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건방진 놈.
거의 모든사람이 그러리라 생각된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해 놓고는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다른사람과 비교도 하기전에
자기가 아주 잘 하는양 스스로 우쭐대거나 대견한듯 착각하는것 말이다.
40대에 접어들기전엔 시간도 없었거니와 건강에대한 자신이라기보다 자만심에서
운동을 게을리 하다가 어느날 바지를 갈아입느라 한쪽 발을 들었더니 그것조차
중심을 못잡고 기우뚱 거리니 그때서야
"아, 내가 이렇게도 운동이 부족했구나."
하는걸 실감하고는 마침 시간을 낼수있는 조건이 되다보니 매일을 동네산에
2시간씩 그것도 등산이라고 운동을 하게되었고 상당한 효과를 보게되었다.
이곳 오산시에서 동탄면에 걸쳐있는 필봉산이라는 곳이다.
그산이 비록 그리 높지는 않지만 오르락 내리락을 다섯번을해야 정상에 오를수있고
그렇게 하다보면 제법 운동효과가 큰산인데 그산을 몇년 다니다보니 어느정도
큰산도 무난히 탈수있을만큼 산에대해 자신감과 체력을 갖게되었다.
그런데 이게 선무당이 사람잡고 늦게배운 도둑질이 날새는줄 모른다더니
내가 꼭 그짝이 되어버리더란 말이다.
약 2년을 다니다보니 산에 오름이 일반 사람보다 빠르게 오를수있는 체력이
다져지니 나보다 빨리 오르는 사람을보면 공연히 약이올라 더 빨리 오르느라
힘을쓰며 내가 이만큼 체력이 있음을 은연중에 뽐내기 시작했고 드디어
큰산을 다니면서 자신감이 붙는건 좋았는데 산에 오를때엔 꼭 목표가 있었다.
<정상정복>
꼭 정상에올라 그아래를 굽어보며 세상을 내 발아래 굴복시켰다 생각해야
만족했던가?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시절이란 생각이다.
그래도 10여년 산을 타면서 아직도 멀고 또 멀기만 하겠지만 그나마 벼가 익어가듯
조금이라도 겸손이 생겼는가?
어느날 산에올라 곰곰이 별 쓰잘데기없는 생각에 잠겨봤다.
"과연 내가 정상을 정복 한것인가?"
"꼭 다른사람보다 빨리 오름을 자랑해야 하겠는가?"
결론은?
정말로,
정말로 철딱서니없고 건방지기 짝이 없었구나 였다.
산을 정복했다고?
네따위가 감히?
아니었다.
내가 정복한것이 산이 아니라 산이 나를 받아주었던 것이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덕속에 그래도 내가 무난히 정상에 오를수 있도록
산이 나를 받아 주었다는게 맞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동안 감히 산을 정복했다
큰소리친 내가 새삼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빨리 오름이 자랑인가?
물론 거의 모든산이 오르는 동안에는 주변에 무언가 볼수있는곳이 거의없다.
그저 빽빽한 나무숲에 가려져 그저 오르는 일밖에 할일이 없는.
그러다보니 빨리 오를수있는 체력이 있음은 당연히 좋은것이지만 그것을
자랑하고 자만할일이 결코 아니더란 말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꼭 정상이 아니라도 내가 가고싶은 그곳까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다녀올때도 있었고 그것이 주는 기쁨은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산을 즐기기에
충분 하더라는걸 요즘 절실히 느끼며 산행을 즐기는 중이다.
그렇다고 지금도 산을 정복했다 생각하는 벗님은 그럼 나도 지금 시건방지다는
말이냐고 발끈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내 생각에 내자신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사람 생각까지 평가할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사람에 따라서 정복하는 사람도있고 나처럼 산이 받아들여 주었다고 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녀오는 사람도 있겠고 사람 나름이니 말이다.
앞으로도 나는 산이 나를 받아주었음을 감사하며 산에 오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