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뭐야, 뭐야? 왜이래?

인천백작 2011. 9. 19. 20:09

언젠가 이공간에 올린글중에 누구 누구 노리개는 ㅇㅇㅇ 이라던 동요를

소재로삼아 쓴글이 있었다.

울아버지 노리개는 담뱃대 노리개

우리엄마 노리개는 바느질 노리개......

 

그러다 어느새 집안에서 내 노리개가 새롭게 부상했는데 그 노리개란놈이

다른게 아니라 세탁기더라 하는 글이었었다.

한두번 아내를 도와준답시고 돌렸던 세탁기,

어느새 아예 나의 전유물로 둔갑을 하더라 하는 얘기 말이다.

 

그런데 이게 또 새로운 노리개가 슬슬 대기하는것 같으니 이러다 집안살림을

전부 다 하게되는게 아닌지 의심스럽기 그지없구나.

가끔 아내는 자기 없을때를 대비해서 독립심을 기르라 하는데 이건 또 뭔소린지?ㅎ

 

일요일아침.

요즘같은때 주말에 길가에 나섰다가는 그냥 길바닥에서 하루를 보내는일이야

불을보듯 뻔한것.

그러니 아예 느지막히 일어나 기지개한번 찐하게 켜고 난다음 늦은 아침밥먹고

그저 또 느지막히 동네 산이나 다녀와서 하루종일 이것저것 집안일이나 참견하는게

휴일날의 일상이된지 참 여러날 되었다.

 

어느 휴일날에 드디어 일은 터져 버렸다.

식사후 아내는 내가 끓이며 넣어준 커피 한스푼반, 설탕 한스푼에 사랑 세스푼을넣고 잘 저어준

커피를 마시고난후에 뭐가 그리도 바쁜지  이리저리 새앙쥐  드나들듯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달그락 부시럭 거리고 있었다.

 

설거지도 해야지,

거두어놓은 빨래도 개야지,

이곳저곳 먼지도 걸레질 해야지,

그런건 좀 평소에 해놓지 왜 하필이면 남편이 쉬는날 그 야단법석을 떠느냐 말이다.

 

암튼 정신없는 와중에  나혼자 신문들고 T.V앞에 앉아있자니 눈치도 슬슬 보이는데

드디어 아내가 혼자말처럼 중얼 거린다.

 

"에휴, 청소기도 한번 돌려야 하는데...."

 

이런.........

그게 어디 혼잣말이야?

나 들으라고 하는소리야 뻔하고도 빤한 일인걸.

그러니 이미 공처를 넘어서 경처(아내를 공경 하는 남)의 지경에 다다른 내가 듣고도 아닌척

할수야 없다는건 이미 친구들이 공인(?)한 팔불출이니 어쩌겠나.

드디어 이 팔불출이 청소기를 들고는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어놨겠다.

 

청소를 마치니 아내는 씨익 웃더니 아주 공포스런 한마디를 서슴없이 내어놓는다.

"아아쭈? 이젠 청소기를 맡겨도 되겠는데?"

 

뭐야?

뭐야?

이거 왜이래?

난 그저 당신을 한번 도와주느라 해본것 뿐이라구.

 

에휴....

그러나 나도 잘 알고는 있지.

한번하면 두번도 가능하고 두번 넘으면 세번이요 네번넘어......... 으~~~~

 

정말 이러다 내 노리개로 그놈의 세탁기에다 청소기까지 덤으로 얹어진단 말인가?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까부다.

 

이참에 성능이 아주 빵빵하다는 로봇청소기 한대 사줘봐?

그게 누굴 위한건지는 나중에 따져봐도 늦지는 않을테니.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