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내 아들이 군대 간단다. 그 영혼마저 괴로웠던 세월은 어찌하고....

인천백작 2011. 3. 3. 10:15

내 아들이.

내일 8월 30일날 군에 입대한댄다.

그 힘들고 괴롭다못해 피폐해진 영혼의 가슴속 깊은곳에 시퍼렇게 자리한

이 피멍같은 아픔은 아직 치유되지 아니하여 남아있음을 어찌하고......

 

우리나라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간다는,

그리고 나 자신도 다녀온 그 군대.

그런데 오늘,

내일 입대를 앞에둔 아들을 보면서 착잡해지는 이마음은 아들을 군에보내며

이별을앞둔 아비의 심정만이 아니란게 더 마음을 아프게한다.

 

자라는 동안에 단 한번도 말썽을 피운적이없는 착한 아들이었다.

회초리들어 종아리 한번 때려본적이 없었던 착실한 아들이었다.

적어도 4년전에 그런일이 있기전 까지는.

 

2006년 9월 2일날에 올해는 내게 행운의 해라는 글까지 써본 해였지만 악몽으로

그해를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2005년도 아들이 대학교 2학년 되던해에 기왕 군대를 가려면 사병보다 장교로

가보라 권했고 아들도 흔쾌히 동의하여 그해에 R.O.T.C 시험을 치렀지만 결과는

낙방.

 

대학생활 하는중에 누구나 거의 한다는 해외 어학연수를 휴학하고 다녀온다기에

그러라 했더니 2학년 1학기를 마치고는 휴학,

나름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비용을 만들어 다녀온다고 하더니만 그냥 1년을

보내고는 2006년에 2학기에 복학하는 아들에게 아직 2학년이니 다시 R.O.T.C 에

도전하라했고 결과는 합격.

 

그해에 대학교 졸업반이던 딸이 취업에 성공하고 아들까지 R.O.T.C 에 합격했으니

올해는 나에게 완전한 행운의 해라고 글까지 써가지곤 주변사람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아 축하도 받았었다.

정말 행운의해인줄 알았었다.

적어도 청천벽력같은 아들녀석의 방황으로 일어난 사건만 아니었으면 말이다.

 

그해에 12월초에 사관후보생 1차 소집이 3박4일간 있을것이란 통보를받은

11월 중순 어느날부터 아들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고 알수없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에 사춘기와 반항기를 다 거친녀석이 뭔 새삼스런 고민을?

이상하게 생각되어 이리묻고 저리 물어도 영 대답할 생각조차 하지않고는 작은

일에도 짜증을 부리며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는 아들.

 

드디어 몸까지 비쩍 말라가며 고민을 해대는 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아무리

다가가려 해봐도 마음의 문을 꼭 걸어 잠그고는 곁조차 허락치않는 아들.

 

몇날 며칠을 몸까지 망쳐가면서 고민하는 아들을 어느날 꼭 붙잡아 앉혀놓고는

오늘 네 마음속의 고민이 무엇인지 털어놓지 않으면 결코 일어나지 못하리라

으름짱을 놓으니 기껏 한다는 말.

"저 R.O.T.C 않하면 안돼요?"

 

이런.....

 

그런일로 고민했느냐 물었더니 심각하게 그렇다하는 아들에게 다시금 장교 제대의

장점을 설명하고 네 인생의 단 몇%만 투자하라 했더니 알았다 수긍하기에 잘

되는줄만 알았고 12월초에 무사히 1차 소집도 다녀왔다.

 

다녀온후에 더욱 말이 없어지며 더 깊은 고민의 수렁속에 빠져드는 아들을 보면서

그저 한때의 인생속 행사정도로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날짜를 보냈고 드디어

12월말에 2주간의 교육을 가게되었다.

 

깔끔히 이발도하고 옷가지를 싸면서 입소를 준비하는 아들을 보면서 잘 다녀오기를

바라고 그 다음날 보냈더니...........

 

학교의 교관으로부터온 전화한통.

아들이 R.O.T.C 자퇴서를 써놓고 돌아가 버렸댄다.

설마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그 교관의 억양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기껏 그런것(?)을 아들이라고 낳아서 길렀냐는 비아냥 같이 들리는건 또 뭔지.

 

깜짝놀라 아들방에 들어가니 책상위에 얌전히 놓아져있는 아들의 휴대폰.

열어보니 아주 깨끗이 포멧해놓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게 아닌가.

아들의 컴퓨터를 켜보니 그또한 몽땅 지워버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도대체 아들과 아무런 연락을 취할수 없으니 이녀석이 도대체 어디가서 어떻게

있는건지 마음속에 타들어가는 안타까움을 어찌 표현할수 있으리요.

 

평소에 알고있던 아들의 친구와 선후배 몇몇에게 물어봐도 그저 모른다는 대답뿐.

피가 마르고 속이 타들어가는 하루하루를 정말 지옥속에서 보낸것 같은 날이었다.

