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안 그러면 어쩔건데?
그날도 퇴근하여 여늬때처럼 술상을 앞에놓고 아내와 둘이서 히히덕 거리며 술잔을 비워나갔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취했고, 그러다보니 졸립고, 그러다보니 자야겠고, 그러다보니 씻어야겠고 등등등....
그래서 세면장에 들어가 칫솔에 치약을 발라서 들고는 앞을보니 맑게 비치는 거울속에 서있는
조금은 낯 설어도뵈고 어찌보면 참 많이도 봐온 그런 사람.
저 중늙은이가 누구?
가만있자.
여기에 서있는 사람이야 나밖에 없으니 당연히 나일텐데 내가 언제 저렇게 늙었지?
내나이 55세에 벌써 저런 모습으로 이곳에 서있다니.
세월의 흔적이 이리도 깊은거야?
그 피동피동하던 낯짝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거야?
싫다,
싫단 말이다.
저모습이 나라는걸 인정하는건 정말로 싫단말이다.
정말 부정하고 싶기만한데 이곳 친구들도 이런 경험이 다분히 있으리라.
하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누구인지는 그래도 나이보다 또는 다른사람에 비해서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나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있는 사람이야 볼수록 즐겁겠지.
"봐라. 이나이에 이 정도면 얼마나 젊은거냐?"
"새로 장가(또는 시집) 한번 또가봐?"
그것이 사실이든 착각이든.
암튼 그날 거울을 보면서 아무리 뜯어봐도, 아무리 우겨봐도 역시 거울속에 저놈은 분명히
나 일수밖에 없는것이고 그만큼 늙어가는 내 모습인거야 맞는얘기 아닌가.
그래서 그날부로 난 야무지게 타협하고 말았다.
그래.
나라고 인정해줄께.( 안그러면 어쩔건데?)
대신,
어느 한순간 팍 찌그러지기 없기다.
알았지?
P.S
한순간 팍 찌그러 진다는것은 생활에 갑자기 애로점이 생겨서 고생을 하거나 병들어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 순식간에 사람이 팍 늙어 버리는것을 주변에서 종종 보았을것이다.
그러니까 팍 찌그러지기 없기란말은 앞으로의 생활도 순탄하길 빌어보는 내 마음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