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뵈도 내가 말이야.....?
결혼해서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아기소식에 즐거워하는 딸 부부.
사실 늦은것 같아도 너무도 간절히 기다려서 그렇지 결혼 17개월만에
임신한것도 그나마 다행이지 뭐.
그 딸이 사는곳이 차로 5분이면 가는거리.
그러다보니 신랑이 당직을 하는날엔 거의 어김없이 친정에온다.
아무래도 혼자 덩그라니 있는것보다는 친정이라고 와있는게 맘이
편하다고 말이다.
그런딸을 앞에놓고 딸을 임신했던시절 이야기를 곰시랑 곰시랑 풀어놓는
우리아내 어이 숙.
그런데 그 표정엔 그윽한 추억에 잠기면서 행복한 미소가 살포시 떠오르니
이건 또 웬일인가?
그저 가난하다못해 가진거라곤 개뿔도 없는놈이 달그락 거리는 그거 두개를
무기삼아 큰소리나 빵빵치던 사람에게 시집이라고 온사람을 고생밖에 시킨게
없는거 같구마는....
딸을 임신하고 임신여부를 확인하느라 처음 가본 산부인과.
나는 28세 아내는 22세.
그런데 그당시에 나는 30대 중반으로 볼만큼 겉늙은 모습이었고(지금이야 제나이로
봐주지만) 그에반해 아내는 그때에도 나이트클럽에 가려면 꼭 주민등록증을 보여야
들어갈만큼 16~17세나 되어보일 정도의 아주 앳된 모습이었다.
(처 다섯 자매들이 전부 그렇게 젊어보인다.)
척 들어가니 40대 중반의 통통한 여의사.
전혀 반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어떻게 왔느냐고 묻기에 당연히 임신여부를
확인하러 왔다니까 예의 또 심드렁하게 아내를 진찰실로 안내한다.
뭐가 그리도 기분이 나쁜건지.
거기까지는 그나마 최소한 좋았다 이거야.
진찰을 마치고나온 이 여의사.
대기실 한쪽의 세면기로 가더니 내가 있건말건 가래침을 카악 뱉더니 아주 요란하게
손을 바바바박... 씻는게 아닌가?
아주 더러운것을 만지기라도 한것처럼.
참 기분한번 더럽지만 꾸욱참고 있는데 아내가 나온다음에 이 여의사 또 심드렁하니
하는말.
"임신 3개월째네요."
"근데..... 낳으실건가요?"
이런...
내가 평소에 귀족이라 이런말을 안하지만 그때 기분에 정말로 참
닝기리.....
그러니까 그 여의사가 보기에 30대 중반의 유부남이 이제 10대후반의 철없는 소녀를
꾀어서 낼름 잡아먹고(?) 임신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처음
들어올때 표정이 그런거였구나 생각되다보니 또 신경질이 확~~~!
아까 나빠졌던 기분까지 합쳐서 냅다 소리를 질러버렸다.(그렇다고 뭐 목청껏 한건 아니고.)
"아, 그럼 첫앤데 낳아야죳!"
그러자 이 여의사는 당황해 가지고는 예 예 소리만 반복하더니 서류를 작성하며 우리의 나이를
물어보더니 그제서야 표정이 소올솔 풀려 나가더라. (하이고 오 ... 참내.)
그러더니 우리가 나올때는 처음에 언제 내가 심드렁 했느냐는듯이 아주 상냥하게 우리부부를
배웅하며 한껏 웃는 모습으로 축하를 해주더라................젠장, 된장, 염병할....ㅆ
그후,
아무리 직장일이 바빠도 한달에 한번씩 검사 받으러 갈때마다 나는 아내를 보호 하다시피
동행하여 산부인과에 다녔고 그때마다 그 여의사는 아주 건강하다며 최대한 친절하게
결과를 말해주곤 했었는데 그다음은 기억에 없구마는 우리 어이~숙은 별걸다 기억하더라.
딸에게 하는말.
"그때말이야,"
"병원에서 나오면 네아빠는 꼭 맛있는 돼지 갈비를 싫컷먹게 사줬단다."
사실 돈이야 자기가 관리하면서 샀으면 제가샀지 설마 내가 샀을려고.
그렇지만 내가
"숙, 먹고싶은거 뭐야?"
하고 물어봤고 돼지갈비라 답했고 그래서 내가 먹고가자고 돼지 갈비집에 데려간것을
내가 사주었다고 그렇게 좋아하며 지금도 그일을 그렇게 행복해하고 있는것이었다.
"네 아빠가 얼마나 세세히 이 엄마를 보살펴 줬는지 아니?"
오늘도 아내는 딸을 앞에놓고 딸의 아빠를 한껏 치켜세우며 행복의 미소를 짓고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래뵈도 말이야.
아내 하나는 행복하게 해주었단 말이지?
그래 숙.
지나간 그일조차 그렇게 행복했다면 지금부터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하게 해줄께.
내가 언젠가 말했었지?
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간호하며 병구완해준 당신에게 했던말.
"이 은혜는 평생 변치않는 사랑으로 보답함세."
그 약속을 내 꼭 지킬께 숙.
고마워,
그리고 ...........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