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띠. 왜들 그러는거여~~어?
충격.
그래,
그것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었다.
그전에 이방에 쓴적도 있었지만 우리 꼬방을 발견한 2004년 7월 6일,
어째서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밀려드는 외로움과 허무감이 친구를 그리워하게
만들었고 그랬기에 이제야 막 배우기 시작한 컴으로 이리저리 인터넷바다를
헤집고 다니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이름.
57, 꼬들의 느낌.
아,
이런 좋은모임이 있었구나 생각에 앞뒤 가릴것없이 냅다 가입을 하였고 이리저리
글을 읽다보니 나는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가보지못한 오프모임에서 그렇게도
재미가 있었노라 하는글들에 은근히 질투 내지는 부러움에 젖어있다 그해 10월
9일날 충북 진천에서 개최한 가을 체육대회에 처음으로 참석했었다.
가면서 고민좀 했었지.
사이트에서는 동갑이라고 반말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상 첨보는 사람,
특히 여자에겐 반말을? 아니면 경어를.
현장에 도착해서 접수를보는 여꼬에게 첫대면에 완전한 반말도 못하고
"나 인천백작................"
하면서 말꼬리를 흐리는데 그 여꼬.
손을 불쑥 내밀며 거침없이 하는말.
"응, 어서와 백작아."
(2년후 미국에 이민가느라 이곳을떠난 그 여꼬 닉네임을 지금도 잊지못한다.)
우리나이때 사람들이 어쩌면 남녀칠세 부동석인지 지남철 인지를 철저하게 교육
받고 실행해온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미 나이가 그당시 40대 후반이니 사회적으로도 연령적으로도 이미 중반이상의
위치에 있다보니 그놈에 점잔 빼느라 함부로 까불지도 못하고 그저 짐짓 위엄이나
부리려 하다보니 그나마 생활속에서 숨막힐 정도로 피곤한 생활의 연속인데
첨보는, 그것도 여자가 남자에게 첫대면에 반말이라......
충격으로 잠시 멍 한상태가 되었었지만 곧 그것이 어찌나 신선하고 기쁘게 느껴
지던지 기쁨에겨워 나또한 처음본 그 여꼬의 섬섬옥수를 염치없이 마주잡고 흔들어
대었었다.
"그래,"
"이거야."
"이게 동갑내기 친구라는거야."
"암, 그렇고말고."
이미 7년이나 지난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을하면 나도몰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르며 마음은 진천에 머물게된다.
그 이후에 혹시라도 어느 남 이됐든 여 가됐든 처음으로 나와 쪽지로,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게되면 나는 똑같은말을 거의 빠트리지않고 했었다.
"이곳에선 경어를쓰면 벌금이 만원이란다."
"왜냐하면 동갑끼리 경어를 사용하면 넌 나와 친해지고 싶지않아서 그런거지?"
하는 오해를 하게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내라는 사람은 못봤고 냈다는 사람도 못봤다."
그런데 실제로 어느 모임에가던 버스안에서 기어코 반말을 못하던 남꼬 한사람은
세번에 걸쳐서 벌금을 3만원을 내고도 반말을 못해서 그날은 그냥 봐주기로
했었는데 그후에는 반말도 곧잘 하더란 일도 있었다.(누군지 안가르쳐준다. ㅎ)
그래.
우리나이에 어디가서 초면의 남남이,
거기에다 남녀가 서로 반말을 자연스레 할수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반말을 한다는게 상대의 인격을 무시해서는 아니란걸 다 아는것 아닌가.
이곳의 가장 커다란 장점이라면 장점이 그것이라 생각 되기도한다.
그런데 요즘,
어째 슬슬 뭔가가 변해가고 있더라.
그전에는 다른사람 글에 꼬리글을 여러사람이 쓰게될때 아무래도 처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직 이방의 생리에 어색해서 반말로 못쓰고 경어로 쓰는경우를
본적이있고 그사람도 몇번 후에는 자연스레 반말체 글을쓰고는 했었는데 어째선가?
요즘에는 점점 경어체 꼬리글이 많아지고 어느경우엔 반말체로 쓰여진 꼬리글에
경어체로 답글을 씀으로서 반말체로 글쓴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일도 종종
생기니 어째 그런가?
이곳은 동갑들의 모임이니 어느경우에든 꼭 반말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칙이나
회칙, 규정은 없다해도 우리들은 묵시적으로 그렇게 하는것이 자연스러운
불문율같이 되어있던게 아니던가?
그러다보니 나도 가끔 경어체로 써놓은 사람들의 꼬리글에 반말체를 못쓰겠기에
경어체로 답글을 쓰게되기도 하던데 왜 그래야 하는거지?
우린 한시대를 살아가며 서로가 더 친해져야하는 동갑 아닌가?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경어라해서 가까워짐에 걸림이 될수 없다거나 아무래도 처음
대화부터 아무리 얼굴이 안보인다해고 경박스럽게 반말이나 한다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거나하는 이유도 있을수있고 저기위에 쓴것처럼 경어를쓰면
벌금을 물릴수도 없다 하더라도 내생각엔 글쎄?
사회적으로 볼때에도 비슷한 연령의 사람끼리는 아무래도 반말체가 더 사람을
가깝게 느껴지게 만들지 않던가?
이곳에서는 얼굴도 못본 사이라해도 어차피 조금이라도 가까운 벗이라 생각하고
자연스레 행동함이 일반 사회속에서 지치고 치인 우리네들에겐 어느정도 치유책도
되지않을까?
봐라,
여기에 내친구들이 이만큼 많단말이다. 하는 든든함도 함께 말이다.
그런데 왜 자꾸만 존댓말을 쓰시느냔 말씀이요. 엉?
아무래도 경어란게 딱딱하여 어색하다 생각하는 백작이가 의견을 말해봤다.
아~띠.
말을 올리니까 너무 무겁잔니.
좀 내려놓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