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런~~ 빵꾸.
계획에 빵꾸(펑크)가 났네 하는게 아니라 내 자전거 뒷바퀴 펑크 말이다.
오늘도 기분좋게 집에있는 내 아내곁으로 자전거 페달을 사뿐이 즈려밟으며
사브작 사브작 퇴근을 하고있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볼에 스치지만 어느덧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들판의
곁길 대로옆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그런데 이곳 오산시와 내가 근무하는 화성시 동탄면 사이는 아직도 개발중이라
정겨운 시골풍경을 많이 간직하고 있으며 그 풍경들을 감상하며 자전거로
통근하는맛은 아마 도심의 매연을 뚫고 달리는 것과는 달라도 많이 다를것이다.
그런데 시골길을 간다하면 우선 떠오르는 풍광이 무엇일까?
아마도 많이 알고있는 그대로 가는곳마다 풍겨나오는 냄새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곳엔 화원에 꽃을 가꾸느라 대형 비닐하우스와 밭이 대로변에 가지런히
있다보니 요즘같이 농사를 준비하는 계절엔 더욱 그 향기(?)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된다.
가다보면 바람에 실려오는
꽃님의 향기에 코를 벌름거리며 흐으~흠....
그곳을 지나면 퇴비를 삭히시나?
퀴퀴~~~쿠... 푸우 흐흐.....
또 다음밭에는 이제 봄은 봄이렸다.
인분인지 돈분인지 계분 우분.
암튼 분은 糞(똥분)이렸다.
구리 쿠리~~ 휘유~~푸...
그래도 변화하는 그 냄새조차도 정겨워라.
근데.
거기를 지나면 꼭 마주치는 이녀석.
화원 앞에 묶여있는 이놈의 개새끼는 하루이틀 본사이도 아니건만 그저 볼때마다
아주 지랄발광을 해대면서 짖어대니 나랑 무슨 전생에 웬수라도 졌다냐?
이 개 새위야. 쯥.
그래도 어쩌다 이녀석이 않보이는 날에는 혹시나... 해서 궁금해지는건 또 뭔가?
아직 복날도 아닌데?
그것도 인연이라고 그러나?
그런데 오늘.
그 들판옆에 들어서기전.
어째 점점 페달에 들어가는 힘이 증가하는것 같더니 어느덧 자전거 뒷쪽이
툴툴 거리는것같네 그려?
이상하다 생각되어 내려서 살펴보니 이런....
뒷바퀴가 푹 주저앉았네.
소위 말하는 빵꾸가 났으렸다.
아직 집까진 거의4km 나 남았는데.
뭐 고민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었다.
그래,
그동안 네녀석이 무거운 날 태우고 다니느라 고생이 많았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편안히(?) 끌고 걸어가주마 하고는 자전거를 끌고 걷기 시작했다.
아,
그랬더니 평소에 이런모습 이었던가?
자전거를 타고 갈때에는 운전하느라 신경쓸새도 없었겠지만 그저 휙 지나치던
풍경들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옴이 또한 신기하여라.
저 목련은 언제 저자리에 있던거지?
이 냇물에 얼음은 언제 녹아서 지금 이렇게 맑은물을 흘리고 있는가?
듣기도 처음듣는듯 물흐름 소리도 신기하구나.
졸...졸...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저 들판을 내가 언제 보았던가?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새삼스레 정겨워라.
자,
이제 화원들의 곁을 지나칠때가 왔구나.
그런데 이런...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칠때엔 그 냄새들이 바뀌는 주기가 빨라서 그럭저럭 참을만 했었는데 이건 느리게 걷다보니 그냄새를 오랫동안 맡으면서 지나치는것도
참 곤욕이로구나.
꽃향기가 향긋 정도가 아니라 향 그르르를르~~~~ 긋 하게나는건 그럭저럭
좋다 이거야.
코를 벌름거릴 것도없이 그저 오랫동안 흐으~~~~~ 흐흐으으으으....음.
그랬는데 뭐야? 이건
퀵퀴 ~~~~기기기기기................ 퀴~~~이...............
푸우~~후후후후....우우우...... 퓨~~~
아휴,
이것도 고통일세그려....
그걸로 끝이 아니잔어?
쿠~~리~~~~~~~~~~~~쿠쿠쿠쿠 구~~리.........
휘유~~~~우우우우.....휴우................
아휴,
아무리 봄의 교향곡이라해도 이건 좀....
그렇다고 자전거끌고 뛰어갈수도 없고.......
그런데 이러~언 고약한 녀석 같으니라구.
평소에 자전거를타고 지나갈땐 그리도 지랄발광을하며 짖어대던 녀석이 오늘은
자전거를 끌고가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아니면 그래도 몇번 보아서 안다고
그러는지 오늘은 얌전히, 그것도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나를 바라보는데
아무리봐도 그 낯짝표정이(개 얼굴을 자세히보면 표정변화가 보이는것도 같더라.)
아주 고소해 미치겠다는 듯이 보이는건 내생각엔 틀림없어 보였다.
이런.......
고약한 개새끼 같으니라구.
좀 괘씸한 생각에 멈춰서서 이번엔 내가 짖어버렸다.
월월....월....와~~앙!
공연히 죄도없는 녀석한테.
그랬더니 이개.
흔들던 꼬리를 멈추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며
깊은생각에 빠져버렸다.
아마 이런생각을 했을것 같더라.
"그참 이상하네?"
"어째 개 같지 않은게 개소릴 하는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의문에 빠진개를 뒤로하고 봄날씨를 만끽하며 경쾌하게
집으로 향했고 집근처 자전거를산 집에서 빵구도 때웠고,
아니,
튜브를 갈았구나.
암튼.
전화위복 이라고 거창하게 말할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전거가 펑크나는 바람에
평소엔 깊게 생각지 못했던 일들을 세삼스레 경험하니 이또한 좋은 하루의
마무리가 되었구나.
빵꾸야 고맙다?
글쎄?
근데 이게 말이지.....
퇴근때니까 망정이니 혹시 출근하다가 그랬으면?
이그.
생각도 말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