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뭐야? 왜이래?
언젠가 이공간에 올린글중에 누구 누구 노리개는 ㅇㅇㅇ 이라던 동요를
소재로삼아 쓴글이 있었다.
울아버지 노리개는 담뱃대 노리개
우리엄마 노리개는 바느질 노리개......
그러다 어느새 집안에서 내 노리개가 새롭게 부상했는데 그 노리개란놈이
다른게 아니라 세탁기더라 하는 글이었었다.
한두번 아내를 도와준답시고 돌렸던 세탁기,
어느새 아예 나의 전유물로 둔갑을 하더라 하는 얘기 말이다.
그런데 이게 또 새로운 노리개가 슬슬 대기하는것 같으니 이러다 집안살림을
전부 다 하게되는게 아닌지 의심스럽기 그지없구나.
가끔 아내는 자기 없을때를 대비해서 독립심을 기르라 하는데 이건 또 뭔소린지?ㅎ
일요일아침.
요즘같은때 주말에 길가에 나섰다가는 그냥 길바닥에서 하루를 보내는일이야
불을보듯 뻔한것.
그러니 아예 느지막히 일어나 기지개한번 찐하게 켜고 난다음 늦은 아침밥먹고
그저 또 느지막히 동네 산이나 다녀와서 하루종일 이것저것 집안일이나 참견하는게
휴일날의 일상이된지 참 여러날 되었다.
어느 휴일날에 드디어 일은 터져 버렸다.
식사후 아내는 내가 끓이며 넣어준 커피 한스푼반, 설탕 한스푼에 사랑 세스푼을넣고 잘 저어준
커피를 마시고난후에 뭐가 그리도 바쁜지 이리저리 새앙쥐 드나들듯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달그락 부시럭 거리고 있었다.
설거지도 해야지,
거두어놓은 빨래도 개야지,
이곳저곳 먼지도 걸레질 해야지,
그런건 좀 평소에 해놓지 왜 하필이면 남편이 쉬는날 그 야단법석을 떠느냐 말이다.
암튼 정신없는 와중에 나혼자 신문들고 T.V앞에 앉아있자니 눈치도 슬슬 보이는데
드디어 아내가 혼자말처럼 중얼 거린다.
"에휴, 청소기도 한번 돌려야 하는데...."
이런.........
그게 어디 혼잣말이야?
나 들으라고 하는소리야 뻔하고도 빤한 일인걸.
그러니 이미 공처를 넘어서 경처(아내를 공경 하는 남)의 지경에 다다른 내가 듣고도 아닌척
할수야 없다는건 이미 친구들이 공인(?)한 팔불출이니 어쩌겠나.
드디어 이 팔불출이 청소기를 들고는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어놨겠다.
청소를 마치니 아내는 씨익 웃더니 아주 공포스런 한마디를 서슴없이 내어놓는다.
"아아쭈? 이젠 청소기를 맡겨도 되겠는데?"
뭐야?
뭐야?
이거 왜이래?
난 그저 당신을 한번 도와주느라 해본것 뿐이라구.
에휴....
그러나 나도 잘 알고는 있지.
한번하면 두번도 가능하고 두번 넘으면 세번이요 네번넘어......... 으~~~~
정말 이러다 내 노리개로 그놈의 세탁기에다 청소기까지 덤으로 얹어진단 말인가?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까부다.
이참에 성능이 아주 빵빵하다는 로봇청소기 한대 사줘봐?
그게 누굴 위한건지는 나중에 따져봐도 늦지는 않을테니.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