 허허허
암튼 기왕 일어날수 밖에없는 일이라면 그저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임도 좋기는
하겠다마는.....
그래서 나.
30년만에 실업자가됨을 벗님들에게 신고하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