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지금 우리나이. 좋은 나이때란다.
어린놈이라 무시(?) 당하는게 너무도 싫었던 10대시절.
그러다 드디어맞은 20대.
"그래. 나도이젠 어른이란 말이다."
"너그들 다아 주~욱었어."
여기에서 너그들이란게 특정한 누구를 가리킨다기보다 어린놈이라 이리저리
제동을 가하던 기성 세대에대한 반발심의 표현이겠지.
그러다 30을지내고 40을 맞던날.
불현듯 머리속을 때리던 생각.
"아, 이젠 나도 늙는구나."
한살 한살 늘어가는 나이와 낡아서 삐꺽 거리기 시작하는 몸으로 불편함을 겪으면서
그렇게도 나이를 먹음이 싫었고 다가왔다 떠나가는 세월이 한탄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50을 맞던해 아침.
거창하게 깨달음이라 말할만큼은 아니지만 마음에 다가와 속삭이듯,들리는듯,
아니면 스스로 하는말처럼 떠오르는 생각.
"한탄한다고 오지않고 거부한다하여 거부될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기쁘게 친구로
맞음이 좋지않겠느냐."
"어서오너라 나이야."
"반갑구나 세월아."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나이먹음도 즐거움의 하나가 되더구나.
허허허........
약 10년됐나?
그당시 여교수 한분이 어딘가에 써놓았던글.
30대 초반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받고 어느대학에 강사로 나갔을때
노년의 교수분들이 물으시더랜다.
"자네 나이가 올해 몇인고?"
"예, 서른 몇살입니다."
그러자 그자리에 계시던 노교수몇분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더랜다.
"거 참. 아주 좋은 나이때구먼."
그런데 30대에는 그말이 이해되던데 40대에도 하시는말씀들.
"거 참, 아주 좋은 나이때구먼."
40 이야 그렇다해도 50을넘긴 지금에도 그저 좋은나이때라 말씀들을 하시는데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지를 않더라고. 허허허.
지금은 그 여교수의 나이도 한갑자를 넘겼겠구먼.
여전히 좋은나이때로.
비가 제법 굵직하게 내리던 어느날저녁.
무슨 바람이 불었나?
빗속에 데이트를 하자는 아내의 제안에 슬리퍼를 신고서 빗속을 걸었다.
이런저런 얘기중에 아내가 하는말.
"그럭저럭 좋은시절은 다 간것같네요."
글쎄?
과연 그럴까?
그에대한 나의 답변들은 그것이 결코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어이 숙.(연애시절부터 불렀던 아내에대한 호칭.ㅎ) 그런것이 아니라 생각하네."
"지금 우리는 또다른 좋은시절을 맞고있는 것이라네."
의아하게 올려다보는 아내의 눈을 마주하고 아주 간단한 그 이유를 빗소리를 섞어서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았다.
어릴때는 그 가난속에서도 나름대로 좋았던게 있지 않았던가.
어쩌다 시장에 나가시는 부모님을 쫄래쫄래 따라가다보면 가끔이지만
찐빵한개. 사과 한쪽 얻어먹는 그시간이 얼마나 좋았던가.
그러다 20대란 시절을만나 그저 열정적이고 멋진 우정과 애정속에서 좌절도 슬픔도
그시절 아니면 겪을수없는 무수한 경험들이 30대의 기초가 되었고 30대 시절엔
그 나름대로 힘든것이 있었어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30대를 멋지고
보람있게 보냈지 않았는가 말일세.
40대.
물론 어렵고 힘든일이야 또 많았지만 그시절 그나이때 아니면 얻을수없는 무수한
행복들을 어찌 잊으리요.
50대가 되고나니 이젠 아이들 다 키우고 어렵고 힘들었지만 아이들 교육 다 시키고
어느덧 제짝들을 찾아 떠나 보내는것을 이나이때 아니하면 또 언제한단 말인가.
그또한 좋은시절에 할수있는일 아니던가 말이야.
물론 사람에따라 늦고 빠름이 조금씩 차이야 날수 있겠지만 말일세.
그리고 우리부부 오랫만에 이렇게 한가로이 빗속을 손잡고 걸으니 이또한 이나이부터
할수있는 좋은시절의 한장면 아니겠는가.
그러게 어이 ~ 숙.
사람은 각각의 나이때에따라 경험할수있는 좋은일이 따로따로 있는법이니 어느시절이
특별히 좋았으며 어느시절이 나쁜시절이라 가늠할수가 없다는게 내 생각일세.
생각해보게나.
20대에 손자를 본다면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손주들을 볼수있을것 같은가?
어디까지나 이나이 이때이니 그것의 참 행복을 아는것 아니겠는가.
그렇지 아니한가?
난,
지금,
이시점 이시절도 충분히 좋은시절이라 자신있게 말할수있다네.
암,
지금 이나이가 참 좋은 나이 때이고말고.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