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AE.... C~~8 !!! (저속하다 꾸짖기전에 글부터....^^)
와인,
내게는 별로 그렇게 깊이 다가와있지 않은술.
그런데 어느날 딸이 직장상사가 주더라면서 프랑스 제품인건
알겠는데 이름이 뭐였는지는 잃어버린 와인을 한병 가져왔다.
그래도 와인의 본고장 제품인데 마실만한 분위기 정도는
되어야 마실것 아닌가 하고는 일단 넣어두었다.
그리고 몇일후.
아내와 벼르고 벼르던 설악산에 시간을내어 마등령에서
공룡능선을 타는 코스로 신나게 산을밟고가다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는 그늘에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아내가 흐흐흐 웃는다.
뭔일인가 궁금해 바라보니 실실 웃으면서 배낭속을 뒤지더니
짠~~! 하는 소리와함께 그 와인병을 꺼내는게 아닌가?
와!
그 반가움이라니. ㅎㅎㅎ
그리고는 다시 배낭을 뒤적뒤적 하더니 햇살에 환히 빛나는
와인잔 두개를 포장에서 풀어낸다.
이야~~~!
깊은 산속에서 단둘이 호젓하게 기울이는 와인잔 이라....
정말 기대가 크구만.
잔뜩 기대에차서 입맛을 쩝쩝 다시며 와인병의 알미늄 뚜껑을
제거한순간.
그만 실망으로 가득차 버리고 말았다.
세상에...
단단한 코르크마개가 꽈악 박혀있을 줄이야.
평소에 이런걸 자주 봤어야 준비라도 했을텐데 와인에대해선
무식하기 그지없는 우리가 언제 이런마개가 박혀있을줄 알았나.
그저 맨날 쐬주병이나 따던 사람이 말이다.
그래도 기왕 가져왔으니 마셔보기는 해야될것.
그놈의 코르크마개를 젓갈로 밀어도보고 칼로 후벼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요지부동이라.
와인은 포기하여 다시 싸놓고 가져간 캔맥주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는.....
등산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제일먼저 씻고 자시고 하기전에
코르크 스쿠루를 꺼내어 낑낑거리며 따는데 영화에서는
돌려서 빼면 금방 뽕~~~! 하는 소리와함께 잘도 따더만
나는 한참을 씨름하고야 겨우 마개를 제거할수 있었다.
(그냥 약식 스쿠루 였기에 힘들었지. ㅎ)
자.
다음엔?
당연히 산에서 못한 시음을 해야겠지?
다시 꺼내놓은 와인잔에 발그레한 와인을 따르고는 기대에찬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는데 일단 코끝에 감기는 와인의 향기는 합격.
한모금 살짝 입안에 부어넣었다.
혀끝에 와인을 돌리고 몇초 지나지도 않았다.
우리 부부는 차마 실내에서 뱉지는 못하고 와인을 꿀꺽 삼키면서
동시에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이러~~언, CE~8!."
세상에나.....
와인이라면 그래도 포도주 특유의 향은 있으니 당연히 그렇다치고,
달콤한 맛을 기대했던 우리부부는 차마 뱉어내지는 못해 삼켰지만
이런게 와인맛이라니.....
세상에 무슨와인맛이 시큼하고 떫떠름 한데다 혀끝에 까끌거리는
이 감촉은 또 뭐란말인가?
와인의 맛이란게 천차만별이라.
평소의 우리입맛과는 다른것이 많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런걸 술이라고. 으으으....
참내.
그래도 어쩌나.
얼마나 하는건지 모르지만 그 비싼걸 버릴수는 없는거고....
조금씩 따라가며 맛을 음미하다보니 그럭저럭 마실만은 하더라.
하긴 사람이 먹는건데 얼마나 차이가 있을려고.
이러구러 한병을 다 비우긴 했지만 다음에라도 누군가 이 와인을
준다면 두번다시 받고싶지 않을거였다.
암튼,
멀리서 와준 와인아.
미안해.
입맛에 다르다고 욕해서. ㅎㅎㅎ
(여름에 영동의 컨츄리 여사네가서 이얘기를 하고는 한참 배꼽잡고
웃었다. ㅎㅎㅎ)