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빠시락, 빠시락.........달그닥 .........!

인천백작 2011. 3. 3. 10:11

어느 일요일날 아침.

그날따라 좀 늦잠좀 자자싶어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시계를보니 어느덧 8시.

그런데 지금까지 잠결에 들리던 자그맣게 빠시락 거리는 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지금까지 적어도 3시간 이상을 빠시락거리며 제딴에는 아주 조심스레 한다고

하는것 같은데도 집안 사방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옮기고 닦아대는

소음들을 모두 잠재우기는 불가능했던가?

하여튼 작은소음으로 계속 귓속을 후벼대던소리.

 

그것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집안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물건을 옮겨 정리하는

아내가내는 소음이었다.

 

그런데 이게 처음듣는 소음이 아니라 쉬는날에 어쩌다 늦게 일어나는날엔 거의

어김없이 나를 깨우는 기상나팔같은 존재로 이미 생활속에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하여튼 참 대단한 여인은 대단한 여인이다.

(대단하단말이 대가리가 단단한 여인이란말이 아니고 말이다.)

156cm에 47kg의 자그마한 몸 저 어디서 저런 기운이 있기에 새벽 댓바람부터

거의 매일을 쓸고닦고 옮기는걸 저리 지치지도 않고 해대는지 원.

 

그러다보니 집안 곳곳에 먼지하나 티끌하나 만져지지도 않는데다 혹시 아이들이

자기 친구들집에 다녀온날은 그집과 비교하며 깨끗한 집안에 만족해하곤 했었다.

그렇다고 결벽증이 있을만큼 과도한건 아니지만 문제는 가끔가다 자기 남편까지

그 행위에 강제로(?) 동참시키는게 유일한 문제라면 문제이긴하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푸~욱 쉽시다 잉.

그러자고 대답을 해봤자 말짱 꽝이다.

 

욕조 한 가득이 물을 받더니만 거기에 이불을 꽈악 채워놓고는 여우특유의 뇌살적인

미소를 실실 흘리는데 신문들어 읽는척 얼굴 가리고 못본척 해봐야 소용이없다.

아예 나 죽었소 하고 담근술 한잔 받아먹고 욕조속으로 뛰어들어 그저 꾹꾹 밟아주는게

차라리 신상에 이롭다는것을 26년간 터득해 왔으니 말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날엔 봉지 가득히 분리수거 재활용품들을 담아서 현관앞에

내려놓고는 그놈의 애처로운 눈빛이라니...........

아이고,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다가도 어느날엔 뭔일인지 가득찬 박스며 봉투를 내려놓고는 하는말.

"에~ 맨나당 시켜먹기 미안항께 오늘은 내가 무거운걸 들을테니 당신은 작은걸 들어요."

 

무슨 큰 선심쓰듯이  커다란 박스를 번쩍들고 앞장서 나가고나면 남아있는 자그마한

봉지.

냄새가 보올~볼 풍겨나오는 음식쓰레기 봉지. 으 으 으 ~~~~~

오늘도 여지없이 당하고마는 가여운 머슴.

 

어찌됐건 하루종일 빠시락 거리다가 끝나는때엔 나의 볼멘소리 한마디는 들어야한다.

"이봐, 이사람아. 머슴도 좀 멕여가면서 부려먹지그래?"

 

그럼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씨익 웃으며 주방으로 가는 이사람.

잠시동안 또 달그락 거리다가 나를 부른다.

"봐요. 준비됐어요."

 

식탁위엔 따끈한 안주거리와 시원한 술.

거기에 내가앉은 맞은편엔

"당신이 원하시는건 뭐든지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사옵니~당."

하는듯한 표정으로 예의 그 여우특유의 뇌살적인 미소를 머금고 양손으로 턱을괴고

빠꼼히 바라보는 아내의 얼굴.

아휴.

저 얼굴을 26년이나 봐오고도 어째 이리 질리지도 않니그래.

 

그러니까 미소 한방,

또는 애처로운 눈빛한방에 그냥 나가 떨어져 재활용품인지 음식쓰레긴지 구분도

못하고 의례히 이불빨래는 내가 밟아주는거로 훈련이 되어있는 것이겠지.

 

그래, 그래.

알았어 알았다구.

앞으로 얼마동안 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말이야 숙.

아주 즐겁게 머슴노릇 해줄께.

 

그저 그 미소만 잃지말어.

알았지?

출처 : 인천백작님의 플래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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