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매, 이번엔 내 욕좀 받아볼텨?
언제였던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느 식당에 주인 할머니가 그렇게도 손님에게
욕을 하고 손님은 손님들대로 어릴적 할머니에게 듣던 욕같이 느껴져 더 친근감이생겨
재미있다면서 그 식당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무슨일이든 누군가 이래서 잘된다더라 하면 여기저기서 그 흉내, 즉 짝퉁이
유행처럼 번지게되고 또 그러다보면 자기네가 처음한 집이라고 이번엔 원조 전쟁이 생긴다.
아들녀셕이 군복무하는 경기도 북부의 연천.
면회를 갔다가 어디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보니 며칠전 인터넷에서 고대산밑에서 생고기
식당하는 할머니 집을 소개한글을 읽은게 생각났고 그 할머니 또한 욕쟁이란다.
손님들에게 욕을 해대는게 재미있어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데.....
그런데 내 생각엔 내돈내고 밥사먹으며 거기에다 욕까지 먹는다고?
그 욕이란게 그저 농담으로 들으면 재미있을지 몰라도 아무려면 욕이란건 욕 아닌가.
근데 내가 왜 아무런 잘못없이 욕을 먹어야 한단말인가?
내 생각에는 만약 내게 욕을 한다면 그건 참 기분나쁜 일일것만 같았다.
그날 같이간 일행이 우리부부와 딸네미 부부를 데리고 갔었는데 어쩌다보니 사위나 나는
양복 정장을입고 가게되었었다.
부대에서 아들을 데리고 나오면서 가족들에게 그집 얘기를하고 그곳에서 점심을 먹자고
만장일치로 합의를하고 차를몰아 가면서 만약 내게 그 할매가 욕을 한다면 내가 속이 좁은
인간이라 평가를 받는한이 있더라도 결코 참지 않을것이고 그러다보면 그 할매는 내게 더
지독한 욕을 먹게될거라며 그집에갔다.
좀 특이하게도 납작하게 썬 생고기 삼겹살 덩어리를 둥그런 연탄불위 불판에 구우면서 서서
먹게만든 식탁겸 구이판도 생소하지만 좋았고 또 고기는 일품은 아니더라도 참 맛이 있었다.
그런데 이 할매.
다른 등산객들이 여럿 있는데 그들에게는 지독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하는말이
"아, 먹을수 있을때 더 처먹어." 정도의 말투로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도 그말에 껄껄껄 웃으면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있는걸 보면서도 우리식구 남정네들이 정장을 입고있어서 그러는지 우리에겐
정중할정도로 깍듯이 대접하는게 아닌가.
무언가 부탁할때 저쪽 사람들에겐
"거기 있으니 갖다먹지 뭘 시켜, 시키긴. 눈이 없엇?"
그러던 할매가 우리에겐 두말없이 예 하는 대답과 동시에 얼른 가져다준다.
하긴 이 할매도 사람보는 눈이 있어 가지고는 양반은 알아보시긴 하는건가?
하긴 내가 백작이니 으흠! (착각도 참.)
혹시 욕이라도 한마디 나오면 되받아 치겠노라 작심하고 들어갔는데 조금은 맥이 빠지는 기분이다.
암튼 즐겁게 식사 하다보니 7,8명되던 등산객은 전부다 가버린후 초등학생 2명을 자녀로둔
젊은 부부가 들어와 주문하고 식사를 시작하는데 남자의 용모가 자그마하고 많이 마른 체형으로
어딘지 신경질적인 날카로운 인상이란 느낌이다.
식사하던 그남자가 할매에게.
"할머니 여기 물좀 주세요." 했는데........
이 할매,
여태까지 우리에게 했던 말투나 태도를 싹 바꾸어서는 냅다 쏘아붙인다.
"아, 거기있으니 갖다 처먹어."
순간 그 남자의 인상이 휴지처럼 콱 구겨지더니 뭔가 냅다 반격하려고 하는것 같았는데...
부인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듯 쿡쿡거리며 웃고있고 우리 일행도 킬킬거리며 웃다보니
이남자 뭐라 쏘아댈려다 주변 분위기를 보더니 꾸욱 참고는 생수병 하나를 들고온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에게 정중하게 대해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뭘 굳이 물어보나 싶어서
그만두고는 다른걸 물어봤다.
"다른 사람들은 할머니보고 욕쟁이 할머니라 하던데 왜 욕을하시게 된거예요?"
그러자 그 할매.
"사실 첨부터 그런건 아니예요."
하면서 하는말이
장사를 하다보면 다른데 보고있는것 같아도 어느손님이 무얼 가져가는지 다 알게된단다.
하긴 술이나 음료수를 꺼내도 우리손으로 직접 가져다 먹었으니.
그런데 그렇게 갖다먹고는 빈병을 슬그머니 감추고는 계산할때 속이려드는 사람이 많댄다.
그들에게 냅다.
"아, 갖다 처먹었으면 계산이나 똑바로 혓. 이 썩을놈아."
했더니 이 손님들이 미안해 하면서도 그걸 또 그렇게 재미있어 하더랜다.
그러다보니 욕쟁이 할매가 되었다는 어찌보면 웃기에는 씁쓸한 그런 사유가 있더라.
암튼 욕이라도 한차례 먹어볼까 하던 기대(?)가 싸그리 무너지던 그날이었다.
하긴 감히 누구에게 욕을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