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참 불쌍한 놈.

인천백작 2011. 4. 25. 00:49

어떤 사람이됐든,

물건이 됐든,

동물이 됐든지 아무튼 그 모든것은 주인을 잘 만나야 귀여움도 받을것이요

아끼고 알뜰살들 보살펴도 줄터이니 그만큼 행복한 생활을 할수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놈은 주인을 잘못만나 뭘 아껴줄줄을 아나,

잘 닦아주기를하나,

그렇다고 치장을 해주길하나.

암튼 참 불쌍한 놈인건 사실인것같다.

 

다름이 아니라 내 승용차 말이다.

 

2000년 12월 7일날 받아서 등록을 했으니 오늘인 2011년 4월이면 벌써 10년하고도

5개월을 나랑같이 전국 방방곡곡을 싸돌아 댕기느라 고생도 무쟈게 많이한 놈인데

이놈을 남들처럼 왁스칠한번 해준적이 없으니 참.

 

처음 받아가지고 나름대로 왁스칠을 해본다고 고체왁스를 사다가 칠하고 융천으로

문지르는데 앞보넷드만 문지르곤 어찌나 힘들고 짜증 나던지 중간에 집어치웠다.

"에라이, 차 를 뭐 광내고 때빼면 주인이 광 나냐?"

그때의 핑계는 이것이었고.

 

그래도 너무 지저분하면 보기에 그러니까 그나마 좀 더럽다 싶으면 주유소

자동 세차기에서 가끔 세차는 잘해준것 같은데 그나마 1년후부터는 그것마저

뜸해져 버리고 말았다.

다름이 아니라 라이벌(?)인 자전거 때문에.

 

회사와의 통근거리도 왕복 18km로 짧은데다 한달에 두어번 장거리를 뛴다고

나름대로는 많이도 싸돌아 다닌것 같은데도 1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누적

운행거리가 11만 5천키로 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1년에 기껏 다녀봐야 1만km좀 넘는것.

그러니 차를 닦아봐야 얼마나 닦았겠나.

 

거기다 평소엔 자전거롤 통근하다가 비나 눈이오는 날이나 추운날에만 차를끌고

다니니 차를 잘 닦아서 주차장에 박아놓으면 뭐하나?

비오는 날에나 끌고갈놈을.

 

그러니까 이탓 저탓 하다보니 그나마 세차도 잘 안하게 되어버리니 그저 꾀죄죄

해가지고 지하주차장 한구석에 박혀있는 이놈을 볼때마다 참 미안한 생각도 들더라.

아무리 말못하는 물건 이라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느 행사에 갈때에는 아주 가끔이라도 세차를 하긴 한다만,

 

오늘도 출근하기전에 차에서 꺼낼 물건이 있기에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차를

보다보니 갑자기 미안한 생각에 나도몰래 중얼거렸다.

 

"이그."

"이 불쌍한 놈아."

"다음생에 태어날때는(맞나?) 좀 바지런하고 사랑해주는 주인을 만나거라."

쯧쯧쯧..... ㅎㅎㅎ

 

출처 : 인천백작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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