 

그렇게 해놓고는 무소식과함께 가출했다 열흘만에 비쩍마르고 피로하고 모든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그나마 무사히 돌아온 아들.

 

돌아온 아들에게 왜 자퇴했느냐 물었더니 기껏  한다는 한마디.

"하기 싫어서요."

 

그래,

넌 네가 하기 싫으면 네 가족과 주변사람의 희망과 기대를 그렇게 무참히 짓밟아도

된단말이냐?

네녀석이 마음만 먹으면 네 부모와 형제가 어떤 괴로움속에 빠지더라도 네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네 맘대로 하겠단 말인거냐?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는 무사히 돌아옴을 반기는 마음보다 먼저 앞을

달리고 있었다.

 

아들이 제방으로 들어간다음 아내에게 조용히 말했다.

"어이 숙."

"내가 저녀석을 무자비 할만큼 두들겨 팰터이니 당신은 적극적으로 말리지 말게나."

"도저히 이대로 저놈을 용서할수가 없네그려."

"단, 내가 감정에 치우쳐 후유증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니 그점만 믿게나."

 

그러면서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다.

절대로 감정에 치우쳐 아들의몸에 장애를 남기지 않는다.

절대로 얼굴과 뼈가 가까이 드러난 정갱이등은 때리지 않는다.

아무튼 이녀석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를 철저히 깨우쳐준다.

 

그래놓고는 등산용 스틱을 움켜쥐고 아들방에 들어가서는 누워있는 아들의 이불을

확 제끼며 천둥이 울리듯, 호랑이가 표효하듯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며 스틱을

휘둘렀다.

 

잠자듯 누워있다 청천하늘에서 벼락이 치듯이 내려치는 아비의 회초리를 피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아들을 쫓아다니며 누가보면 미친듯이 아들을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지금 네녀석이 편안히 누울만큼 떳떳한 놈이냐 소리소리 지르며......

 

수십여대를 두들겨 패고난다음 제엄마뒤에 숨어있는놈을 거실 소파에앉아 이리로

오라 냅다 소리를치니 엉거주춤 앞에와서 서는놈을 지금 네놈이 서있을만큼 떳떳한 놈이냐며 허벅지를 냅다 후려갈기며 있는목청껏 소리를 질러버렸다.

"당장 꿇어 이자식아."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

"며칠후에 내가 다시 물을테니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넌 아예 죽을줄알라."

사실 그때 내자신이 감정을 숨기고 얼굴의 인상을 험악하게 구겼으니 인상만

본다면 아무리 아들이라해도 죽이고도 남을만한 상황으로 인식 되었을 터였다. 

 

그런데,

그 며칠후 아들에게서 들은말은 열흘의 가출이나 R.O.T.C 자퇴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세상에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런일이 있음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일이

바로 내집에, 내아들에게 닥칠줄이야.

그런 말도안되는 고민으로 가출에 자퇴까지 하다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말인가.

 

정신을 가다듬고 정신과를 찾았더니 정신과의사가 상담후 부르더니 하는말.

"이일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정신의학계에서 논의되거나 치료법이 연구된바가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제가 도울수있는 방법이 없으며 어디 정신과를가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말을듣고 겉으로야 아 그렇습니까 하고 물러나오면서 나는 피울음을 울듯이

마음속에선 절규하고 있었다.
"그래, 그러면 너희같은 자식들이 무엇하러 그자리에 있는거더냐."

"이런일이 이미 한두해전부터 있던것이 아니건만 아직도 그런 연구도 없었다니."

"니들이 그러고도 정신의학과 박사란 말이더냐 이 고약한 작자들아...."

 

다시 아들의 휴학과 잡아 놓는다 잡힐것도 아니니 원하는대로 가출의 허락.

다시 1년간의 뼈를 깍다시피하는 고통과 틈날때마다의 설득.

 

그 고통속에 다행이도 서서히 본래의 내 아들로 돌아서는 아들.

이젠 그 고통의 흔적들은 내 가슴속에 남은것 외에는 어디에도 없다지만 그때의

고통이 너무 컸기에 그랬다 하더라도 나의 마음과 가슴속에 남아있는 시커먼

멍자욱같은 고통의 자욱들을 지울수가 없구나.

 

그 가슴속 흔적들이 바로 내일 군에 입대하는 아들을 앞에 놓고도 아직은,

아직은 그 불안감을 모두 잠재우질 못하겠구나.

 

그래.

아들아.

지금의 모습 그대로 잘 다녀오려마.

 

다시는,

또 다시는 그런 고통들이 내 생애에 다시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난 내아들을

믿고싶구나.

 

아니,

믿을테니까 말이다.

 

단,

앞으로 지난일을 추억삼아 이야기 나눌수 있는날이 올지 모르지만 그전에는,

그전에는 절대로 R.O.T.C 의 R자도 내앞에선 꺼내지 말려무나.

그 깊은상처가 다시도져 피울음을 흘리지않게 말이다.

 

 

 

출처 : 인천백작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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